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추천

2010. 1. 3. 01:47옷/이야기

 연말, 연시를 책과 함께 온화하게 보내고 싶어 학교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들이다.  일반적인 패션 관련 교양서라 생각했으나 기대했던 바 보다 좋았기에 추천하려 한다. 

남자의 옷 이야기 1, 2

 해가 바뀌어, 지금으로부터 무려 13년전인 97년에 시공사[각주:1]에서 나온 책이다.  총 두 권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1권에선 수트, 2권에선 캐쥬얼과 악세서리 활용법을 다루고 있다.   

 제법 흘러간 책이기에 이 것을 지금도 구할 수 있으련지는 모르겠다.  빌려온 책은 99년에 나온 3쇄판인데 3년동안 3쇄까지 밖에 안 나왔다는 것은 흥행도 그다지 대단하진 못했단 것이고, 그렇다면 아마 절판되었으리라 싶으나 확인해보진 않았기에 알 순 없다.  이렇게까지 책의 상황을 설명하는 이유는, 한 질 구매하고 싶기에 충분한 컨텐츠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남성 의류에 대한 개론을 담고 있는 책이나 그 깊이와 세분화가 예사롭지 않다.  분야별 의류의 유래와 역사, 활용예, 도식적 이해를 넓지만 깊이감이 모자라지 않게 다루고 있으며 내용이 상당히 정확하다.  즉, 옷을 입는다는 행위를 시도하기 위해 갖춰져야 할 지적 체계를 건축하기에 충분한 재료들이 이 책들에 충분히 담겨져 있다.  특히 처음으로 클래식 착장을 시도하려 하는 나같은 사람들에겐 이 책 두권만 읽어도 충분히 포문을 열 용기가 생기리라 생각한다.  괜히 눈에 밟히는 PPL과 각 권의 후반부에 나와 있는 조금 모자란 깊이의 일상 예절에 대한 내용을 배제시키고 순수하게 남성 의류에 대한 내용만을 다루었으면 더 좋은 책이될 수 있었겠지만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앞에서 말한 바 대로, 구할 수 있다면 꼭 구매하고 싶은 책들이다.  다만 구할 수 있을지가 문제긴 하다.


남자는 철학을 입는다(Classic Suit Philosophy)

 이건 비교적 최근에 나온 책이며 '란스미어' 의 저 유명한 남훈 선생이 쓴 책이기에 클래식 입문자들에겐 보다 권위있고 가깝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멋진 그림, 명사들의 잠언, 관념적 글 구성, 그리고 실상황에 가까운 조언들이 결합된 세련된 구성의 책이다.  게다가 이건 서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에 클래식 입문자라면 한 번 읽어보길 권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어느 정도만 클래식에 대한 관심과 열망을 가지고 있다면 충분히 쉽게, 그러면서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앞의 책들에 비하면 적어도, 개인적 기준에는 부합하지 못하는 점이 잡힌다.  제목에 '철학' 이란 단어를 쓰고 있으면서도 내용에서 '왜' 가 생략되고 '어떻게' 만 다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점은 이 책을 읽은 클래식 입문자들이 남성 복식에 대한 구조적인 이해가 아닌 피상적인 이해에 그치게 하여 그 복잡한 규율에 지쳐 판을 떠나게 하거나 허상만을 쫓는 클래식계에서 가장 우려되는 결과에 도달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게 한다.  물론 이런 설정이 보다 쉽게 흥미를 불러일으키려는 의도에 기인할 수도 있고, 어느 정도 한정해야 하는 외재적 틀, 즉 분량과 책 디자인에 의해 그런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보다 욕심을 부려보는 것은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사실 클래식까지 관심을 가지게 된 사람이라면 '멋지게 보임' 에 대한 열의가 쉽게 식을 것은 아닐 것이기에 보다 많은 분량으로 인해 생기는 고역 정도는 감수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해 보며, 그렇기에 남훈 선생의 배려가 과했던 건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물론 앞에서 말한 바 대로 산뜻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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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클래식의 깊고 방대한 세계를 단 두 권의 책으로 파악한다는 건 어림없는 일이다.  하지만 클래식을 시도하려 하는 초보자에게 이 세 권의 책은 보다 넓은 세계로 나갈 수 있는 좋은 길잡이가 되 줄 것임이 분명하리란...  상투적인 평으로 글을 줄인다. 

  1. 솔직히, 이 회사에선 양서도 많이 많든다. 허나 정치적인 선입견 때문에 시공사라면 약간 꺼려지게 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