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콤페 GC202 레트로 브레이크 레버 / Diacompe GX202 Retro Break Lever

2011. 5. 25. 15:59두 바퀴/만지다



 자전거는 본디 '이동수단' 에 속하다 보니 기호보다는 기술에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그렇다 보니 철지난 기술을 사용하는, 하지만 개개의 현격한 취향을 지지하는 업체는 제법 드물다. 디아콤페[각주:1]는 그런 행보를 나아가고 있는 몇 안되는 브랜드 중 하나. 영역을 로드, 생활차, 픽스드에 걸쳐 두다 보니 이런 물건이 나온다. 

 메커니즘 상 구시대의 물건이다 보니 제값 주고 사기는 싫어(게다가 이것을 파는 우리나라 업체가 있다는 것도 최근에야 알았다) 생각만 하고 있던 물건인데 얼마전에 미품에 가까운 물건을 중고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매했다. 이런 류의 비교적 소소한 물건은 딱히 적을 말이 없기에 글로도 안남기는데 이것은 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훈훈해져서 남겨둔다.

 보시다시피 오래전에 다운튜브 시프터와 함께 쓰이던 로드 브레이크의 형태 그대로다. 브레이크 와이어가 위쪽으로 연결되며 레버를 당기면 와이어가 수직으로 당겨지며 장력이 생긴다. 작동방식은 일단 이러하나 이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니, 그 작동 방식으로 인한 파생물, 형태가 예쁘다는 점이 중요하다. 브레이크 와이어가 외부로 빠지면서 토끼 귀처럼 봉긋하게 솟으며 교차된다. 이런 것 좋아하는 사람(간단히 나)에게는 저항할 수 없는 멋이 있다(동사의 브레이크 레버를 사용한 예제는 http://asdfhjkl.com/137).

 이후에, 그러니 최근의 브레이크 레버들은 후드 안쪽의 프레임으로 케이블이 들어가 브레이크 레버에 90도로 걸리며 당겨진다. 덕분에 와이어로 인한 공기 저항이(과연 얼마나 되려나만은) 사라져 '에어로' 브레이크 레버란 분류명이 붙는다. 와이어가 굽혀 들어가는 분량이 줄기에 장력 손실이나 겉선과 속선간의 저항 면에서도 긍정적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물건은 가슴을 떨리게 한다. 왜? 당연히 예쁘니까 그렇다. 적어도 내게는 그 점이 꽤 중요하다.


 디아콤페의 물건들을 보면 '그랑콤페' 란 라인이 따로 있던데, 정확한 상관관계는 모르겠으나 명칭 상 아무래도 그랑콤페 쪽이 상위 제품군인 것 같다. 아니면 말고. 사실 제품의 질적인 측면만 놓고 본다면 별 차이 없다. 가격도 별 차이 없다. 심지어 이 제품의 후드는 디아콤페라고 적혀있다. 


 그래도 이전에 쓰던 동사의 DC204[각주:2]레버에 비해 나름의 발전이 있었다. 일단 안쪽의 핸들바 클램프의 볼트가 이전의 십자 볼트에서 6각 볼트로 바뀌었다. 자전거 조립에 필요한 공구를 일원화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 그리고 손쉽게 와이어 장력 조절을 할 수 있도록 상단에 어드저스터가 달려 있다. 해체없이 장력을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 꽤 괜찮은 아이디어다[각주:3].   



 대만 중저가 제품 특유의 조잡한 마감은 여전하다. 사진 중앙을 보면 갈라짐이 있는데 이게 의도적인 것이 아니다. 설치하는 과정에서 레버 풀을 깊게 잡으면 저 부분의 한계선을 넘어가면서 후드를 찢어지게 한다. 나같은 경우는 한쪽이 찢어지니 화가 나서, 그리고 그 상태로는 한쪽만 계속 힘을 받을 것이다 보니 양쪽에 적당한 칼밥을 줬다. 아무튼 이 점은 설계상의 문제점이니 개선이 필요하다. 약간 구조가 바뀐 레버에 이전과 동일한 후드[각주:4] 를 사용해 발생하는 문제로 보인다.


 사용에 불편이 따르긴 한다만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른, 굴비 혹은 신라면 블랙같은 물건이다. 앞으로 놀고 있던 브루노 로드-20 프레임에 달려 한강에서 보이게 되거나, 거치대에 걸려 관상용으로 쓰이게 될 것이다. 전에는 몰튼 에스프리에 달려 있었던 물건이다 보니 주상복합에서 옥탑으로 주거이전한 격이지만, 어디에 있든 예쁘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1. 누구는 디아콤프라고 읽는데 나도 둘 중 무엇을 취할지 늘 애매하다. [본문으로]
  2. 아마도 그 제품군에 속할 것이라 추정할 뿐이다. 빈티지 제품이었기에 정확한 추정은 어렵다. [본문으로]
  3. 다만 어드저스터 쪽 내경 규격을 예전 것으로 쓰는지 요즘에 나온 겉선 캡을 씌운 상태로는 와이어가 안들어간다. 덕분에 와이어 마무리가 좀 부실해진다. [본문으로]
  4. 후드의 옆에 디아콤페라고 적혀있으며 형태가 동일하단 점이 DC204 모델의 그것과 동일한 것으로 생각하게 한다. 역시나 유추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