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C New Cure Denim Indigo Darker / 아페쎄 뉴 큐어 데님 인디고 다커

2009. 11. 18. 00:15옷/옷장


A.P.C New Cure.  인디고.  27사이즈(실측 29~30정도).  마카오산.  신세계 몰 판매가격 26만 8천원.
실측 단면 사이즈(Cm) - 허리 39, 총길이 103, 밑단 17, 허벅지 24, 전면 밑위 23, 후면 밑위 32, 요크 8.


 (얼마간의 착용 후에 찍은 사진이다.  워싱이 본격적으로 생길 무렵이다.  새제품의 색감은 더 어두운 인디고 컬러)

 핏은 네로우 핏이나 자전거 생활로 인해 많이 굵어진 허벅지의 내게 제법 릴렉스하게 다가왔다.  완전히 조이는 슈퍼 스키니 핏일거란 기대 아닌 기대와는 달리 적당한 여유가 있었다.  특히 허벅지와 종아리 부분은 붙으면서 엉덩이와 무릎, 발목 부분에 여유를 주어 전체적으로 여유있어 보이게 만드는 패턴이 쓸만하다.  대략 '포멀하고 정숙한 스키니' 정도의 감각이다.


 모든 아페쎄의 로우 데님[각주:1]은 코튼 100%의 비교적 두꺼운 셀비지 데님을 사용한다.[각주:2]  일본산 원단을 사용하며 제작은 마카오에서 한다.  실물을 다룰 때도 원단의 퀄리티는 만족스러운 편인데, 두껍고 뻣뻣하며 약간은 엉성해보이는 셀비지 특유의 직조감과 염색특성이 잘 느껴진다.  결국 이런 원단의 특성이 아페쎄를 선택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라 생각한다.

 아페쎄의 데님 팬츠들엔 특별한 디테일이 없다.  백포켓에 스티치가 없을 뿐더러 대다수의 데님 팬츠에서 볼 수 있는 벨트룹의 브랜드 패치도 없다.  이런 단촐한 디자인은 과하지 않은 핏, 좋은 재질과 결부되어 아페쎄 데님 팬츠의 아이덴티티를 형성하고 있다. 


 외장도 단순한 편이다.  고전적인 버튼 플라이[각주:3]를 따르고 있으며 리벳은 스틸 리벳을 사용하고 있다.  고전미를 살리기 위해 구리 리벳을 사용해보는 건 어땠을까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으나 스틸 리벳쪽이 아페쎄가 추구하고 있는 단순, 정숙미에 더 적합하게 보이긴 한다.  사실 아쉬운 점은 셀비지 아웃 라인이 생략되어 있는 점이다.  단순 봉재로만 처리되어 있다.  셀비지 데님인데 그것의 몽타쥬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건 분명 아쉬운 점이고 다른 라인의 모델들은 모두 제공하고 있는 사항이기에 아쉬움이 크다. 

 스티치에서 별 문제잡을 점은 없다.  비록 누디진 상위 모델의 완벽하면서도 특이한 형태의 스티치에 비하기엔 무리가 있으나, 별 특성이 없고 약간씩의 틀어짐과 일레귤러가 눈에 띄이긴 하나 완성도에서 전체적으로 조밀하며 튼튼하게 박혀 있어 흠이라 여기기에도 무리가 있다.  적절하다.  이 정도면 된다.

 내부엔 세탁탭 하나만이 존재하며 특별한 디테일은 없다.  사이즈와 핏은 이너 매인탭에 같이 붙어 있고 모든 아페쎄의 데님 팬츠는 이 구조를 따르고 있다.  약간의 감춤맛을 부려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지만 이 팬츠가 지향하고 있는 설정에 이런 간결한 구성은 적절하게 부합하고 있기에 불만까지는 아니다.  안이고 밖이고 간결하게 정돈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동봉되어 있는 소책자들.  '레시피' 라는 표현으로 로우 데님을 다루는 몇가지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개인적으론 1번과 4번을 지지하며 가능하다면 4번이 가장 이쁜 색감을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각주:4]

 두번째는 각 모델별 특성과 핏을 소개하고 있다.  사실 구조 자체는 모델간에 큰 차이가 없기에 A.P.C 로우 데님 팬츠를 선택할 때는 핏만 중점적으로 보면 된다.  핏별 넓음-좁음은 힙스터-뉴 스탠다드-쁘띠 스탠다드-큐어-뉴 큐어 순이다.  하지만 아페쎄의 핏이 대체적으로 좁게 나오는 편이기에 힙스터라 할지라도 다른 브랜드에서 기대할 수 있는 릴렉스 핏까지는 아니고 약간 넓은 스트레이트 정도이다.  뉴 스탠다드도 스트레이트 기본이 아닌 슬림 핏이다.


 위 두 장은 처음에 올린 사진에서 한달정도(실착용은 20일 정도 된다.)가 지났을 때의 상태다.  착용하고 자전거를 많이 탔기에 근육이 팽창하는 부분이 늘어났고, 고착화되었다.  이건 스트레치 데님이 아니기에 더한 문제인데 자신의 데님으로 만들기엔 더할 나위없이 즐거운 부분이다.  

 골반쪽 주름[각주:5]은 네로우 핏임에도 매인 포켓 아래의 적당한 부분까지 잡히기에 워싱으로 진행되었을 때에 적절하게 작용할 것이다.  오금쪽 주름은 굵고 명확하게 잡히는 편.  끝단쪽은 길이가 짧은 만큼 직시할만한 변화가 보이진 않는다.  

 그리 가혹한 상황에서 근무하는게 아닌 것과 동절기에 주로 착용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워싱 속도는 분명 빠른편이다.  마모보다는 이염이 빠른 편인데 ,사용중인 가죽 안장에 이염되는 양이 사용한 기간에 대비해 생각한다면 상당히 많다.  

 총평이다.  로우 데님을 즐기기에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심심하지만 갖출 것을 잘 갖춘, 그러 바탕 위에서 오래 입어 나만의 옷으로 만들어나가는 재미가 보장되어 있는 물건이다.  물론 가격이 합리적인 것은 절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꼭 거쳐가기를 권한다.
  1. 염색 후 선 세탁처리 없이 바로 판매되는 제품. 초창기의 데님의류들은 모두 이런 방식이였으나 데님의류가 패션에 포섭되면서 워싱이 패션 포인트가 되고, 무엇보다도 다른 의류에 인디고 색상이 물드는 이염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 한동안 거의 모든 데님의류는 선세탁 방식으로 나왔었다. 밀레니엄 전후로 로우 데님을 입어서 워싱을 만드는 기법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하면서 다시 고전적인 방식으로 선 세탁없이 발매되는 데님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참고로 난 이런 방식의 지지자여서 집엔 워싱 데님이 단 한벌도 없다. [본문으로]
  2. 이전에는 14온스로 알고 있었는데 여러 모델을 다뤄보니 14온스치곤 얇은 느낌이다. 12온스 근방의 일반적인 셀비지천인 것 같은데 정확한 정보는 아직 얻지 못했다. [본문으로]
  3. 팬츠 앞이 여러개의 단추로 열리게 되어있는 구조. 남성의 경우 착석시에 앞부분이 불룩하게 나오는 것을 막는다. 다만 구조상의 불편함이 약간 있고 제작단가가 올라가기에 최근엔 기피되는 방식. 반대는 지퍼플라이. [본문으로]
  4. 물론 '가능하다면' 패기처분할 때까지 세탁하지 않는 것을 권장한다. [본문으로]
  5. 소위 '고양이 수염' 이라고 불린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