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 안개 낀 장충단 공원

2011. 6. 3. 23:53잡문/일기는 일기장에


 어제 밤과 오늘 아침은 흐렸다. 구름이 내려온 것인지 매연이 올라간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풍경은 그리도 고요했다. 이렇게 어슴프레한 날에 배호 선생님이 이 근방 길을 거닐다 노래를 떠올리셨을 것이다. 지금도 이 산 중턱에는 다시 안개가 끼건만, 피를 토하며 등에 엎혀서도 노래를 부르던 사나이는 다시 없다. 어떤 것은 그대로 남고, 어떤 것은 매일 바뀐다.

 담배가 많이 늘었다. 이유로는 피우기 편해진 것도 있고, 피우고 싶어질만한 곳인 것도 있다. 아마도 한참 피우다 언젠가 고꾸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숨을 불태우며 노래를 부르지도 못했기에, 간소한 동정도 쉬이 거두지 못하리라. 그저 안개속에 고요히 묻힐 것이다. 저 부연 안개 넘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내가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괜한 고민에 잠못드는 밤. 깊은 수심에 깨어나고 싶지 않은 아침. 시간은 흐르고 난 아직 여기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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