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치초 / Super Ciccio
2010. 8. 18. 05:45ㆍ옷/옷장
한달정도 꿈꾸다가 결국 사버렸다. 만족스럽다. 사실 이것만 적어도 될만하긴 하다만 그래도 포스팅인데 좀 적어야지.
구매대행 사이트에서 새로운 루트를 뚤었는지, 요즘 기존 리테일가의 절반에 가까운 가격에 풀리고 있다. 이런저런 자질구레한 혜택들을 붙혀서 20만원 미만의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덕분에 중고가보다 신품가가 싼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니 중고 판매자분들께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아무튼 싸게 샀습니다.
클래식 웨이페일러에 가까운 형태의 선글라스를 알아보다 고른게 이 것. 전에 적었다 싶이(그것을 본 분은 없겠지만) 요즘 나오는 웨이페일러는 만족스러운 퀄리티가 안나와 이쪽으로 우회했다. 그리고 오버사이즈의 프레임이다 보니 몸에서 머리가 차지하는 영역이 광범위한 내게 적합해 보였다. 가격도 싸다보니 결국 선택.
플랫 모델이 따로 있긴 하나 이 제품도 커브가 완만한 편이다. 브릿지도 살짝만 잡혀 있다. 템플도 직선이다. 림에서 브릿지로 넘어가는 각도도 크지 않다. 전반적인 디자인은 현대적이면서 강력하다. 슈퍼의 제품들이 한 때 인기를 끌었던 이유가 이런 확실한 존재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재질은 유광이며 따로 코팅 레이어가 들어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피팅은 손쉽게 할 수 있을 듯. 아마도 아세테이트로 보인다.
앞에서 적지 않았는데, 이 제품을 구매한 한가지 이유가 더 있는데, 슈퍼의 제품들은 랜즈가 칼 자이쯔의 렌즈를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칼 자이쯔는 SLR용 랜즈를 만드는 회사로 유명한데, 대다수의 광학계열 회사들이 다 그렇듯이 안경 랜즈도 만든다. 안경을 맞춰본 분들은 알겠지만 브랜드 랜즈는 가격대가 상당히 높다. 게다가 선글라스의 경우 프레임의 커브에 따라 랜즈의 곡률도 계산하여 가공해야 하기에 기술력이 좋은 안경점에서 작업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믿을만한 브랜드 랜즈를 장착한 것은 슈퍼 선글라스의 분명한 장점이다.
경첩쪽의 디테일. 이런 감춤맛은 참 재미있다. 들어내놓고 로고를 박아두는 것도 센스만 좋다면 멋지지만 이런 감춤맛이 더 매력적이다. 경첩 자체도 금장 5매첩이어서 충분히 고급스럽게 보인다. 나쁠 것 없다.
이점은 문제가 좀 심각한데, 음각이 되어 있음에도, 착용 한번에 이렇게 마킹이 지워져 버렸다(다만 5시간정도 자전거를 타긴 했지만). 반대쪽도 마찬가지. 2년째 쓰고 있는 안경이 멀쩡한데 반해 새제품이 이러는 건 문제가 있다.
이 제품도 레이벤처럼 아시아판이 나오는지는 모르겠으나. 이건 미국쪽에 풀리는 물건이다 보니 노즈페드가 굉장히 낮다. 약간의 흔적만 있는 정도로도 보인다. 게다가 템플이 커브 없이 직선인 것도 결부되어, 대다수의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잘 고정이 안될 것이라 예상된다. 내게도 그런 문제가 있어, 땀이 좀 차면 잘 흘러내린다. 아시다시피 이런 형태의 뿔테 안경은 무겁다.
처음에 박스를 받고 든 생각이 '선글라스도 벌크가 나오는구나..' 와 '가격이 싼 값을 하네' 였다. 메뉴얼, 랜즈 보증서, 그리고 성의없어 보이는 파우치와 클리너가 전부다. 하드케이스가 아닌 파우치를 사용하는 것이 나름에 장점이 있기에 선택한 것이겠으나 구성이 저렴해보임은 어쩔 수 없다. 오클리 프로그스킨도 이렇게 나오던데 아무리 생각해도 실용성은 하드케이스가 날 듯.
경쾌하면서도 강력한 형태의 선글라스이며 생각보다 물건 자체의 퀄리티도 괜찮은 편이다. 일전에 다른 안경에 대한 글에서도 말했던 것 같은데, 아주 좋은 수준의 제품이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 거래되는 가격대를 생각한다면 충분히 합리적인 제품이다.
다만... 물건을 잘 골라서 사야 한다. 코가 낮고 얼굴이 작은 사람은 좀 힘들 것이다. A-Land에서 써본 물건은 잘 맞았는데 이건 이상하게 잘 안맞는다. 혹은 노즈 패드를 덧대는 것을 추천한다. 심사숙고하고 고르길...
덤1. Ciccio는 '즐거움' 이란 뜻이었다(그나저나 뭐라고 발음하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음... 치치올리나가 그런 뜻이었구나...
덤2. Ciccio는 "치초" 라고 읽더라. 남자 애칭으로 쓰이는 단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