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요리지옥 세 번째 - 불고기 덮밥

2011. 7. 13. 13:28잡문/일기는 일기장에


 지옥에서 거절한 요리사와 함께하는 자취요리 시리즈 세 번째. 싸고, 저렴하고, 경제적이고, 가성비 좋은 불고기 덮밥을 만들어 봅시다.

0. 고기는 호주산 소고기 전지(앞다리)로. 양파, 다진 마늘, 간장, 후추, 설탕 혹은 물엿과 함께 잘 비벼 통에 재워둔다.
 오늘자 홈플러스 공시가격 100g 당 1380원인, 돼지고기보다 싼 소고기 전지를 산다. 한 1kg 사두면 재워두고 오래 먹을 수 있으니 넉넉하게 구비한다. 냉동된 상태에서 적당한 덩어리로 나눈 다음 길게 채썬 양파와 기타 양념들을 통에 함께 넣는다. 요즘 날씨엔 한 시간 정도 두면 적당히 녹는다. 고기 조직이 깨지지 않게 살살 섞어준 뒤, 냉장실에 하루정도 두면 냉동상태가 풀리면서 적당히 간이 배인다.

 양념 비율은 '간장 한 큰술, 소금 두 스푼' 같은 것 없다. 적당히 내키는대로 하면 된다. 다만 비빈 후 양념을 찍어먹어 봤을 떄 심심한 정도로 해야 함을 잊지 말자. 익혀지며 양념이 졸면 맛이 강해지니 애초에 약간 모자란 듯 하자. 다진 마늘은 넉넉하게 많이 넣으면 좋고, 후추도 넉넉하게 들이 붓자. 설탕보다는 물엿이 좋긴 하나 네 자취방에 그런게 있을리 만무하니 있는 것을 쓰자. 만약에 자취스럽지 않게 부유하여 참기름이 있다면 약간 첨부하면 좋다. 하지만 유사이래 참기름있는 자취방이 존재했던 사례가 없으니 포기하자.

1. 팬에 기름을 조금만 두르고 가열한다. 온기가 올라오면 재워 둔 양념고기를 투하한다. 중불로 가열한다.
 어짜피 국물이 있는 요리이니 초반에 타지 않을 정도로, 약간만 기름을 두른다. 올리브유가 좋긴 하나 식용유나 있으면 다행이니 정 없으면 안 둘러도 된다. 팬이 완전히 가열되기 전, 손으로 느껴보았을 때 약간의 온기가 올라오면 고기를 투하하고, 중불로 천천히 익힌다. 쌘 불로 하면 팬이 타고 양념이 쫄아붙기에 뒷처리하기 괴롭다. 뭐 그 쪽이 밑간만 제대로 되어 있다면 맛은 조금 더 좋다. 

2. 미디움-레어다 싶으면 채 썬 청양고추와 파, 팽이 혹은 느타리 버섯을 투하한 뒤 2분 정도만 더 볶아준다.
  버섯은 질량대비 가격이 저렴한 편이니 아낌없이 팍팍 쓴다. 추가로 투하한 야채류가 흐물흐물해지면 식감이 떨어지니 약간만 숨이 죽는 정도로만 익힌다. 다 익으면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 위에 올리고 약간의 통깨, 고추가루, 참기름을 끼얹으면 좋지만…….

3. 불세출의 명곡 '빠따맨' 을 틀어두고 'OB 골든 라거' 맥주를 큰 텀블러에 붓는다.
 빠따맨을 들으면서 먹으면 왠지 재빨리 먹고 어디론가 도망가야 할 듯한 인상을 받기에 맛없고 외로운 식사의 괴로움을 조금이나마 잊을 수 있다. 골든 라거는 요즘에 한참 먹고 있는 맥주인데, 오래간만에 나온 두꺼운 맛의 국산 맥주기에 근사하게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