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피플스 바리스타 / Oliver Peoples Barrister

2010. 1. 6. 22:26옷/옷장



올리버피플스 바리스타.  이 제품은 BIR 색상.  정가 30만원대 초반(랜즈 제외). 
사이즈(mm) - 전면 폭 128, 템플 길이 138, 브릿지 21, 림 가로 45, 림 세로 48

 완전한 동그라미가 두 개 붙어있는 디자인에 금, 혹은 은 재질인 프레임을 구하고 있었다.  문제가 두 가지 있었는데, 우선 이런 형태의 디자인을 지칭하는 단어를 모르겠다는 점이 있다.  책엔 '로이드' 라고 나와 있었으나 실제로는 사어가 되었거나 책이 의미하는 바를 내가 잘못 이해하는 듯 싶다.  그리고 물어 물어 찾아낸 빈티지 프레임들은 가격이 상당했다는게 또 문제다.  빈티지 프레임 셀렉트 샵, 대표적으로 레트로스펙스에서 파는 프레임이 딱 마음에 들었으나 가격이...  '소형차' 값이였다.  물론 보다 정열이 넘쳤다면 어떻게든 구해보려 발버둥 쳤으려나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기에 꿈도 안꿔보고 접었다.  

 결국 이건 차선책이다.  그런데 형태와 재질이 원했던 바 에서 많이 벗어났고, 게다가 제법 광활한 두개골에 작기까지 하다.  이 정도면 절대 선택못한 불편이건만 내 손에 잡혀있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솔직하게, 말 그대로 '지름' 이었다.  신품에 준하는 상태의 개인매물이 저렴한 가격에 나왔다.  차한대 값의 빈티지 프레임을 구매할 정도는 아니어도 무엇이든 대체할 물건을 구하고 싶었던 정도는 되었던 열망이 이성을 얼어붙게 만들었고 정신이 들고보니 이 것과 탄식이 함께 도착해 있었다.

 그런데, 천만다행인 건 지켜볼수록 썩 괜찮았다.  일단 소재에서 오는 장점이 부각된다.  다른 소재에선 찾기 힘든 특별함, 즉 '가벼움' 이란 장점이 생각보다 크게 매력적이다.  특히 이전에 사용하던 뿔테에 비한다면 가히 르네상스에 비견될 수준의 진보다.  사실, 예전에 군대 선임이 쓰던 테그 호이어의 티타늄 프레임에서 느꼈던 경탄과 동일한 수준은 아니지만, 제법 무거운 뿔테를 쓰던 사람에게 이 물건의 장점은 정말 깊이 와 닫는다.  이 '가벼움' 이란 장점은 안경을 기능적인 역활로 다룰 때 특히 요청되는 필요성이다.  즉, 독서와 같은 목적을 위한 장시간 활용에서 큰 도움이 된다.(게다가, 이런 고전적 형태의 안경을 쓰고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생각해보면 얼마나 멋진가.  그리고 고전적 형태임에도 재질이 알류미늄+티타늄이란 건 얼마나 기묘한 매력인가)

(다만 사용된 재질인 전면의 알류미늄과 템플의 티타늄은 양날의 검이다.  문제점 중 하나인 '작다' 라는 점을 개선하기 어렵게 하는데, 가공이 어려운 소재이며 휘어지는게 아닌 부서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만큼 동네 안경점에서, 혹은 뿔테처럼 집에서 드라이기로 피팅을 할 수 있는건 바라지도 하지 않는다.  그저 피팅이 가능하기만을 꿈꾼다.  물론 얼굴이 야구공만 하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이 프레임은 비교적 작은 사이즈이기에 평범한 크기의 두상을 운용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문제가 될 것이다.  이건 불만이기 보단 일종의 비극이다.)

 그리고 역시 잘 팔리는 물건은 그럴 법 하기에 그런 것이다.  개인적으로 원하는 바에 부합하지 못해서 그렇지, 따로 놓고 보면 참 이쁜 디자인이며 기능미로도 빠질 것 없는 수준이다.  서로 상충되는 듯 보이는 단어이긴 하나, 고전적이면서도 날렵하다.  벗어놓으면 평범해 보이나 쓰면 특별한 디자인과 정교한 마무리 때문에 비슷한 디자인의 저가 안경테와는 다른 수준의 에너지를 뿜어낸다.


 이걸 계속 쓸 것인가 아니면 방출할 것인가를 고민해본다.  책읽을 때나 집에 있을 때, 그리고 여름엔 좋을 것 같으나 애초에 원했던 바가 아니었기에 마음이 계속 찜찜하다.  그리고 방학기간인데다 근 일주일 동안 집안에서 칩거생활 중이여서 필드테스트를 해볼 기회가 없었다.  얼마간 운용을 하면서 향후 거취를 결정하려 한다.

 총평은 '사도 후회는 안해' 다.  내가 후회하는 건, 원래 원하던 바가 아니라는 점이 가장 크다.  따로 두고 보면 좋은 프레임이다. 


덤. 처음엔 저게 무슨 의미일지 고민했었는데 알고 보니 '림 가로ㅁ브릿지-템플' 길이다.   
덤2. 요번 포스트는 보다 개인적이고 관념유희적인 내용이 적혔고 그게 의도였다.  그런데 두 개밖에 올리지 않긴 했다만 안경 포스트는 결국 이런 내용으로 흘러간다.  이상하다만 까닭은 알법하다.  다만 안경이 마음에 안들어 그런지 글도 마음에 안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