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정

2009. 10. 21. 00:06잡문/일기는 일기장에


 옛 말에 틀린 말이 없다고, '난 누군가 여긴 어딘가' 라면 울부짓던 노랫말만큼 심각한 고민도 없다.  현실적으로 와닫는 문제는 컨베이어 벨트에 착착 실려 오는데 보이지 않는 나는 늘 의심스러운데다 여긴 어지러울 정도로 흐느적 거리고 번쩍거린다.  날 유혹하는 것들과 내가 유혹당하는 이유.  모든 것들이 분명 물질이건만 그 것 마저도 불분명하다.  

 자본주의를 비판하지도, 체제를 원망하지도 못한다.  그저 손을 내리깔고 피폐해진 사유로 게으름 부릴 뿐.  누구를 적으로 삼기엔 아직 여리고 이미 나약하다.  친구는 잊혀지지 않을려면 내게 잘되라고 했다.  이미 잊혀져버리진 않았을까?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잊혀지면 뭐 어떻냐는 관조가 이 동산엔 만연하다는 거다.

 우리가 꾸던 꿈들은 어디에 춤추고 있을까?  나비가 날고 태양은 언덕만하던 세상에서 굴리던 굴렁쇠.  지금 내게 허용된 공상은 건조한 삶에 던져질 걸 대비하는 건조함으로의 미메시스 뿐.  바싹 말라버린 삶은 말초신경도 상처를 느낄 수 없다.
    
 그때 넌 어디에 있었니?  그리고 지금은 어디에 있니?  난 여기에 있단다.  다만 난 내가 어디 있는지를 말할 수 없을 뿐이야.  그리고 내가 누군지를 아직도 모를 뿐이야.  25년을 살았는데 주어진 흔한 건 형이상학과 유물론을 모두 포용하는 총체적인 가난함과 궁금함 뿐이다.  그렇다.  난 베트맨은 돈도 없고 정의감도 없어서 못 된다.  늘 자신에게 버림받은 리들러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