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분강개

2012. 2. 27. 18:25잡문/일기는 일기장에


한동안 긴 글 쓰기에 손을 놓고 지냈다. 짤막한 글이나 짧막한 글들이 모인 글만 적고 살았다. 이건 당연히 실력향상과 무관하며, 덕분에 오늘의 글쓰기도 제법 황량할 것 같다. 이 정도의 글도 자신이 없을 정도로 실력이 감퇴되었음을 스스로 알기 때문이다('감퇴'란 표현이 어울릴지도 모르겠다만). 작문도 결국은 기술이 좌지우지하는 일이기에 얼마나 손을 자주 놀리느냐에 따라 실력이 달라지건만 나는 참 게을렀다. 그리고 결과는 참담하다. 요즘들어 다시금 긴 글을 쓰기 위한 연습을 하고 있기에 최근 쓴 글들을 읽다 보면, 그리고 싫어하던 누군가들의 글들과 그 모양새가 흡사해 비탄에 빠지곤 한다. 참 형편없다.

꿈은 결국 꿈이고 현실은 시궁창일지언정, 출중한 능력들이 조화를 이루어 근사한 결과를 만들기를 갈망한다. 물론 둘 다 어렵다. 전자만 중시하면 인상에 치우쳐 초현실적인 글을 쓰게 될 것이고, 후자만 따르면 수사만 가득한 공허한 글이 된다. 불행히도 요즘에 쓴 글들은 늘 한쪽에 치우쳐 있다. 게다가 둘 다 놓치는 '단어의 규합'에 불과한 경우들도 꽤 많다. 어찌 되었건 회사 클라이언트들에게 참 미안하고, 내 스스로에게 가득히 미안하다. 꿈은 높다. 그리고 현실은 낮다. 둘 다 매우. 

다만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다. 앞서 말한 바 대로 "언젠가는 잘 하리라"란 생각은 늘 품고 산다. 워낙 좌절에 익숙한 개인사를 가지고 있다 보니 세상 별 욕심 없이 산다만, 냉철한 안목을 가지고 명료한 판단력에 따라 좋은 글을 쓰고 싶단 열망은 절대 수그러들지 않는다. 물론 앞서 말한 바 대로 잘 안된다. 요즘은 특히 형편없다. 하지만 골이 깊다면 반등도 크리라 믿고 산다. 그리고 칼을 뽑았으면 썰어야 하듯 글을 적기 시작했으면 책 한 권 뽑아야 한단 중압감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산다. 칼 한자루로 살던 무사처럼, 글 하나로 능히 일가를 이룰 수 있는 있는 문사(文士)가 되고 싶다. 가뜩이나 초라한 인생에 가진 것이라곤 초라하더라도 이거 밖에 없으니, 재산을 불려야 한다. 언젠가는 거부가 되리라. 그때까지 실력에 대한 탐욕만은 버리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