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돌아다니다(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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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서울유람기 01. 광장시장 빈대떡
밤이 내린 종로가 좋은 건 종로가 옛 친구들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르신들은 젊은 시절부터 다니던 골목 포장마차에서 그때부터 만나던 친구들과 오늘도 술잔을 털어냅니다. 변하는 것과 변치 않는 것들이 혼재한 서울에서, 종로엔 변치 않는 것도 남아 있습니다. 휴일 저녁이라 그런지 광장시장은 거의 닫혀 있었습니다. 그래도 전골목엔 밤을 잊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8000원으로 막걸리 한 병과 녹두전을 먹었습니다. 두 사람이 먹다 전은 반을 남겨 집으로 싸왔습니다. 배가 불러요. 그런데도 이모는 모듬전을 덤으로 주셨습니다. 그리고 전 장수막걸리가 입에 맞지 않습니다. 국순당에서 나오는 게 괜찮던데 이런 곳에선 팔지를 않더라구요. 밤이 내린 종로가 좋은 건 종로가 새로운 친구들에게도 인색하지 않기 때..
2010.06.28 -
서울 중구 약수동 머거보까 매운 갈비찜
유독 매운갈비라면 인연이 없었다. 매운갈비에 대한 환상이 머리속에 만연하여, 그런 만큼의 시도도 있었건만 딱히 즐겁게 남아있는 기억은 없었다. 다들 조미료 구덩이에 아까운 갈비를 쳐넣거나, 매운갈비라는 명제에 부합하지 못하는 대중친화적인 맛으로 실망케 하였었다(솔직히 개중 괜찮았던 경우도 있었으나 '매운갈비의 이데아' 에 근접하는 경우는 아니었다). 성탄절을 맞아 방문한 서울, 그것도 지친 몸을 누이기 위해 찾아가던 외가댁의 근방에서 이런 집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예전에 외삼촌과 함께 이 골목을 찾았을 때 번성하고 있던 고깃집들이 기억에 크게 남았고 이 골목을 다시 찾게 하였다. 그리고 이전에는 미처 신경쓰지 못했던 매운갈비집을 찾았고, 유독 매운맛에만 민감한 혀를 충족시켜주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
2010.01.03 -
청주 산남동 앤 / 커피 & 베이커리 'Anne'
카페 'Anne' 은 감히 말하건데 '정말 아끼는 곳' 이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게, 전경 시절에 외박 나왔을 때 건너편에 있는 만화대여점에서 베가본드 시리즈를 빌리고 나오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이곳을 모르는 상태에서 찾는건 정말 운으로만 설명할 수 있다. 이유는 뒤에...) 첫발을 두었고 이후로 늘 좋아한다. 'Anne'이 좋은건 내 취향에 부합하는 조건들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사모님이 가계에서 직접 만드시는 케잌, 초코렛과 잘 우려낸 핸드드립 커피가 있고 좋은 식기에 담겨 나온다. 청주에 좋은 커피집과 베이커리가 많지만 이곳의 수준도 빠지지 않는 정도며 다행히도, 그리고 당연히도 커피 체인점에서 먹을 때의 충족과는 격을 달리한다. 그리고 가계와 가계 사이에 껴있는 좁은 공간에 미니멀..
2009.12.21 -
청주 산남동 BA스포츠
BA스포츠는 미니벨로 기반의 체인 매장인데 정말 우연히도, 그리고 다행히도 집근처에 좋은 샵이 있어 편리하게 미니벨로 생활을 하고 있다. 이 샵에 대전이나, 심지어 전라도에서도 찾아오는 분들이 계시다는데 내겐 집 근처에 이런 샵이 있는게 참 다행이다. 만약 이 샵이 없었다면 지금쯤 MTB를 타고 있을거라 생각해본다. 여튼 체계적인 미케닉 기술을 같고 계신 사장님과 좋은 툴들이 구비되어 있기에 이 곳에서 물, 심 양면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판매하는 물건들도 탐나는 물건은 많은데 이러나 저러나 중고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에 뭐 크게 팔아드린게 없어서 가끔은 사장님께 미안하다. (여담으로 더 가까운 자전거 샵이 있긴 한데 서비스 마인드가 개같아서 상종도 안한다. 참고로 내가 이 가계를 거쳐가는 길엔 ..
2009.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