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베일 가죽 안장 / Zimbale Leather Saddle

2011. 6. 7. 06:21두 바퀴/만지다



Zimbale Leather Saddle.
사이즈(Cm) - 길이 28.5, 폭 15. 
무게 - 545g
가격 - 신품가 129000원 균일.


  짐베일은 안장보단 가방 쪽에서 비교적 인지도가 높은 편이긴 하지만 대규모 기성 업체들이 있다 보니 앞서 나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안장에서도 고전형 가죽 안장에는 역사로 보나 규모로 보나 황제 브룩스가 있다 보니 비교적 덜 알려진 편이다. 짐베일도 오피셜을 보니 이런 점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그들과 자신들을 비견하기 보단 그들에게 앞설 수 있는 특이점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아무튼 크거나 오래되었다기엔 보기에는 무리가 있고, 그만큼 덜 알려진 브랜드다.  


 제품 특성에 대비하면 정말 의외로, 짐베일은 우리나라 브랜드다. 마켓팅을 해외 위주로 두고 있지만, 덕분에 처음에는 "위스콘신 같은 깡촌에 있는 소규모 공방인가 보다" 라고 생각했다만 서울에 있다. 신묘하다. 이렇게 고지식하게 생긴 물건이 서울에서 나온다. 

 정체가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우리 가까이에서 만들어진 안장. 한번 요모조모 살펴보자. 



  짐베일에게는 미안하다만 결국 이런 물건의 스탠다드가 브룩스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비교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안장을 좋아한다면 어디선가 봤을 법한 모양이다. 바로 브룩스의 '제비' 와 참 비슷하게 생겼다. 코가 날씬하게 빠지고 전반적으로 길게 뻗은 형태는 제비의 그것과 아주 흡사하다. 오래된 안장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아 그 모양의 원류가 브룩스인지는 모르겠다만 슬쩍 보기에도 비슷함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짐베일이 아무래도 참조하지 않았을까 싶다.


 배색은 참 좋다. 스왈로우가 크롬 레일인데 반해 이건 구리 코팅이 되어 있다. 고전적이면서도 강건한 구리색이다. 이하 리벳에서도 적겠지만, 통짜 구리로 만드는 것은 어땠을까 싶다만 무게나 경도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터이니 이 정도가 적당하다. 그리고 충분히 예쁘다. 투박한 리벳과 고풍스러운 레일의 색상이 잘 어울린다[각주:1]


  장력 조절용 볼트. 이게 고전형과 현대형을 나누는 경계선이며, 양자의 메커니즘 차이를 극명확하게 들어내는 기호다. 가죽은 특성상 하중에 의해 늘어나게 될 터인데, 현대형 안장은 받침판에 가죽을 씌운 다음 테두리를 박아버리는 방식으로 하중이 가죽을 가죽이 지탱하는 일 자체를 방지한다. 그리고 고전형은 가죽이 늘어나는 것을 인정하되,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여 전방의 볼트로 장력을 늘려 원형을 유지하는 방식을 취한다.

("고전형은 결국 가죽이 완전히 늘어나 볼트로 장력을 커버할 수 없는 단계가 오는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변화가 그 정도로 드라마틱한 것은 아니다. 유럽의 경우 40~50년된 가죽 안장들도 현역으로 뛰는 것으로 보아 통가죽으로 만든 안장을 지금 구매할 시 아들대까지는 문제없이 쓸 수 있을 것이다.)

  가죽이 늘어난다는 점에는 고전형 안장만의 강점이 담겨있다. 사용자의 주행 습관이나 체형에 맞춰 안장이 길들여져 나간다는 점이다. 장기간 운용에 따른 변화를 경험해 본 '셀레 언-아토미카' 경우 충분한 성능 향상이 있었다. 언-아토미카의 경우 설계 자체가 유기적인 움직임을 고려한 디자인이기도 했다만 에이징을 통해 내 주행습관에 맞춰지며 최상의 승차감을 제공했다. 과장 약간 보태어 말하며, 스프링 샥 업소버가 달린 안장과 비견해도 우위에 놓일 수 있을 정도였다. 
 
