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노 로드-C 재조립 Part. 2/2

2011. 6. 7. 04:45두 바퀴/만지다


8.1. 본디 2부에서 끝내려 했는데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못해 이번 분량에서도 완결을 못냈다. 게다가 방금 다 쓴 글이 날아가 새로 작성하는 중이다. 결국 형식미는 형편없고 질도 떨어지는 글이 될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 블로그의 글이 늘 그래왔기에 별 티가 안난다는 점. 

8.2. 블로그 초창기에 썼던, 브루노 로드-20 1차 개조판에서도 참조했었고, 지금도 모범 사례로 두고 참조하고 있는 자전거가 있다[각주:1]. Ip2meteora 님이 만드신 브루노 로드-20은 늘 귀감이며, 막힐 때마다 예제로 좋다. 몇 년 지났긴 하다만 역대 브루노 개조판 중 내겐 최고로 보인다. 다만 나도 저런 파츠들이 원활하게 수급되면 좋으련만, "가난 랜드너" 란 컨셉도 있고 예산도 빡빡하고 하여 얼기설기 가고 있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으나 나름의 재미가 있다면서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


9.1. 20X406의 휠 사이즈를 쓰면서 다이아몬드형 프레임[각주:2]이어서 싯 스테이가 높이 올라가는 브루노 로드-20에는 쓸만한 머드가드가 정말 없다. 프론트 보다는 리어에서 문제가 발생하는데, 역대 수많은 머드가드들을 시도해 보았으나 다들 451 휠 사이즈나 언더본 생활 미벨에 맞추어 나왔기에 만족스러운 결과는 도출하지 못했다. 일단 사이즈가 안맞아 삽입 각도가 안나오고, 싯 스테이 브라켓이 없거나 각도가 달라 지지력을 못 받았다. 결국 1차 개조 때는 리어 머드가드를 포기하고 프론트만 챙기게 되었다. 
 
 한참을 손놓고 지내던 중 발견한 것이 다혼의 순정차에 간간히 쓰이고, 애프터 파츠로도 팔리는 이 물건이다. 일단 20인치는 늘 406으로 내놓는 다혼이다 보니 사이즈는 맞을 것 같았고, 다양한 형태의 프레임에 적용된 예시들이 있으면서 에프터 파츠로도 팔리는 것으로 보아 브라켓의 위치를 가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가정 하에 "시도나 해보자" 싶어 들여보니, 내 삶에서 긍정적인 예측이 적중하는 경우가 굉장히 드문데 오래간만에 그 광휘를 뽐냈다. 딱 맞는다. 사이즈는 말할 것도 없고, 싯 스테이 쪽 브라켓도 예상했던 바 대로 가변이어서 어떤 각도라도 적용할 수 있었다. 다행이다. 랜드너에 머드가드가 빠지면 팥빙수에서 그릇이 빠지는 듯한 느낌일 터인데.

 다만 약간의 불만은 있으니, 가격대가 있는 물건인 만큼 살포시 알류미늄이길 기대했으나 현실은 플라스틱. 물론 무게가 크게 줄며 부식에도 강한 장점은 분명하나 플라스틱 부품 특유의 비루함도 분명하다. 게다가 브라켓이나 프레임, 볼트는 쇠다 보니 부식은 이러나 저러나 있을 것이다. 아쉽긴 하다만 별 뾰족한 수가 없으니 이 정도로 만족하고 넘어간다.

9.2. 뭐든지 주렁주렁 거는 랜드너에 잘 어울리는 보틀 케이지. 창고를 뒤지다보니 나왔다. 게다가 프론트 랙과 동사의 물건이다. 폴리싱은 아니더라도 은색 아노다이징이어서 걸어두니 잘 어울리는 점도 좋다. 평소 주행거리가 그다지 많지 않고, 많은 날에는 다른 자전거를 타고 나가다 보니 쓸 일은 별로 없을 것 같지만 일단은 달아둔다.



