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노 로드-16 / Bruno Road-16

2010. 11. 8. 00:22두 바퀴/만지다



 사실 16인치 미니벨로는 굉장히 비효율적이긴 합니다.  바퀴가 작아지면 그 구름성과 속도유지에서 문제가 많아집니다.  20인치 미니벨로도 이런 문제로 인해 암만 돈을 발라도 그 반값도 안하는 풀 사이즈 로드에게 패배하곤 합니다(물론 엔진이 관건이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6인치 미니벨로, 그것도 폴딩도 안되는 녀석을 고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다른게 있겠습니까?  그냥 이쁘니까 그렇죠.  그렇습니다.  이쁘면 모든게 다 용서받을 수 있습니다.

 이건 천안분께 중고차를 들여서 6개월간 천천히(우리 동네 말로는 "밍기적거린다" 라고 합니다) 개조한 자전거입니다.  원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고전 지향적인 감성의 부품들을 더했습니다.  이제서야 완성에 준한다 생각할 수 있게 되서 소개합니다.  Bruno Road-16 Custom.  윤수 8호 'the Rabbit' 입니다.


 사실 동일한 브랜드, 동일한 형태의 20인치 미니벨로를 소유하고 있음에도 이 쪽에 늘 관심을 두고 있다가 결국 구매했습니다.  왜냐면, 16인치니까요.  이쁘니까요.  그거면 다니까요.

 다른 분들은 모르겠으나 저는 이걸 '빈자의 리버원' 이라고 부릅니다.  16인치에 다이아몬드 프레임인 미니벨로는 그 선택의 폭이 극히 좁습니다.  사실 동일한 조건을 갖춘 자전거라면 이 로드-16과 리버원 정도만 떠오릅니다.  그리고 리버원이 이 쪽보다 완성도가 높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리버원은 전체 러그 접합에 커스텀 피팅을 적용한 물건이니까요.  하지만 그 콧대높은 가격이 걸리고 무엇보다 쉽게 수급이 어렵다는 면이 걸립니다.  

 그런 면에서 이 로드-16은 충분히 강합니다.  기본 신차의 가격은 60만원대고 아직도 많은 곳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본형도 충분히 이쁩니다.  튜빙도 나름 레이놀즈 520 버티드 크로몰리 튜브여서 빠지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론 튜빙만 놓고 보면 동가격대에선 적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다양한 장점들로 인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게 이 로드-16 입니다.

 이런 식으로...  리버원을 구하지 못한 마음을 다스려가며 이 녀석을 붙잡았습니다.  천안분께 튜닝이 진행된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들여와서 제가 좋아하는 고전 로드차의 컨셉으로 다듬어 나갔습니다.  천천히 작업하다 보니 6개월 정도 걸렸고, 사실 아직도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있긴 합니다만...  이 정도면 이쁘지 않나요?


 전에 세컨차로 타던 브루노 로드-C(http://hyperlife.tistory.com/15)에서 컴포넌트들을 거진 다 가져왔습니다.  이런 류의 부품들이 다들 그렇듯이, 돈이 있어도 구하기 녹록치 않은 부품들이 많아 어쩔 수 없었습니다.  덕분에 로드-C는 훵하게 프레임만 남아 방치되고 있기에 마음이 쓰라리긴 합니다.  

 안장은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는 셀레 언-아토미카 입니다.  요즘엔 브룩스에서도 전립선 보호 홀이 있는 안장이 나오지만 이걸 구한 무렵만 해도 레더 새들에선 유일하게 홀이 뚤려 있는게 이거였습니다.  새 자전거다 보니 브룩스를 구매할까도 고려했지만 태닝이 많이 진행된 이 쪽에 정이 들어 그대로 이식했습니다.  그리고 안장에 대해선 전혀 불만이 없습니다.  바꿀 생각도 없구요.

