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 2

2009. 10. 12. 21:25잡문/일기는 일기장에


 아직도 고민인게 '도대체 무슨 글을 이 곳에서 다뤄야 할 것인가?' 다.  이 판까지 옮겨왔다면 주어진 명확한 형식에 부합할 수 있는 명확한 컨탠츠를 다뤄야 할 터이련만 아직 명확한 주제설정을 못했다.  몇가지 글을 포스팅 하면서 느낀게 이런식으로 흘러간다면 이전에 쓰던 싸이월드 블로그와 별 차이가 없을 거라 생각하고 노심초사중이다.

 물론 성격에 가장 편안하게 감기는 방식은 관심있는 분야들을 두루두루 중구난방으로 다뤄보는 것.  원체 깊이없고 넓게 깔린 지식만을 향유하는 만큼 그런 방식이라면 별 어려움 없이 이 곳을 다룰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명백한 건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이 곳을 처음 시도할 때 그런 목적으로 시도한게 아니라는 점이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명확한 주제의식에서 이전에 쓰던 글 보단(그래도 피상적인 건 소피부나 개피부나 마찬가지겠지만)깊이있는 글을 시도해보려고 이 판위에 올라섰다.  그리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가까운 바램과 먼 이상, 이 양자의 괴리속에서 개장한지 한달이 얼마 남지 않은 이 블로그는 움찔움찔하는 정도의 발걸음만 반복하고 있다.  어떤 일을 할때나 첫삽이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지만 어떤 글을 쓰면서 이렇게 고민하는 것 꽤 오래간만이다. 

 그래도 다행히 비교적 최근의 고민에서 약간의 가닥이 잡혔다.  명확하게 잡힌 대주제는 '20대를 위한 클래식' 과 미니벨로를 다루려는 것이다.  물론 희망사항이라면 클래식 수트나 빈티지 오디오에 대한 전문적인 정보와 로드 바이크의 미케닉 기술도 다뤄 이 블로그만의 확고한 컨템포러리를 확보하고 싶으나 이미 고수들이 충천한 분야이고 아직은 내가 손댈 수 없는 범위다 보니(주로 논거를 획득하는데 드는 금전적인 지출이 이유다.  나 아직 학생이다.)어설프게 다루면 내일보면 간지러운 글이 되리라 싶어 그래도 가장 자신있는 고른게 이정도의 범주다.  그리고 이렇게라면 즐겁게 쓸 수 있을 것 같고 오류도 적을 것 같다.  

 그리고 이 대주제를 엮는 블로그 코드는 고전주의, 평범한 20대에게 허용된 것, 합리적 소비의 이해, 풍류 정도다.

 고전주의부터 설명하자면 지금 내가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문화적 조류로 프로그레시브나 포스트 모던이 아닌 모던의 기치, 그리고 보다 집중해서 분류하면 내제된 이념보단 발산되는 외양의 형식미에 관심을 두고 있다.  지금 내 삶을 관통하고 있는 가장 뚜렷한 코드이니 만큼 가장 밀도있고 융화되어 다룰 수 있을 것이다.

 '평범한 20대에게 허용된 것' 이란 코드는 냉소적이고 직접적으로 말해 금전적 허용 범위를 의미한다.  물론 키튼이나 알렉스 몰튼이 매력적이라는 것은 알면 알수록 분명해지기만 하나 소위 평범한 20대에게 이 모든 것을 누리는 건 어찌봐도 과분한 사치로만 생각된다.  이 블로그에선 키튼대신 프레드 페리의 피케셔츠를 고르는 법, 알렉스 몰튼 대신 다혼 미니벨로의 감상을 다루려 한다.(다만 어쩌면 전자들을 다룰수도 있다.  매력적인 건 변치않기에 여력이 된다면 다뤄보곤 싶다.)

 '합리적 소비의 이해' 는 어떤 소비가 왜 그런 대가를 치루어야 하는지를 분석적 관점에서 접근하여, 선택 대상을 단순히 사진찍기, 찍힘을 위한 피상적 완성의 도구가 아닌 깊은 만족의 동반자로 고르는 접근법을 말한다.  실질 적용의 형식은 간명한데 되도록이면 관찰과 분석의 과정을 놓치지 않고 이 블로그에서 다루려 한다.  이를 통해 어떤 대상이 좋다면 왜 좋은지, 나쁘다면 왜 나쁜지를 이해하기 위한 시도를 하려 한다.  그리고 세부적으로, 타 블로그에선 브로셔나 업체 프레젠테이션으로 알려진 정보를 다루지만 내겐 그런 정보가 피상적으로 보이며, 무엇보다도 손에 잘 닫지 않고 찾아다니는게 귀찮기에 논거를 획득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아진다 하더라도 되도록이면 손에 직접 잡히는 것만 다루는 유물론적 접근을 지지하려 한다. (다만 이런 접근법은 꽤 높은 산인데 무정형의 공감각적 감상을 적을 때는 절대로 부합할 수 없는 조건이다.  이 괴리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는 아직 고민중이다.) 

 마지막으로 풍류는 두가지 의미를 담는다.  첫번째는 사실 명백한 사치가 되기에 충분한 것들을 스스로 합리화 시킬 수 있는 자기만족의 가치를 잊지 않고 다룰 것임을 의미하고, 두번째는 내가 늘 배우고 있다고 생각하는 어떤 분의 글처럼(누군지 꼭 말할 필요는 없겠지만), 아무리 냉소적인 내용을 담은 냉소적 주제 형식이라도 그 전달과정의 형식엔 유연하고 아름다운 미적 기조를 유지하려 함을 말한다.

 최근에 한 고민에선 이런 주제의식을 설정하였다.  아직도 당분간은 많은 고민이 있겠지만 적어도 확실한 건 앞으로 글을 쓰면서 이런 주제의식들이 어떻게든 반영된 글들을 쓰려 한다는 것이다.('쓸 것이다' 라고 하진 못하겠다.)그리고 이 블로그를 시작하며 다짐했던 마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이건 확정형으로 적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들렀다 가는 맥도널드 같은 블로그도 좋다.  다만 바램이 있다면 물어물어 찾아오는 골목 모퉁이 순대국집 같은 블로그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