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더 베스트 버거 인 서울 / the Best Burger in Seoul

2011. 6. 29. 02:56잡문/돌아다니다



 본래 명승지에 가면 거적대기 같은 음식을 수랏상 같은 가격에 파는 것임이 공식화 되어 있거늘, 원체 경쟁이 쌘 도시 서울이다 보니 산 꼭대기에 있는 식당에도 준수한 음식을 팔고 있더라. "서울에서 최고의 버거" 란 당당한 이름을 걸고 장사하는 집이니, 적어도 위치는 서울에서 최고(最高) 가 분명하리라.


 위치는 정말 찾기 쉽다. 서울타워(나 어렸을 때는 남산타워라고 불렀던 것 같은데?) 안에 있다. 케이블 카를 타거나 걸어서 올라가도 되고, 5번 버스나 남산 투어 버스를 타고 올라가도 된다. 나처럼 자전거를 타고 가도 된다. 뭐로 가도 남산에 올라 서울타워에 들어서면 있다.

 한참 꽃이 좋은 시절이다 보니 평일에도 사람은 복작거린다. 이런 류의 음식에 전연 관심이 없어 보일 듯 싶은 분들도 많이 자시고 계신다. 덕분에 인테리어가 그다지 눈에 안들어온다. 말한 바와 같이 일단 산만한 것도 있고, 워낙 좋은 곳에 있다보니 인테리어가 비집고 들어 설 여지가 없단 점도 있다. 여튼 오픈 키친이여서 요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모두 볼 수 있고, 전체적으로 통일된 컨셉 하에서 진행되어 나름 준수한 결과물에 도달한 인테리어가 괜스레 애처롭다.

 실내에는 재즈가 계속 흐른다. 이게 좀 문제가 있다. 애드립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는 비밥 류의 음악을 틀어놨는데, 문제는 소스와 스피커가 스테레오라는 점. 덕분에 오른쪽 채널 스피커 밑에서 먹는 내내 드럼 두들기는 소리만 들었다. 관계자가 이 글을 볼 일은 없겠다만 부디 모노로 틀어주기를 바란다. 음악은 딱 좋으니 그것만 바꿔주면 좋겠다.



 메뉴와 샘플들. 저렴하다고 말할 순 없다만 그렇다고 수제 햄버거 치고 비싸다고 말하기엔 미안한 수준. 딱 적당한 가격이다. 요즘 햄버거 하나에 만원을 호가하는 수제 햄버거집이 늘고 있는데, 소에 얼마만큼 공을 들이는지는 모르겠다만 좀 엄한 감이 든다. 와규를 다져 구운 뒤 푸와그라를 덮고 캐비어를 올리는 햄버거(실제로 이런 것을 파는 곳이 있다)도 일리가 있다만, 적당한 고기로 적당하게 만들어 적당한 가격에 파는 것이 햄버거의 미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 곳의 가격은 준수한 편이다. 게다가 산 위로 가면 뭐든지 두 배가 되는게 당연하다는 듯 함에도 이 정도 가격을 준수해줌은 근사한 선택이다.

 이 외에 프렌치 프라이, 칠리 프렌치 프라이, 기타 음료류, 맥스 맥주 등을 판다. 그리고 기본 햄버거에 2500원을 더하면 프렌치 프라이와 콜라가 나온다. 이 쪽도 괜찮은 선택이 될 것이다.

 샘플들이 있는데, 대개의 식당들이 샘플의 7할 정도의 퀄리티로 나오는데 반하여 여기는 대략 9할은 되는 것 같다. 만족스러울 정도로 흡사한 본식이 나오니, 기대를 걸어 보아도 좋다.


 세트 구성에 추가되는 프렌치 프라이가 괜찮다. 통감자를 그대로 채쳐서(이 채칼 사야하는데…….) 튀겼다. 약간의 허브도 추가됬다. 롯데리아에서 파는 감자전분(?) 프라이보다 대략 1.85 배 정도 근사한 식감과 풍미를 제공한다. 내 취향은 웻지나 두꺼운 것 보다 딱 이런 모양이다. 그리고 만족스럽다. 양은 딱 페스트푸드점의 양. 나쁘지 않다.

이날은 '맨하탄 클래식 버거'. 6000원짜리 기본 메뉴다. 일단 크기는 만주벌판처럼 광활한, 호남평야처럼 보고만 있어도 배부른 정도는 아니다. 대략 전장은 '버거킹 와퍼 주니어' 정도, 전고는 익히 알고있는 수제 햄버거 정도 된다. 다만 모자라단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니었다. 나쁘지 않다.

 본식 리뷰를 들어가기에 앞서, 햄버거가 만들어지는 메커니즘을 잘 모르다보니 돈까스처럼 뜯어가며 살펴보지는 못하기에 대략적인 감상만 적음을 알려둔다. 일단 간단명료하게 결론부터 말하자면 맛은 충분하다. 꼭 남산 위에 있지 않더라도 충분히 잘 될만한 맛 정도는 된다.

 일단 이런 류 햄버거 맛은 패티맛이 2/3 은 될지언데, 이 패티 맛이 준수하다. 소금이나 시즈닝 맛이 아닌 고기 기본 맛으로 접근하며, 불맛이 충분히 살아있다. 그릴에서 낮은 불로 천천히 굽는지 웰 돈에 가깝고, 전반적으로 기름기와 육즙이 빠져 풍성한 맛은 덜하나, 담백하고 보드랍게 씹힌다. 이 정도면 산위에서 먹는 고기 값 한다.

 함께하는 재료들도 좋다. 겉을 바삭할 정도로 구운 빵에(아마도 버터를 바른 듯 싶다) 아삭한 양상추와 양파, 토마토, 피클이 함께 한다. 체다 치즈는 서브 받을 때 이미 충분히 녹아 케첩과 함께 소스처럼 녹아든다. 전반적인 조화의 미가 준수하며, 이 집의 기본기가 단단함이 느껴진다. 별 잡다구레한 재료들을 넣어 이게 버거인지 개밥인지 모르겠는 것을 파는 버거집들이 많은데, 이런 간단명료하고 명석판명한 구성의 햄버거가 맛있어야만 좋은 버거집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런 면에서 이 곳의 햄버거는 합격점을 넘었고, 다른 햄버거에도 기대를 해보게 된다.

 다만 약간의 불만으로 캐첩의 맛이 약했다는 점 정도가 있다. 다른 재료들을 방해하는 정도는 되지 말아야겠지만, 이건 다른 재료들에 가려지는 정도다. 재료 별 맛을 들어나게 하고, 서로간 벨런스를 맞추기 위한 양 조절이겠지만 나처럼 혀가 무딘 사람에게는 보다 많은 양을 투척해주는 것이 어땠을까 싶다.  

 이러나 저러나 충분히 맛있는 집이다. 봄날 꽃 구경차 산위에 올랐다면, 그리고 간단한 식사를 하고 하산하고 싶다면 여기를 들러보라. 적어도 햄버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후회는 안할 곳이다. 등산하느라 허기진 배라면 뭐든 안 맛있는게 있겠냐만…….

 P.S. 신한은행은 꼭 거기에 카페를 지어야 했을까? 좀 너무한 것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