 바테잎도 이전에 쓰던 벤헤일의 물건을 그대로 이식했습니다.  태닝과 오염이 많이 진행되어 사뭇 멋스럽습니다.  브레이크 레버는 이전에 쓰던 디아콤페의 논 에어로 레버에 케인 크릭에서 나오는 후드를 씌웠습니다.  이런 류의 브레이크는 어디 구할 곳이 없다보니 그대로 이전했고, 아무래도 바꿀 일도 없을 것 같습니다.


 쉬프터는 역시나 듀라에이스 7800 다운튜브 쉬프터 입니다.  자전거 컴포넌트 중에서 유일하게 동일한 물건을 2개 가지고 있는게 이겁니다.  인덱스를 포기하면 대안이 많으나 그 기능미 때문에 포기할 수 없네요.  대안이 없다보니 쓸 수 밖에 없고, 구하기도 쉽지 않다보니(물론 정가에는 구할 곳이 있으나 이걸 정가주고 사긴 좀 아까워요) 매물이 나왔을 때 비축용으로 하나 더 사두었던 것을 여기에 활용했습니다.  로드-16은 프론트가 싱글 체인링이다 보니 한쪽만 사용합니다.  어짜피 인덱스는 리어만 지원하다 보니 아쉽지는 않습니다.


 브루노 로드 시리즈의 가장 큰 문제라 생각하는 처참한 제동력을 보완해 보고자, 덤으로 순정 캔티 브레이크의 좀 가난한 풍모도 개선해보고자 들인 택트로의 CR720 캔티 브레이크입니다.  TRP사의 제품이 보다 제동력이 좋아 보이긴 하나 캔티 브레이크임에도 워낙 미래적으로 생겨서 고려 대상에서 탈락시켰고(가격도 비쌉니다), 리저브됬던 빈티지 브레이크들이 있긴 하나 브레이크 값이 이 자전거의 가격과 비슷하다 보니 역시나 탈락시켰습니다.  결국 선택한 것이 이 제품인데, 가장 큰 목적이였던 제동력 향상의 면에서 굉장히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었습니다.  여전히 밀립니다.  그것도 한참.  슈가 카트리지까지 쓰는 것으로 보면 꽤 괜찮은 것이라 추정됨에도 불구하고 제동력이 이 지경인 것을 보면 아무래도 구조상의 문제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듀라 에이스 슈로 바꿔볼 예정이긴 한데 별 기대는 안합니다. 
 그리고 캔티 브레이크의 구조 상 조정이 너무 불편합니다.  그나마 순정은 그 구조를 최대한 단순화 시켜놨는데 이건 팔 두개로 조정하기엔 꽤 까탈스럽습니다.  게다가 정확한 벨런스도 안나오고...  프레임 구조 상 적용 가능한 유일한 형태만 아니었다면 당장 내쳤을 겁니다.  역시 켈리퍼 브레이크가 편리합니다.

 타이어는 슈발베의 마라톤 레이서 입니다.  16-305 타이어 선택의 폭이 굉장히 좁다보니 많은 분들이 이 타이어를 튜닝 타이어로 선택하시곤 합니다.  이것도 전주인 분이 교체하신 타이어 입니다.  다만, 개인적으론 본연의 컨셉에 맞게 가려면 순정 타이어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동 클래스의 타이어에서 가장 얇고, 고압이며, 사이드 월이 갈색인 배색 타이어인게 로드-16의 순정 타이어입니다.  만약 저라면 교체하지 않았을 터인데 아쉬울 따름입니다.  게다가 현 시점에선 구하기도 어렵기에 아쉬움이 큽니다.  다만 이쪽도 나쁜 건 아닙니다.  일단 깍두기 타이어다 보니 어딜 다녀도 체인이 빠지면 빠졌지 타이어에 펑크나는 일은 없었습니다.  이렇게 마음놓고 타는 것은 프리모 챔프가 달려있는 본차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다 보니 참 편합니다.

