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디움 점퍼 1차판

2009. 12. 13. 07:20옷/이야기


 이쪽 업계에선 그나마 독보적으로 접근성이 좋고 소량주문도 받아주는 스타장닷넷(Starjang.net)에서 주문한 물건이다.  납기일까지는 대략 열흘정도 걸렸는데 기대했던 것 보다 많이 못하지도, 더하지도 않은 적절한 완성도여서 그냥저냥 만족하고 있다.  

 제작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둔 의도는 '가격' 이다.  어느정도는 제한되는 가격책정 상한선이 있었기에 그 선에서 맞추려 하였다.  개인적으론 좋아하지 않는 방식이나 그래도 단체 구매다 보니 원하는 목적엔 부합했다 생각한다.  최종 가격은 장당 6만원에 그쳤는데 이 정도 퀄리티라면 선방했다고 자평한다.  다만 그러다 보니 여러가지 요소들을 생략해야 했고 결국 디자인은 업체에서 제시하는 기본형을 따르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도 합리화 해보자면, 처음부터 어떤 집단의 유대감을 위해 제작한 것이 아니고, 그럴려면 특정한 이미지를 형성시키는 것 보단 기본에 가깝게 제작하는 것이 보다 구매 당사자에겐 합리적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내가 이렇게 간결한 걸 좋아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결국 디자인은 거의 기본형에 가깝다.  핏은 일반핏과 슬림핏 중 후자이며 기본구성에서 수정한 건 팔과 주머니 파이핑에 진피를 사용했다는 점만 있다.

 일단 변경점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레더파츠에서 선택가능한 메터리얼은 소가죽만 있다.  이게 가격 책정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합피 사용시 기본 단가는 벌당 3만원이었고 이건 벌당 6만원이다.  두배의 금액을 지불했으나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제법 만족스럽다.  아무래도 진피가 텍스쳐의 느낌과 무게감에서 더 자연스럽고 담담하며, 그렇기에 옷을 보다 담백하고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게다가 이 옷의 기능이 '외투' 이기에 노화가 많이 진행될 것이라면 그 결과에서 진피는 합피에 비해 분명한 우위를 가지고 있음이 명백하다.  이런 점들은 처음 디자인을 짤 때 원하던 바였으며 원하는 바대로 진행되었기에 만족한다.  하지만 불만도 있다.  염색과 워싱 퀄리티가 기대했던 것 보단 못하다는 점이다.  분명 좋은 케미컬과 테크닉을 사용하진 않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건 이 옷의 다른 부분들과도 일맥상통하는데, 가격과 납기량에 기인한 문제이기 때문에 딱히 좋은 개선안이 나올 순 없을 것 같다.  다만 머리속에 들어있는 '퀄리티' 란 관념이 가진 적정수준에 부합하지 못함은 분명하고, 그렇기에 아쉬울 뿐이다.  

 막연하지만 첨예한, '퀄리티' 에 대한 기대와 그에 상응하지 못하는 현실의 문제는 다른 부분들에서도 읽혀진다.  안감의 충전제의 충전량이 부족하고 누빔처리의 배색이 마치 전투경찰 깔깔이를 떠올리게 한다.  게다가 이런 점이 얇고 기대보다 성긴 겉감의 재질(아마 울혼방인데 울의 퀄리티보단 가공능력이 문제다.)과 결합하면서 옷을 현실적으론 한겨울용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게 되었고, 관념적으론 외관을 저렴하게 보이도록 만든다.  사실 제작업체에선 특수 압축원단을 사용했기에 방한에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이며 아직까지는 날씨가 괜찮아 냉정한 방한 테스트를 해본 것은 아니기에 현실적인 의미의 비판은 유보해야 겠으나 그래도 관념적인 입장에선 불만이 있다.  쉽게 말하자면...  옷이 '싸보인다'.  몸판의 재질을 변경할 수 있는 옵션이 있으나 주문량이 소량이였기에 적용할 수 없다고 들었기에 더 아쉽다.  적어도 울 이중지정도를 사용했다면 괜찮았으련만...  이럴 때 아쉬운게 '가격' 이란 어쩔 수 없는 변인이다.  사실 가격의 문제를 감안한 관점에서 본다면 적절한 수준이련만 허영으로 찬 절대기준에서 다루는 관점이 그걸 가린다.

 스티칭, 부자재, 마감과 같은 보조적 부분들도 어떤 관점에서 다루느냐에 따라 충분히 달라 보인다.  가격을 생각한다면 제법 괜찮은 수준이다.  스티치의 패턴이 특별한 건 아니지만 일레귤러가 많은 편은 아니다.  스냅 버튼은 잘 잠기고 풀어지지 않는다.  마감에서 약간씩의 주의를 완전히 기울이지 못한 부분이 보이나 소위 '불량' 으로 인식될 정도로의 문제도 없다.  이런 식으로, 적어도 크게 거슬릴 정도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다.  그리고 옷이 갖춰야 할 기본 기능을 생각한다면 충분한 수준이다.  하지만 역시나 절대기준에서 다뤄볼 때 문제다.  슈프림이나 라이풀등의 기성 컬트 브랜드에서 나오는 동류의 의류가 갖춘 수준에 비하면 아쉬운 점이 많다.  스티치는 간혹 절개선을 무시하고 나갈 때가 있으며 스냅 버튼은 잘 열리지가 않는다.  그리고 이러나 저러나 모자란 점이 보인다는 것은 마감이 완전하지 못하며 만족스럽지 못하단 증거다.  

  쓰고 보니 불만 투성이의 글이 되버렸다.  관념에 대비되는 이런 불편한 진실들은 이 점퍼에 대한 적절한 평가를 방해한다.  하지만 관점은 유동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야 한다.  세자리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구두를 보는 기준으로 나이키 운동화를 보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대성을 감안한 기준에서 본다면 이 스타디움 점퍼는 제법 만족스러운 결과물이다.  보세의류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원하는 디자인을 갖춘 의류를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은 어떤 수사로도 표현할 수 없는 매력이며 가격에 부합하는 퀄리티는 충분히 합리적이다.  이 점퍼가 점유하고 있는 위치를 잊지 않고 생각할 수 있다면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 될 것이다.  그리고 실상 요번 구매자들의 반응은 제법 괜찮았으며 2차 구매를 준비하고 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이 점퍼를 다루는 옳은 관점이라 생각한다.

덤1. 방학 이전까지 오더가 많이 밀려있어 소량 구매는 대기시간이 오래걸릴 수 있으며 특별한 디자인은 업체에서 받지 않고 있다.  특별한 디자인을 원한다면 조금 더 기다리자.

덤2. 쓰고보니 핏을 안 다뤘는데 간단하게 적자면 '역시나 괜찮은' 편이다.  일반핏과 슬림핏 중 선택할 수 있으며 이건 슬림핏인데 너무 타이트하지 않은 적절한 노멀핏이여서 개인적으론 만족스럽다.  핏팅이 아나토믹하게 대응하진 않는다는게 아쉽긴 하나 이게 질샌더나 디올 옴므는 아니니까 그러려니 하며 대단히 후진 핏은 아니니 우려까지는 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아마 일반핏은 주변의 '체대 잠바' 에서 볼 수 있는 핏일꺼라 예상해본다.  사이즈는 L이 큰 95, S가 일반 95 정도 된다. 

덤3. 이하는 간단한 핏팅 소개와 사진 중 마음에 들게 나온 것들을 추렸다.  보기 싫으면..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