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berty 백화점의 협업.

2011. 6. 27. 13:33옷/이야기



 런던에서 유명한 것들의 대부분이 그렇지만, 리버티 백화점도 오래되고 고풍스럽다(혹은 보수적이다). 1875년에 열어 100년을 충분히 넘겼고, 위치도 리젠트 스트리트 근방, 건물도 오늘날의 백화점과는 사뭇 괴리가 있는 고전형을 그대로 쓰고 있다. 특이사항으로는, 포목상과 겸하며 출발했던 곳이다 보니 오늘날에도 독자적인 플로랄, 페이즐리 패턴의 옷감이나 스카프 따위들을 팔고 있다.
 조건만 놓고 본다면 제법 노털의 향취가 풍기는, 머스크향이 배어나오는 물건만 파는 곳일 것 같지만 오늘의 동향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인 점이 재미있다. ASOS나 해로즈처럼 규모가 커 컨템포러리 패션을 완전히 포용할 수 있을 만큼은 못되더라도, 젊은이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물건들을 구비해두고 있으며 오피셜 온라인 스토어도 예쁘게 꾸며두었다. 틀을 유지하면서도 변화를 도모하는, 지극히 영국적인 성향을 읽을 수 있다.

 무언가를 계속 시도해보려는 브랜드다 보니 여타 브랜드와의 협업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각주:1], 최근 들어서는 스트릿, 서브컬쳐 브랜드들과의 협업도 몇 건 진행되었다. 리버티 백화점은 특이하게도 '옷감' 을 판매하는 곳이며(그것도 꽤 비싸게) 그 점이 유명하다 보니 협업에 들어가는 텍스타일들은 주로 리버티 백화점의 시그니쳐 플로랄 패턴이다. 흥미있는 물건들을 몇 개 걸어둔다.


x Supreme

캡슐 컬렉션이라고 부르기도 뭐하니, 일전에 올릴 전 있었던 '톰 브라운 x 슈프림' 의 케이스와 비슷하다. 달랑 이거 한 장. 그나마 베리에이션은 적색과 남색 두 종류다. 텍스타일 패턴은 리버티에서 가져오고, 버튼다운 칼라와 가슴 주머니 디테일은 슈프림이 가져왔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보시다시피 캐주얼 셔츠. 4월에 발매되었고 가격은 128 달러. 정식 컬렉션으로 분류되지는 않고, 2011년 슈프림 S/S에 포함되어 있다. 발매수량이 적었는지 지금은 파는 곳이 없다. 그다지 미련도 없다.




x Fred Perry

 이건 그래도 캡슐 컬렉션 정도는 된다. 앞서 슈프림과의 협업이 양자가 둘 다 힘을 안주는 듯한 인상이었다면, 프레드 페리와의 협업은 적어도 프레드 페리쪽에서 힘을 주는 것으론 보인다. 남, 여성용 셔츠, 피케 셔츠, 점퍼, 백 등이 발매되었고 가격은 일반판보다 약간 비싼 수준. 적어도 '프레드 페리 x 라프 시몬스' 때처럼 당황스러운 가격대는 아니다. 현재는 재고물량이 거의 다 소진된 것으로 보인다. 여담으로, 나도 이 협업판 피케 셔츠를 두 장 구매했다. 로렐 기본형에 감춤 배색으로 플로랄 패턴이 들어갔는데, 옷에 삼삼한 재미가 있어 단박에 골랐다.


x Nike  

 가장 최근이며 가장 규모가 큰 협업이다. 신발 종은 덩크 하이, 블레이저, 에어 포스 1. 각각 프린트 베리에이션이 몇 가지씩 있다. 블레이저를 제외하면 인상이 좀 쌘 신발들이지만, 이렇게 화사한 프린트를 입혀놓으니 산뜻하고 경쾌하게 다가온다. 나이키 코리아에서도 여성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전개했으니, 기존 나이키 신발의 인상과는 그 궤를 달리 한다. 아무튼 예쁘다. 가격은 68파운드에서 78파운드. 가격도 근사하다 보니 하나 사고 싶다만 리버티의 오피셜 쪽은 거의 다 매진된 상태. 나이키 코리아로 우리나라에 들어오기는 하는데 좀 비싸다.
  1. 일전에 이 블로그에서 말했던 것 같은데, 이런 일은 국내 백화점에서 찾아보기 힘든다. 백화점이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닌 하나의 브랜드로서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하며, 독자적인 아이덴티티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함에서 가, 불가의 차이가 결정되는 것 같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