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메모(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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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많이 내린 날
1. 옆동네 제천만 해도 관측사상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고 할 정도로 오늘 우리나라엔 정말 많은 눈이 내렸다. 내가 1학년이었던 04년. 3월로 기억하는데 엄청나게 많은 눈이 내려서 학교 오던 애들이 고속도로에서 고립되는 일이 생겼던 기억이 떠올랐다.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은 도로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투덜거리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집앞 도로는 늘 한적한 시골 입구여서 그런 일은 없었기에 조용하고 평온한 눈발만 바라 볼 수 있었다. 눈은 인간에게 실질적으로 도움되는 건 하나 없어 보이는데도ㅣ런 미움받지 않는데다 그 차가운 감각적 성질과는 달리 마음을 한없이 포근하게 해준다. 세상에 이런 좋은 오해를 독식하는 것도 흔치 않다. 그리고 오해라 할지라도 눈 많이 내린 날은 괜히 가슴 설레이게 운치있다. 당신..
2010.01.05 -
메모. 2009 -Fin-
0. 마지막 글. 이제 새 날이 밝은 후에나 인터넷에 들어올 예정이기에 이 글이 09년에 블로그에 보내는 마지막 글이다. 1. 아주 관용화된 '다사다난' 이란 말. 이만큼 적당한 표현이 없기에 관용화됬을 수 있었으리라. 불편한 시간도, 상쾌한 시간도 모두 다 넘처 흐른다. 뒤돌아봄은 쓸쓸하거나 호사스럽다. 어찌 이 많은 일들을 한 단어로 쉽게 줄일 수 있을까? 쉽지 않다. 결국 시간은 '다사다난' 이란 한정적 규정으로 표현하기엔 너무 방대하다. 2. 사실 시간이란 구획 개념은 철저히 인간의 집단주관에 근거하고 있는게 분명해 보인다. 12월 31일도 늘 반복되는 나날중에 하루에 불과하지만 이미 선험의 위치에 자리잡은 관념이기에 육체적 감성을 충분히 통솔하고 있다. 결코 끝이 아닌데 끝이라 느끼고 끝임을 받..
2009.12.31 -
메모
1. 글을 쓰다 보면 원치않게 길어지곤 한다. 주로 좋게 말해 윤리학적 분야에 속하고, 나쁘게 말해 비객관적이기에 무의미한 내용이 첨가되면서 그렇게 되곤 한다. 보다 구획설정과 구조종속의 체계에 따르는 형식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이해 당사자들에겐 객관적으로 명시할 수 있는 내용이 개시되어야 하며 그것이 이 블로그가 보여야 할 온당한 목적일 것이다. 다만 말은 이렇게 하나 안되서 그렇지... 2. 사전을 작성하기 위해서 조사와 자료 분류를 해야 할 터인데 귀찮다. 3.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연말이다. 가뜩이나 멀티테스킹이 안되는 사람인데 진짜 문제는 여기에 춥기까지 하다 보니 돌아다니기가 싫어지고 잠자기는 한없이 좋아진다는 것. 부지런해져야 한다. 그게 비단 거시적인 결..
2009.12.19 -
메모 – 과연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1. 과연 우리가 선택한 것들이 적절했는지는 오직 신만이 알 수 있을 터, 우리는 아무 것도 모르고 멍한 머리로 밤이슬 위를 해매인다. 들리는 건 성글게 가득 찬 소음의 화음.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야 할까? 2. 저렴하지만 괜찮은 브랜드들을 나열해보는 기획을 해보려 한다. 지금 생각나는 건 앞서나가는 유니클로, 클럽 모나코, 모옌, 클락스 정도. 솔라티나는 넣을까 말까 생각 중. 3. 내 노트북의 가장 획기적인 단점은 형편없는 스피커다. 무슨 음악을 듣더라도 조약해지는데 마치 단파 라디오로 듣는 듯한 느낌을 주기에 아주 가끔은 쏠쏠하다. 비틀즈를 다시 꺼냈다. 4. 한밤의 헤프닝은 그대로 끝나버렸다. 충청도 사람은 무디고 감내한다. 아니, 이 것이 도대체 왜 문제가 되는지를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
2009.12.03 -
첩첩산중
1.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아무 것도 하기 싫습니다. 옛날에 자우림이란 현인들께서 할 일이 산적해 있을 때는 훌쩍 여행을 떠나라 하셨는데 돈이 없어서 여행도 못 가겠고.. 현재 곤궁과 바쁨이 동시에 찾아와 아주 죽을 맛입니다. 2. 아무리 피워도 담배는 라크가 가장 난 것 같습니다. 요즘에 담배는 얻어피우기만 하는지라 아무 담배나 피우고 있는데 그럴수록 그리워지는게 라크입니다. 클라우드9은 바라지도 안사오니 라크 살 돈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3. 이렇게 가난하다 보니 가계부에 열흘동안 적을 글이 없었습니다. 나 자신이 정말 신기한 게, 열흘동안 분명 많이도 사먹고 많이도 놀았는데도 쓸 돈이 없었기에 쓴 돈이 없다는 겁니다. 역시 돈을 안쓰는 방법은 애초에 돈이 없는 건가 봅니다. 담배도 없으면 끊으..
2009.11.26 -
안녕하세요. 새로운 Modernist 입니다.
당신이 대상과 어떻게 관계하는지는 대상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관점이 결정하는 것이다. 존재를 아는 것보다 선결되어야 하는 것은 존재론 그 자체다. -이 글은 노트북으로 작성하는 첫 번째 글입니다. 새로 주어진 관점으로 많은 편의를 얻었지만 아직 이 관점은 어색하기만 합니다. 앞으로 많은 생각들이 이 노트북을 통해 세상에 투영될 것 같습니다. -결국 나를 말하는 것은 내가 아닌 이 노트북이겠네요.
2009.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