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쇼핑. 압구정.

2011. 4. 30. 04:58잡문/돌아다니다


0. 이하 정말 아무런 영양가 없는 소회이오니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글로 전파낭비를 하게 된 점에 대한 심심한 사과를 먼저 올립니다.

1. 압구정은 가능하다면 평일 이른 오후에 다녀야만 한다. 가능하다면. 

2. 벌써 3번째 유니페어를 찾았음에도 늘 언저리 골목길을 빙빙 돈다. 도산공원 들어가는 길목은 언제봐도 어색하다.

3.1. 왜 '플랫폼'은 우리나라에 예쁜 프레드 페리 옷을 안 들여오나 했는데, 예쁜 옷은 다 '플랫폼 플레이스'에 있었다. 로렐 릿슈와 재팬 라인, 콜레보레이션 라인들이 구비되어 있더라. 자주 찾게 될 듯.

3.2. 도산공원 언저리에 있는 '주택가 소규모 가정적인 분위기 매장'이다 보니 찾기에 좀 까탈스럽더라. 그리고 위치 덕분에 아오야마 매장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프레드 페리는 건장한 플래그 십보단 이런 느낌을 선호하는 듯. 예전에 상수역 언저리에 생겼던 캡슐 스토어도 비슷했었다.

3.3. 물론 프레드 페리 스토어가 아니라 플랫폼 스토어다 보니 다른 브랜드의 물건들도 많다. 데미테르 향수들이 다 구비되어 있고, 모노클도 볼 수 있다. 펜필드와 칩 먼데이의 옷들도 만나볼 수 있다. 이 외에 다양한 브랜드의 물건들이 있으니 재미있게 보고 올 수 있다.

4.1. 폴 스미스 플래그십 스토어는……. 참 즐겁다. 건물 외관은 완전 베이런동크(다다) + 레이 가와쿠보(전위) 고, 안은 지극히 온화한 영국식 살롱이다. 음악은 페티 스미스와 비틀즈, 옷을 아주 정석적으로 생긴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인데 소매 단추가 두 개밖에 없다. 널리 알려진 폴 스미스의 취향과 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서로 안 어울릴 것들을 엮어 새로운 맛을 만들어 놨다. 물론 그렇다고 내 취향이라는 것은 아니다.

4.2. 폴 스미스 메인 라인 36 = 보통 46 = 보통 95. 전반적으로 옷들이 큰 편이다. 사이즈도 큰 것들이 주로 구비되어 있다.

4.3. 메인 라인이 진 라인보다 전체적으로 슬림한 편. 입혀 놓으면 메인 라인쪽의 실루엣이 더 보기 좋다.

4.4. 가끔씩 이건 좀 너무하다 싶은 옷들이 있다. 마치 예전에 본 '아디다스 O by O 카즈키의 져지 소재 테일러드 재킷' 같은 느낌이다. 보고 있으면 참 즐거운데 막상 입기는 어려운 옷. 딱 그거다.

5. 현 시점까지 파악한 압구정에 있는 떡볶이집 중 내 입맛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곳은 없다. 다들 너무 달고, 묽고, 퍼졌다.

6. 로데오 거리를 가려면 신구중학교 방향 출구로 나가면 된다. 이 간단하고 자명한 원리를 깨닫는데 10년이 걸렸다.

7. 로데오 거리 근방이 포화에 다달아 그런지 점점 도산공원 방향 주택가로 매장들이 들어서고 있다. 다만 주택가의 분위기에 맞추어 보다 심심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익스테리어로 들어서고 있다. 썩 근사한 풍조다. 나도 돈만 있으면 신나게 매운 떡볶이집을 하나 차리고 싶다. 완전 '허름이' 풍으로.

8. 잠깐 안경집들을 들렀다. 취향에는 홀릭스가 가장 맞았으나, 파피루스가 질좋은 물건들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듯 싶었다. 철심이 안들어간 셀룰로이드 안경을 하나 더 들이고 싶은데, 예전에 참 좋아하던 마사요시 사쿠 선생님의 작품만큼('작품' 이란 칭호가 어울리는 물건들이었다) 확 뜨이는 물건이 없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팔지 않고 놔두었을 터련만.

9. 압구정에 난립하고 있는 맞춤 양복집들을 보면서 든 생각. 기술에 대한 충분한 자부심이 있기에 이 어려운 땅에 매장을 올렸을 것이리라. 적어도 경험하기 전까지는 절대 헛투로 볼게 아니다.

10. 여전히 뻥카가 많은 동네고, 자신이 무엇을 팔고 있는지도 모르는 점원들도 많다. 다만 몇 년 전보다는 점원들의 지식 수준이 많이 좋아졌다. 이는 전반적인 소비자들의 지식 수준이 높아졌고, 보다 섬세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혹은 인재들이 대접을 못받고 있는 것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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