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일기는 일기장에(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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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의 변
올리는 것이 없으니 망하는 것 역시 당연하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인지라 그간 조회수를 확인하고자 방문자 통계 페이지를 보니 이 블로그가 만들어지고 벌써 5년이 지났단 사실을 덤으로 알게 되었다. 대학교를 다닐 때 만든 블로그는 5년동안 그 자리에 남아있었고, 나는 그간 참 많이도 변했다. 직업만 해도 네 곳을 거쳤으니, 학교를 나왔고 잡지사에 들어갔다 자영업자가 되었다. 이사도 많이 했다. 처음에는 청주에 살았으며 상경을 한 이후로는 약수동에서 살았고, 이태원으로 거쳐 지금은 건대에 살지만 곧 다시 이태원으로 돌아갈 것이다. 소비노예 입문자가 되어 질풍노도의 세월을 보내다 이제는 초탈하고 오대수도 아니건만 집에선 군만두만 먹으며 살고 있고, 친구들은 다들 배가 나오거나 결혼을 하고..
2013.11.12 -
비분강개
한동안 긴 글 쓰기에 손을 놓고 지냈다. 짤막한 글이나 짧막한 글들이 모인 글만 적고 살았다. 이건 당연히 실력향상과 무관하며, 덕분에 오늘의 글쓰기도 제법 황량할 것 같다. 이 정도의 글도 자신이 없을 정도로 실력이 감퇴되었음을 스스로 알기 때문이다('감퇴'란 표현이 어울릴지도 모르겠다만). 작문도 결국은 기술이 좌지우지하는 일이기에 얼마나 손을 자주 놀리느냐에 따라 실력이 달라지건만 나는 참 게을렀다. 그리고 결과는 참담하다. 요즘들어 다시금 긴 글을 쓰기 위한 연습을 하고 있기에 최근 쓴 글들을 읽다 보면, 그리고 싫어하던 누군가들의 글들과 그 모양새가 흡사해 비탄에 빠지곤 한다. 참 형편없다. 꿈은 결국 꿈이고 현실은 시궁창일지언정, 출중한 능력들이 조화를 이루어 근사한 결과를 만들기를 갈망한다...
2012.02.27 -
8월
명료하다. 요즘 나와 시간과의 관계는 그저 지겨울 뿐이다. 사천원짜리 아메리카노 마시며 까페에서 담배피우는 시간처럼 말이다. 골목골목을 한나절 걷다보면 지치는 때가 오는데, 그게 지금이다. 아직 뛰지도 않았건만 내가 왜 어디론가를 향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되었다. 지금은 그런 때다. 간만에 침체기가 돌아왔다. 잠이나 자야지. 이럴 때는 어디론가 떠났다 돌아오면 된다. 그리고 그럴 수 없다는 점이 날 더욱 더 지치게 한다. 난 늘 좋은 시절을 지났건만, 그땐 그 것을 몰랐다. 내가 무엇을 사랑했음은 박탈감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이제는 내 곁을 떠난 것들을 그리며 처참하게 잠이나 자련다.
2011.08.20 -
007. 요리지옥 세 번째 - 불고기 덮밥
지옥에서 거절한 요리사와 함께하는 자취요리 시리즈 세 번째. 싸고, 저렴하고, 경제적이고, 가성비 좋은 불고기 덮밥을 만들어 봅시다. 0. 고기는 호주산 소고기 전지(앞다리)로. 양파, 다진 마늘, 간장, 후추, 설탕 혹은 물엿과 함께 잘 비벼 통에 재워둔다. 오늘자 홈플러스 공시가격 100g 당 1380원인, 돼지고기보다 싼 소고기 전지를 산다. 한 1kg 사두면 재워두고 오래 먹을 수 있으니 넉넉하게 구비한다. 냉동된 상태에서 적당한 덩어리로 나눈 다음 길게 채썬 양파와 기타 양념들을 통에 함께 넣는다. 요즘 날씨엔 한 시간 정도 두면 적당히 녹는다. 고기 조직이 깨지지 않게 살살 섞어준 뒤, 냉장실에 하루정도 두면 냉동상태가 풀리면서 적당히 간이 배인다. 양념 비율은 '간장 한 큰술, 소금 두 스푼..
2011.07.13 -
006. 한가하면 자전거나 타지 뭐
오래간만에 햇살이 빼꼼히 고개를 내민 날. 원래 이대가서 햄버거만 먹고 돌아오려 했는데 하늘 쨍쨍한 김에 잠실까지 내달렸다. 다행히 돌아와 자전거를 부엌에 들이고 나니 빗방울이 떨어졌다. 덕분에 소소하게 행복하더라. 한강 자전거도로는 확실히 강남쪽이 재미있다. 강북은 황량한 감이 강하다. 탄천 하구에서 날리는 풀밭을 보고 있으면 세상 참 별 것 없단 생각을 하게 된다. 함께 한 윤수 6호. 7호가 프레임 도장 차 해체되었기에 조금 무겁지만 6호를 타고 나섰다. 한강에서도 흔한 모양의 자전거는 아니다 보니 눈길을 받는 재미가 쏠쏠하더라.
2011.07.12 -
005. 안개 낀 장충단 공원
어제 밤과 오늘 아침은 흐렸다. 구름이 내려온 것인지 매연이 올라간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풍경은 그리도 고요했다. 이렇게 어슴프레한 날에 배호 선생님이 이 근방 길을 거닐다 노래를 떠올리셨을 것이다. 지금도 이 산 중턱에는 다시 안개가 끼건만, 피를 토하며 등에 엎혀서도 노래를 부르던 사나이는 다시 없다. 어떤 것은 그대로 남고, 어떤 것은 매일 바뀐다. 담배가 많이 늘었다. 이유로는 피우기 편해진 것도 있고, 피우고 싶어질만한 곳인 것도 있다. 아마도 한참 피우다 언젠가 고꾸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숨을 불태우며 노래를 부르지도 못했기에, 간소한 동정도 쉬이 거두지 못하리라. 그저 안개속에 고요히 묻힐 것이다. 저 부연 안개 넘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내가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괜한 고민에 잠못드는 ..
2011.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