잡문(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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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와 충족
결국 제법 된 상황이긴 하다. 현 시점에서 패션 브랜드 간의 디자인 협업은 아무리 생각해도 원래의 취지를 벗어나 버렸다(혹은 못미치고 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곤 하지만, 씬을 채우고 있는 대다수의 콜레보레이션 프로덕트들은 대단히 상식적이거나, 대단히 구태의연한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이건 필시 문제가 있다. 결국 최근 콜레보레이션 프로덕트를 소비하게끔 만드는 힘은 디자인이 아닌 브랜드 벨류에 있음을 크게 느낀다. 단적인 예로, 스투시가 30주년을 맞아 진행했던 여러 콜레보레이션 중 신선하고 재기발랄한 감각을 느낄 수 있었던 경우가 몇가지나 있었는가? 개인적으론 리코와 진행했던 GR-D3 모델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많은 제품들을 소비하게 만드는 동력은 무엇인가? 역시 개인적인 감상..
2010.06.28 -
잘 지내고 있습니다.
잘 지내고 있습니다. 별 일 없고, 별 문제 없습니다. 그저 바쁠 뿐... 그러고 보니 이런 글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듀라 에이스 7800 10단 다운튜브 시프터. 점점 사장되어 가는 장르지만 7900 모델이 나온 걸로 보아 완전히 죽지는 않았습니다. 스램에서도 얼마전에 다운튜브 시프터가 나왔었죠. 무려 FD에도 인덱스 모드를 지원하는. 새벽에 작업실에서 친구 자전거를 만지고 있었습니다. 졸음이 그득합니다. 할머니 생신에 수안보에서 소고기를 먹었습니다. 정말 근근히 먹는 소고기인지라 맛있게는 먹었는데 전 아무리 먹어도 돼지고기가 더 맛있습니다. 이쁘게는 생겼네요. 지긋지긋한 04학번들. 내년이면 대다수 학교를 떠날 '예정' 입니다. 과연... 이런 배색이 좋습니다. 네이비와 브라운. 극점에 서 있는 색..
2010.05.22 -
비오는 밤
1. 월드컵이 벌써부터 지겹습니다. 월드컵도 결국 기업들의 아수라장인 건 알겠으나 이건 좀 과하다 싶습니다. 겨울이 가시자마자 터져대는 마케팅들. 그 장삿속이 가히 명경지수입니다. 특히 선홍이 형과 일당들은 좀 안스럽습니다. 2. 괜히 오래썼단 이유만으로 멀쩡한 카메라를 바꿔보고 싶은 욕망에 번민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하나를 정할라치면 신모델이 나온다는 것. 올림푸스 PEN은 너무 잘나가서 괜히 싫고(이건 아이폰을 안산 이유와 같습니다.). 리코 신기종들이 괜찮긴 하나 브랜드를 갈아타보고 싶어 싫고, 파나소닉은 말 그대로 '괜히' 싫고, 라이카 M9은 다 만족스러운데 늘 그렇듯 가격이.. 아 가격이... 결국 시그마 DP2S로 낙점하고 있었는데 오늘 소니 NEX시리즈의 기사를 읽었습니다. 스펙은 둘째두고..
2010.05.17 -
아이작 아시모프. 최후의 질문. / Isaac Asimov. The Last Question.
소설 정말 안 읽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 국문 최후의 질문 아이작 아시모프 최후의 질문이 반 농담으로나마 처음 던져진 것은 인류가 광명을 향해 막 첫걸음을 내디딘 2061 년 5월 21일이었다. 질문은 칵테일 잔을 사이에 둔 5달러짜리 내기의 결과였고,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다. 알렉산더 아델과 버트램 루포브는 멀티백의 성실한 조작원들이었다. 다른 모든이처럼 그들도 수마일에 걸친, 차갑게 불빛을 번쩍이며 딸깍거리는 소리를 내는 그 거대한 컴퓨터의 껍데기 속에 무엇이 있는지 잘 알지는 못했다. 그들은 한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정도를 훨씬 넘어선 컴퓨터의 회로 구성을 대충 이해하고있을 뿐이었다. 멀티백은 스스로 수리하고 관리하는 컴퓨터였다. 멀티백은 인간이 직접 수리하고 관리하기에는 너무도..
2010.05.12 -
Modernist 입니다.
우선 벌써 몇 달째 신규 포스팅을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황량한 곳을 찾아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블로그 운영에 있어 변경하려는 사항이 있어 혹시나 읽어주시리라 생각하고 이렇게 글을 적습니다. 앞으로 이 블로그는 제 개인적인 단상이나 일기, 짧은 메모를 주로 다루는 곳으로 활용하려 하며 특정 대상에 대한 리뷰나 칼럼의 경우엔 팀 프로젝트로 운영중인 별개의 블로그에 개시하려 합니다. 그리고 현재 이 블로그에 개시되어 있는 리뷰들은 그 쪽으로 단계적으로 이전될 예정입니다. 혹시나 계실지 모르는 정기적으로 찾아주시는 분들께 그동안의 무례도 죄송한데 이런 불편을 드려 또 죄송합니다. 팀 프로젝트 블로그는 http://generalists.tistory.com/ 입니다. 현재 친구, 후배들과 함께 쓰고 ..
2010.05.11 -
아니오.
1. 19시간을 깨어 있다가 4시간을 자고 22시간을 깨어 있었다. 커피를 여섯 잔을 마시고 긴장감이 여섯 번 팽팽해졌고, 카모마일 티를 세 잔을 마시고 긴장감이 세 번 이완되었다. 담배 두 갑이 대기오염과 암세포 유발물로 변했다. 먹은 건 입안을 헐벗게 만드는 인스턴트 뿐. 덕분에 책을 붙잡은 손가락의 혈관들이 덜컹거린다. 심장은 8000rpm으로 달리는 레트로 빅싱글이 되었다. 숨은 반 밖에 넘어가지 않는다. 모든 것들이 정교하고 날카롭게 보인다. 엄청나게 많은 것들, 심지어 평소엔 보이지 않던 무정형의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만, 분석되는 것과 남아있는 것들은 황량하기만 하다. 삶이란 과정을 보는 관점은 역의 관계에서 마주보는 두 가지로 나뉜다. 그 중 하나를 택한다면, 난 점점 죽어가고 있다. 2. ..
2010.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