 이 녀석이 중고매물로 올라왔을 때 가장 끌렸던 점이 카프레오 허브와 스프라켓이었습니다.  예전부터 이 녀석의 순정차를 염두해두고 있었고, 들이게 되면 카프레오 개조를 해보려 했었는데 수급하기가 어렵고 조립하기도 어려운 카프레오 허브를 적용한 녀석이 매물로 나와서, 게다가 옆 동네에 사셔서 직접 가져다 주실 수 있다는 조건도  있었기에 당시에 자전거를 한대 더 들이는 것에 무리가 있음에도 충동구매를 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바이크 쇼에 올라오는 물건들을 제외하곤, 유일하게 9T에서 출발하는 스프라켓이 이 카프레오의 스프라켓입니다.  다만 워낙 작은 스프라켓이라 허브도 전용 허브를 사용하다 보니 장착하려면 휠빌딩을 새로 해야 합니다.  게다가 스프라켓이 워낙 작다보니 부하가 많이 걸리는 것도 있습니다.  더욱이 허브와 스프라켓의 무게가 꽤 나가다 보니 경량화에 큰 오점을 남기지요.
 그럼에도 그 값어치는 충분히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이렇게 작은 바퀴에선 충실하게 도움이 됩니다.  순정은 시마노 2200의 스프라켓으로 12T로 출발하는데, 프론트가 암만 60T라고 해도 12T는 너무 널널한 감이 있습니다.  리어에서 3T 차이는 꽤 큽니다.  그렇기에 9T로 출발하는 카프레오는 이 작은 바퀴로도 충분히 고속주행을 가능케 합니다.  다만...  엔진이 굉장히 좋아야 합니다.  바퀴가 원체 작다보니 속도유지는 형편없고, 저항도 많이 걸립니다.  그래도 잠시나마 속도를 뽑아낼 수 있다는 건(속도가 올라가는게 아니라 말 그대로 뽑히는 것에 가깝습니다)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프론트가 싱글인 구조상 드레일러는 하나만 들어갑니다.  택한 건 역시나 구형 울테그라 입니다.  전주인 분은 티아그라를 달아두셨는데 아무래도 유광 은색인 이 쪽이 더 고전적인 맛이 있어 이 쪽으로 바꿨습니다.  10단용으로 나왔기에 9단인 카프레오에 제치가 아니긴 하나 세팅에 무리가 있진 않습니다.  마지막 단을 죽이는 것으로 세팅했습니다.  9단도 쓸 일이 없긴 합니다.  사진에선 잘 안보이나, 탠션 풀리를 KCNC의 금색 아노다이징 알류미늄 풀리로 바꿨습니다.  성능은...  잘 모르겠고, 사실 포인트 컬러를 준다고 선택한 건데 제가 보기엔 좋네요.  체인도 금체인으로 바꿀까 하는 생각이 있긴 하나 제법 비싸다 보니 억누르고 있습니다. 


 와이어는 어쩌다 보니 늘 잭와이어만 씁니다.  원래는 엘리게이터의 구형 매쉬 와이어를 써보려 했으나 수급이 어려워서 접었습니다.  이 쪽도 나쁘지 않네요.  깔끔합니다.  길이는 예전 로드 싸이클 풍으로 길게 잡았습니다.  토끼 귀처럼 봉긋하게 올라와서 귀엽습니다. 

 핸들바는 이전의 자전거에서 이전해 온 3T의 컴페티지오네 제품입니다.  가끔 이게 어떤 과정을 거쳐서 제게 들어왔을지 궁금합니다.  우리나라에선 팔지도 않고, 외국쪽에서도 잘 취급하지 않는, 잊혀진 빈티지 제품입니다.  그렇게 예전 물건은 아니여서, 일반형의 외관에 와이어 가이딩 라인도 있습니다.  다만 논 에어로 레버를 쓰다 보니 쓸 일이 없긴 합니다. 

