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010. 10. 23. 06:58잡문/메모


1. 스킨 스타일을 약간 손봤습니다.  이전엔 초록 배경에 글씨가 하얀색이여서, RSS에서 안보인단 문제가 있었습니다.  배색을 반전시켰는데 마음에 듭니다.  당분간 쭉 이대로 갈 듯 합니다.  포인트 컬러는 진초록에 가장 어울리는 금색입니다.  프레드 페리죠 뭐.

2. 방금 불꺼진 곳에서 소리로 컵에 따라지는 물의 양을 계측했다.  소리로 봤다.  혹은 소리를 봤다.  데어데블이 된 느낌.

3. 리뷰를 올리는 블로그가 따로 있다보니, 이 쪽은 당초에 그렇게도 원하지 않던 일기장이 되어가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쁘진 않지만, 검색을 통해 인포메이션을 얻고자 들어오는 분들이 대다수인 블로그에서 이런 상태가 굉장히 형편없긴 하다.

4. 한 석달동안 슬럼프에 빠져있다.  할 일은 태산같이 많건만 학교도 잘 안가는게 현실.  선생님께서 관용을 배풀어 D학점만 주면 바랄게 없으리라.  이럼에도 불구하고 슬럼프는 가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5. 가끔씩 A.P.C에서 카탈로그가 날아오는데, 이번 F/W 시즌 카탈로그가 몇일전에 왔다.  그다지 산 것도 없는 사람에게 프랑스에서 온 편지는 참 훈훈하다.  카탈로그 구성 자체도 이쁜데 뒷면은 구멍난 벽에 붙혀두기 딱 좋은 사진이다 보니 참 좋다.  볼때마다 쇼생크 탈출이 생각난다.

6. 방금 청주에 유일한 듯한 클럽인 '프로그레인' 을 다녀왔다.  전자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힙합 클럽은 아무래도 취향에 맞질 않지만 간간히 나오는 업비트 곡들 때문에 그나마 논다.  사실 이강화 때문에 간다.  이강화는 오늘 여자를 엮었다.  나는 센터에서 신나게 뛰었다.  이 정도면 괜찮지 뭐...  새벽 4시 파장 분위기를 즐기며 더 놀고 싶었지만 체력이 참담하다 보니 포기.

7. 클럽하니 생각난 건데, 한참 철지나긴 했지만 소위 '라운지 뮤직' 을 틀면서 가볍게 흔들 수 있는 파티를 한번 진행해 봤으면 좋겠다.  아는 사람들만 부르고, 맥주는 하이네켄 드래프트로.  예거 마이스터는 취향이 아니라서 패스.  요즘같이 선선한 날엔 야외 무대에서 격렬하지 않은 음악을 들으며 살살 흔들면 참 좋을 듯.

8. 9등신 피규어와 상체 바디가 마탕에 깔린 노트를 만들려고 한다.  표지는 울로 박아서.  조만간 만들 예정인데(사실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시제품 나오면 올리겠다.

9. 자만에 빠져 살았다.  알고보니 난 참 그림 못그리더라.

10. 새벽에 홀로 지새는 작업실은 참 외롭다.  하긴 요즘엔 걸어다니는 것도 외롭다.  뭐 별 수 있나.  받아들여야지.  그래도 청주 사는 분들은 아는 척 해주세요.

11. 내 전화기의 성격이 명석판명하게 밝혀졌다.  허다윤 무전기다.

12. 얼마전부터 꽂혀있는 알든.  트리커즈만 해도 충분하련만, 코도반 알든은 그 가죽맛이 사진으로도 가히 압도적이다.  블로그들을 돌아다니다 몇년동안 성실하게 관리한 알든의 사진을 봤는데, 그 광택의 심도가 가히 찬란했다.  닥터 마틴으로는 어찌해도 안되는 그 경지.  알든...  역시나 중요한 건 너무 비싸다는 것.

13. 홍승완 선생님의 롤리앗은 압도적이다.  아직 경험하지 못한 비스포크 테일러 샵을 제외한다면, 가장 자랑할만한 우리나라 옷이라면 단연 이쪽이다.  테일러링, 소재, 부자재 모두 엄청나다.

14. 작년에 나온 GQ 100권 기념호를 읽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서울도 찾아보면 헤리티지가 많다는 것.  마냥 저열한 도시라고 치부할 수 없는게 서울이었다.  학림다방에서 마시는 커피.  태극당에서 먹는 팥빵.  박인당에서 판 도장.  종로양복점에서 맞추는 수트.  오래도록 살아남은 것은 지금도 어디 견주어도 빠지지 않을 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런 것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서울이기에, 내 오만이 지나쳤다는 것을 깨달았다.

15. 문명5를 한참 하고 있는데, 인생 퇴겔하기 참 적절하다.  이렇게까지 이슈가 될만한 충분한 역량이 있다(다만 곱등이와 마찬가지로, 구전되면서 그 실체 이상으로 부풀어져가는 감이 있긴 하다).  이전에 문명2를 하면서 느꼈던 감흥이 되살아났다.  정말 재미있다.  

16. '바이센티니얼 맨' 이란 영화가 있다.  진행이 밋밋하고, 다분히 작위적인 감이 있다 보니 대체적인 흥행평이 좋은 건 아니지만, 난 정말 좋아하는 영화다.  아시모프의 소설들이 대개 그렇지만, 시간의 개념을 광활하게 다루다 보니 포만감이 넘치게 즐길 수 있다.  게다가 급격한 경사없이 흐늘흐늘하게 흘러가는 영화여서, 감정적 고조 없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보기에 따라 우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리라.  그리고...  로빈 윌리엄스가 주인공이다.  이로써 충분하지 않겠는가?  자주보는 영화지만 볼 때마다 참 좋다.  

17. 우아한 SF라고 적다 보니 생각난 게 '컨택트'.  그나마 가장 합리적인 SF영화인게 우선이고(원작자가 칼 세이건이다 보니), 개개의 다양한 신념을 열린 시각으로, 그러면서도 과학에 대한 합리적인 지지와 함께 바라본다는 게 참 좋다.  게다가 조디 포스터는 어찌나 지적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