9.3. 왕십리에서 좋은 물건을 구해왔다. 자이언트 사의 로드에 들어가는 물건인 것 같은데, 순정임에도 불구하고 선이 꽤 날렵하다. 그러면서도 엉덩이가 별로 안 아프다. 제작사는 저가 안장으로 유명한 벨로(VELO). "가난 랜드너" 란 컨셉에 어울리면서도 생김이 그다지 나쁘지 않다.

 생각은 브룩스에서 나온 리미티드(This or That)를 쓰고 싶었고, 이런 컨셉에는  그게 딱 어울리겠지만 아시다시피 브룩스는 가격이 자전거 한 대 값이다 보니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접었다. 이건 "가난 랜드너" 다. 그리고 처절하다.  


9.4. 오늘까지 작업한 상태. 제법 자전거 태가 나온다. 저렴한, 그리고 남는 부품들을 쓰다 보니 미감을 놓치는 부분들이 많지만 다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신경쓰면 한 달동안은 아리수만 먹고 살아야 하기에 참고 또 참는다. 그리고 이 정도로도 꽤 마음에 든다. 적어도 내게는 말이다.

머드가드 - 다혼 SKS 머드가드. 406 휠 사이즈라면 왠만한 프레임엔 다 들어갈 것 같다. 좋은 물건이다. 중고 구입. 20000원.
보틀 케이지 - 어떻게 내 손에 들어왔는지 가물가물한데, 예전에 장거리 갈 일이 있어 별 생각없이 구매했던 것 같다. 20000원.
안장 - 자이언트 자전거의 순정인 듯 싶으며 벨로에서 만든 물건. 무게는 관심이 없어 모른다. 중고 구입. 10000원.

여기까지 부품값 754400원. 앞으로는 3~4만 원 정도 더 들어가고 끝날 것 같다. "소라 앞 드레일러 하나 쓰는 소라급" 자전거를 만드는데, 그것도 싸게 만드는 방도를 쫓아 갔음에도 물경 80만 원 짜리 자전거가 됬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확실히 성능을 쫓는 것보다는 이렇게 취향을 쫓는 컨셉이 더 비효율적 소비를 이끈다.

10. 후반 작업만 남았기에 사실 이대로도 굴러가긴 한다만 현재 "강제 싱글기어" 인 상태에 리어 브레이크만 있기에 시프터를 구하고 브레이크 트라이앵글이 올 때까지는 참는다. 트라이앵글이야 오더한 것이니 조만간 도착하겠다만, 시프터가 참 난해하다. 빈티지나 듀라-에이스 라인의 물건은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만 계속 강조했듯 "가난 랜드너" 다 보니 순정차에 들어가는 저성능+저가격의 물건이 중고로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물건을 쓰는 자전거가 얼마 없다보니[각주:3] 영 안나온다. 어찌 방도가 없다보니 답답할 뿐이다. 부디 완성 포스트를 7월 넘어가서 적는 일이 없기를 기원한다.  
  1. 게다가 아무래도 이 글 때문에 브루노를 구매하게 된 것 같고, 고전 자전거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된 것 같다. [본문으로]
  2. 동일한 조건을 갖춘 자전거가 의외로 적다. 이하에서 적은 다혼의 경우들을 제외한다면, 떠오르는 자전거가 루이가르노와 아메리칸 이글 정도밖에 없다. 이러니 머드가드도 적을 수 밖에. [본문으로]
  3. 미니벨로에서는 브루노, 팔콘, 빌리온, 비앙키 정도가 있는데 다들 요즘에는 인기가 없고 가성비가 떨어지는 물건들이다 보니 자전거 자체가 별로 없다. 게다가 주로 컨셉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이 타는 자전거다 보니 업그레이드를 위해 다운튜브 시프터를 탈거하는 경우도 드물다. 애프터 파츠로는 파는 곳을 도무지 모르겠다. 결국 수급에 있어 총체적 난국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