 비단 이런 기능적 강점 외에도, 가죽이란 소재는 잘 가꾸며 오래 쓰면 꼭 보답한다는 점이 부각될 수 있다. 오염, 태닝, 지속적인 영양 공급을 거친 오래된 가죽은 새 것보다 훨씬 보기 좋은 풍모를 보인다. 그리고 이는 어떠한 선 가공도 따라갈 수 없는 경지다. 구두, 가방, 재킷 등 다방면에서 이 점은 입증되었기에, 안장에서도 그런 미감 증대를 기대해볼 수 있다. 실지로 이전에 쓰던 가죽 안장들도 장기적인 운용에 상응하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안장도 고전형 안장의 방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가죽이 늘어지게 되면 전방에 있는 볼트를 풀어 장력을 증대시키면 된다. 그리고 충분히 두꺼운 통가죽을 사용했다. 그렇기에 앞서 말한 장점들을 충분히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짐베일의 브로슈어 자료에서도 제시되어 있듯이, 오래 써 길들인 안장은 좋은 편의와 미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점이 있으니, 사진은 없으나 안장의 안쪽을 보면 아무래도 보강역할을 하는 플레이트로 추정되는 것이 붙어 있다. 만약 보강이라면 양쪽 체계를 통합하여 진보시킨 것으로도 볼 수 있고, 둘 중 어떤 것도 제대로 따르지 못한 엄한 퇴보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나 저러나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기에 섣불리 판단하긴 어렵다.)


 본드와 스테이플로 마감하는 요즘 안장에 비해 고전형 안장은 대개 리벳을 사용하여 가죽을 내부 프레임에 고정한다. 이 안장에서도 리벳으로 안장 프레임에 가죽이 고정된다. 다만 이건 좀 묘하다. 브룩스의 스왈로우나 일반 B17 등에 쓰이는 평범한 스틸 리벳을 쓴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B17 스페셜이나 팀 프로, 리바이스 청바지 등에 쓰이는 구리 리벳도 아니다. 얼핏 보기에는 브룩스의 그것, 구리를 깎아서 만든 리벳과 흡사하게 보이나 짐베일의 리벳은 레일과 마찬가지로 스틸에 구리를 씌운 것이다. 장점이 있기에 한 선택이겠다만 이건 그냥 구리로 만들어주는 것이 어땠을까 싶다. 브룩스의 구리 리벳은 시간이 지나면 눌리고 닳고 산화되어 특유의 색상과 모양이 나오며, 안장에 고풍스러운 맛을 더하며 잘 어울린다. 이건 장래성이 좀 부족해보인다.


 이건 비판을 안할 수가 없다. 짐베일 가죽 안장의 가장 심각한 문제다. 앞서서 말한 바 대로 이런 류의 안장은 장기적인 운용에 따른 결과에 거는 기대가 큰데, 이는 우선 쓰인 재료 전반이 준수해야지만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이 안장은 가죽의 상태가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중고 물건이긴 하다만 안장의 전반적인 컨디션을 보았을 때 그다지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죽 표면의 균열과 색 벗겨짐이 심하다. 이는 아무래도 염색이 표층에만 얇게 되었기에 발생하는 문제로 보인다. 앞에서 말한 '셀레 언-아토미카' 의 경우, 2년 정도 거의 매일 타는 활용을 했음에도 장력만 조절해주면 될 뿐 가죽 자체에 있어서는 아무런 불만이 없을 정도로 멋스럽게 변형이 진행되었다. 그에 반해 전 주인분의 활용이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음에도 이렇게 변한 짐베일의 안장의 가죽 질은 문제가 심각해 보인다. 


 장, 단이 명확하게 대비되며, 비견되는 물건에 반해 들어나는 단점, 혹은 취향에 안맞는 점이 생각보다 많은 물건이다. 다만 쭉 써보아야만 그 진가를 느낄 수 있는 물건임은 분명하기에, 총체적 평가는 당분간은 보류한다. 본디 '브룩스 B17 스페셜'을 고려하고 있던 중 갑자기 이 쪽이 궁금해져 거래를 물었고, 한밤중에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내달려 가져온 물건이다.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들은 전설의 그 곳, 봉화산까지 열 다섯 정거장 거리를, 게다가 초행에 밤길이기에 한참 해매 빙빙 돌다 한 30km는 간 것 같다. 제법 어려운 과정을 거쳐 가져 온 물건이기에 앞으로 기대에 상응하는 대가를 해 주기를 기대해본다.

  1. 두번째 사진이 좀 재미있다. 단순 카본과 가죽의 조화란 점 뿐만 아니라, 경량 싯 포스트와 중량 안장의 조화란 점도 있다. 이 안장 하나가 대략 사진에 나온 싯 포스트 6개 무게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