 스템 욕심이 나긴 하나 일단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순정이 칼로이 스템이고, 저렴하고 작다 보니 애프터 파츠로도 많이 팔리는 것 같습니다.  제겐 피팅이 좀 안나오다 보니 니토의 제품으로 갈아볼까 생각중이긴 합니다.  사실 귀찮아서 생각만 6개월째 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게 참 애매합니다.  바퀴가 작다보니 순정 체인링이 60T인데, 문제는 BCD가 싱글 체인링 규격인 144 입니다.  그렇다 보니 다단화 시키려면 크랭크까지 바꿔야 하고, 뭐 여기까지야 다단화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기에 안 시키면 된다 치면 되나 정작 큰 문제는 마모시 교체하려면 동일한 체인링밖에 사용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에프터 파츠로 수급도 어렵지요.  144에 다단 체인용으로 나오는 괴상한 체인링은 이 것밖에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보니 여러모로 에로사항이 많습니다.  게다가 생긴 것도 마음에 안듭니다.  스켈레톤 구조로 만들면 좋았으련만 통짜로 만들었고 엄한 검은색도 칠해 놨습니다.  참..  엄합니다.

 페달은 애증의 관계에 놓여있는 MKS AR-2 세트입니다.  생긴 것 자체는 흡족하나 문제가..  발에 좀 안맞습니다.  클립이 좁아 두꺼운 신발을 신고 타면 발이 압박받아 피가 잘 안통하기에 교체를 하고는 싶은데, 문제는 레더 스트랩이 오래되어 불어서 뺄 수가 없습니다.  잘라야만 뺄 수 있는데 문제는 스트랩이 4만원정도 하다보니 영 아까워 못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이 자전거를 탈 때는 슬립온처럼 낮은 신발을 신을 수 밖에 없습니다.  언젠가는 용단을 낼 때가 오겠지만 지금은 참 애매합니다.  생긴 건 참 이쁜데..  

 체인은 듀라에이스 7700.  오래된 물건입니다.  9단의 명맥이 끊어진 상황이다 보니 상등급 체인에선 대안이 별로 없습니다.  물론 MTB 체인을 써도 되긴 하나 제 치가 아니라는 묘한 아쉬움 때문에 이 쪽이 났다고 생각합니다.  이러나 저러나 전주인 분이 한 선택이다 보니 수명 다할 때까지는 그냥 쓰려고 합니다.  


 사실 자잘한 디테일에 치중한 커스텀이다 보니 얼핏 보면 순정차에서 뭐가 달라진 것인지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순정차도 굉장히 이쁘게 나왔기에, 사실 그대로 타도 무리가 없으나 그 약간의 만족을 위해서 제법 큰 삽질들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이 정도에서 만족하려 합니다.

 앞에서 '빈자의 리버원' 이라고 하며 리버원과의 연관성을 말하긴 했으나, 치고 보면 고전적인 사이클의 미니어처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일단 프레임 자체의 형태가 완전 고전형이라고 부르기엔 무리고 있고, 컴포넌트들도 고전적이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의의를 부여하자면, 이건 절충점 입니다.  더 완전한 완성도를 추구하려면 컴포넌트를 구하기 위한 상당한 노력을 필요로 하며, 이것을 몇 대는 살 수 있는 금전적 지출이 있어야 합니다.  물론 그렇게 했을 때 충분히 만족스러울 수 있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그 쪽으로 갔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16인치의 특성 상 그 주행성의 한계는 개선될 여지가 없기에, 액자에 넣어 걸어둘 것이 아닌 타고 다닐 자전거를 그렇게 하는 것은 오버플레이라 생각해 이 정도로 만족하려 합니다.  이 정도만 해도 제겐 충분히 이뻐 보입니다.     

 사실 이것도 매물로 내놓으려 생각중이나 아무래도 안팔릴 것 같아 보류하고 있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집에 자전거가 5대나 되기에 정리를 해야 하건만 다들 손때가 잔뜩 묻어있다 보니 쉽사리 내치지를 못하겠네요.  계륵입니다.  참 이쁜 계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