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 2009 -Fin-

2009. 12. 31. 22:26잡문/메모

0. 마지막 글.  이제 새 날이 밝은 후에나 인터넷에 들어올 예정이기에 이 글이 09년에 블로그에 보내는 마지막 글이다.  

1. 아주 관용화된 '다사다난' 이란 말.  이만큼 적당한 표현이 없기에 관용화됬을 수 있었으리라.  불편한 시간도, 상쾌한 시간도 모두 다 넘처 흐른다.  뒤돌아봄은 쓸쓸하거나 호사스럽다.  어찌 이 많은 일들을 한 단어로 쉽게 줄일 수 있을까?  쉽지 않다.  결국 시간은 '다사다난' 이란 한정적 규정으로 표현하기엔 너무 방대하다.

2. 사실 시간이란 구획 개념은 철저히 인간의 집단주관에 근거하고 있는게 분명해 보인다.  12월 31일도 늘 반복되는 나날중에 하루에 불과하지만 이미 선험의 위치에 자리잡은 관념이기에 육체적 감성을 충분히 통솔하고 있다.  결코 끝이 아닌데 끝이라 느끼고 끝임을 받아들인다.  이걸 넘어선 사람들은 소위 '도인' 이라고 불리거나 '광인' 이라고 불린다.  둘 다 '위버맨시' 인건 마찬가지다.

3. 바람부는 날과 얼어붙은 밤.  후회가 많은 건 부지런하고 명민하지 못해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누구나 겪는 당연한 수순일까?  편안한 골방에서 호사스러운 번민을 누리는 것도 후회해야 할 일이련만...

4. 올해도 하지 못한 일들은 너무 많은데 지금 머리속에 생각나는 건 '미안하다고 말하지 못한 것'.  잘 살고 있으면 좋으련만...

5. 의미없는 행위를 시도한다는 점이 인간을 인간답게 한다.  인간을 제외한 생물은 무의미한 행동을 '되도록' 하지 않는다.  그런데 성실히 자신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인간임을 증명하는 사람들은 무의미함을 경멸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것도 동물-되기 라고 말해야 하나?  이런 맥락에서 읽는다면 난 다행히도 인간의 이데아에 극히 근접하고 있다.

6. 늘 이맘때면 말하는 바이긴 하다.  내년에는 올해 하지 못했던 일들을 꼭 하고 싶다, 아니 해야 한다.  특히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 은 꼭 해야 한다.

7. 내년엔 모두에게 보다 좋은 날들이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근데 그건 좀 어려울 껄...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모두가 잘되는 길이 성립 가능할지 모르겠다만 그래도 마음만은 모두가 잘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