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y Christmas

2009. 12. 27. 15:11잡문/일기는 일기장에

 세상 다 떠날 것처럼 잔인하던 크리스마스는 '그 일' 이 있은 후 곧 찾아온 맑은 새벽처럼 날아가버렸다.  흔하디 흔한 일처럼 지나가 버리고 지나쳐 버려야 했던 그 순간, 하지만 몇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혈관을 부유하는 잔혹한 망령으로 남아있는 미안함은 마음에 쌓인 지층에 남겨져 신께서 파해치실 때까지 부서지지 않을 짐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비록 크리스마스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맑은 얼굴로 다시 돌아와 웃으며 말을 걸겠지만 그때마다 잊혀지지 않고 떠올리게 될 것도 분명하리라.  그리고 그건 그나마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당연함일 것이다. 

 언젠가는 만나게 될 일상의 사소한 인상은 소박하지만 잔혹한 기억들을 다시 꺼내어 뒤척이는 새벽에 울먹임을 더할 것이고, 멀쩡한 걸음으로 한낮을 걷는게 사치임을 깨닫도록 끊임없이 속삭일 것이다.  시간은 선형적이지만 기억은 공간처럼 어디로든 발을 디딜 수 있다는 건 인간을 인간이게 만드는 축복이나 동시에 인간을 인간적이게 만드는 비극이다.

 결국 하나 잘나지 못한 사람이기에 흔한 변명 하나마저 꺼내지 못하니 어두운 밤 같은 비극은 등불하나 던져주지 않을 만큼 엄격하기만 하다.

 미안하나.  미안하다.  미안하다.
 제발 날 용서해다오.  
 내가 너라면 날 용서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부디 날 용서해다오.  
 미안하다. 

 크리스마스엔 비가 내리고 버스에서 내리니 비는 안개로 변해 있었다.  세상이 울어준다고 믿기엔 죄는 너무 크고 죄를 진 자는 너무 사소하다.  나 때문이다.  나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