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J 블록 테크 재킷, 레귤러 핏 하프 팬츠 / Uniqlo +J Block Tech Jacket, Regular Fit Half Pants

2011. 5. 11. 03:00옷/옷장



 석가탄신일 명동에는 비가 내렸다. 돈까스를 먹다가 내리는 비를 보니 얼마전에 보아 둔, 그리고 생각속에 남겨두고 있던 옷이 다시금 떠올랐다. 식사를 마치고 유니클로를 향했다. 향하며 내심 "제발 다 팔렸어라" 를 되내였다. 그렇게 되었다면 포기할 수 있으련만을, 4층까지 올라가니 전에 보아둔 그 옷이 원하는 사이즈에 원하는 색상으로 단 한 장 남아 있었다. 심지어 디스카운트 프로모션까지 진행하고 있었다. 이쯤되면 안사고는 못배기지. 그리고 밖에는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으니까.
 


 블록 테크 재킷. +J의 S/S 제품이다. 나온지는 몇 달 지난 것 같다. 온라인에서는 일찌감치 품절되었다. 다만 방문한 명동 매장에는 S사이즈 위주이긴 하나 수량이 꽤 남아 있었다. 네이비, 블랙, 베이지 컬러로 나왔는데 네이비는 일찌감치 다 나갔고, 검은색 M사이즈가 딱 한 장 남아있었기에 내가 집어왔다. 그래도 어디엔가는 또 있겠지. 베이지는 좀 노티나게 느껴져서 그런지 많이 남아있었다.

 유니클로는 웃기는 점이 온라인 및 각 스토어마다 재고 교류를 안하는지 어디에서는 품절된 것이 어디에는 있다. 원하는 물건 찾아 돌아다니는 재미(?)가 있다.

 우선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온 매력 요소를 말해본다. 옷걸이가 나빠 착용 사진을 동반하지 못하는 점이 지금처럼 안타까웠던 적이 없었다. 간단하게 말해 지금까지 본 이런 류의 옷, 윈드 브레이커니 코치 재킷이니 하는 옷들 중 가장 빼어난 핏을 자랑한다. 입어보고 그 실루엣 때문에 한번에 반해버렸다. 선에서 군더더기가 없고, 전반적으로 +J 특유의 슬림 라인이지만 조이거나 우는 곳이 없다. 이하의 설계에서도 느껴지는 바이지만, 패턴이 참 좋다. 신체의 곡선에 유기적으로 대응하면서도 디자이너 브랜드의 핏이 살아있다. 이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고, 내가 이 옷을 본 이후 잊어버리지 못했던 이유다. 


 좋은 핏은 좋은 패턴과 가장 크게 관계한다. 공법도 중요하지만 우선 패턴이 제대로 나와야지만 옷선이 산다. 그리고 핏은 단순한 매무새만을 챙겨서는 안된다. 옷선이 좋으면서도 입었을 때 편해야만 한다. 그런면에서 이 옷의 패턴은 참 근사하다. 일단 앞에서 말한 바 대로 입었을 때 핏이 참 좋다. 거기에 지금까지 +J의 옷은 대체적으로 좋은 핏과 상충되는 불편한 착용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반해, 이건 스포츠 웨어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입었을 때 참 편하다. 단순히 잘 늘어나거나 여분이 많아 헐거운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핏' 이 좋다. 몸을 감싸면서도 활동에 지장없이 작동한다.

 사진이 어두워 잘 보일런지 모르겠으나, 일반적인 소매 연결과는 진동 밑선 쪽으로 들어가는 각도가 다르다. 이는 팔을 흔들 때 활동을 더 편안하게 해준다. 그리고 이러한 류의 옷들이 대개 앞, 뒷판 만으로 만들어지는데 반해 이건 옆판까지 만들어 입체적으로 구성했다. 이하의 사진들에서 추가로 설명하겠지만, 이렇듯 총체적으로 패턴이 좋다. 그리고 그 덕분에 옷은 입었을 때 충분히 편하다. 


 중심선의 지퍼는 운동복답게 콘실지퍼이며, 그것도 거슬릴까 안쪽에 가름천이 덧대어져 있다. 지퍼가 거슬릴 일은 없다는 말이다. 거기에 솔기에는 왁싱 테이프가 덧대어져 있어(아마도 애초에 이렇게 나오는 방수지퍼인 듯 싶다) 방수성능을 증대시킨다. 동시에 아주 심심하게 생긴 옷에 약간의, 그리고 적절한 미감을 더한다.

 비단 지퍼 부분뿐만 아니라 어느 솔기에나 테이핑이 들어가 있다. 저가의 윈드 브레이커들을 보다 보면 이 보강이 생략된 경우가 간간히 보이는데, 이건 제대로 되어 있으며 실성능까지는 모르더라도 보기만 해도 믿음이 생긴다. 


 주머니. 얼핏 직선인 듯 보이지만 살짝 굴렸으며, 모서리를 각지게 처리했다. 삼삼한 맛을 더하는 디테일이면서 약간의 편의성을 증대시킨다. 가끔 윈드 브레이커인데 수평 주머니를 달아논 참담한 경우들이 보인다는 점에 비한다면 제법 근사한 설계다. 지퍼도 달려 있는데 주머니 안감쪽으로 약간 들어간 다음에 달려있어 평소에는 들어나지 않는다. 덕분에 옷선맛에 거슬리는 디테일로 두드러지지 않는다. 

 주머니 안쪽의 설계도 좋다. 중복되는 면이 없게 하고자 주머니 안감을 그물망으로 처리하고, 역시나 테이핑으로 마무리했다. 레이어가 겹치면 보온성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런 설계는 시즌과 기능성을 위해 필요하며, 당연하다. 특히나 이쪽은 겉감과 박음질하지 않고 테이핑만으로 처리하여 잔선이 겉으로 들어나지 않게 했다. 


 소매 진동부분. 빠짐없이 테이핑되어 있다. 곡선의 경우 테이핑을 하긴 했는데 테이프를 늘려가면서 한방에 해놓은 옷들이 가끔 보인다. 이런식으로 적당한 거리마다 끊어가면서 두르는 것이 옳다. 


 허리 여밈. 간단한 아이디어지만 감탄했다. 조이게 되면 끈이 늘어져 달랑거리게 되는데, 이렇게 주머니 안감쪽에 고리를 만들어 돌려맸다. 덕분에 여밈을 조여도 끈이 밖으로 나와 덜렁거리지 않는다. 큰 부분 뿐만 아니라 작은 부분에서도 설계의 맛이 참 좋은 옷이다. 


 접어서 목선에 감출 수 있는 모자가 달려있다. 모자도 역시 꼼꼼하게 테이핑 처리가 되어 있다. 모자 상단은 일반적인 후드 디자인과는 달리 살짝 볼록하게 굴렸다. 덕분에 썼을 때 머리선을 잘 감싼다. 그리고 미미하나마 바이저 역활을 하기도 한다. 앞에서 말했던 바와 마찬가지로 이런 재기넘치는 패턴맛들이 참 좋은 옷이다.


 안감의 1cm 접사. 저 매쉬 짜임이 고어텍스의 라미네이트 안감 역할을 하여 수분을 배출시키는 레이어 역할을 하거나, 최소한 우레탄 코팅된 겉감과 피부의 직접 접촉을 막아 땀과 열로 인한 착용감을 감소를 막는 역할 정도는 할 것이다[각주:1]. 다만 본래 뭔가 특별한 원단을 쓴 경우 따로 택을 달아놓는 유니클로기에, 택이 없는 이 경우에는 그다지 특별한 기술이 들어갔으리라 유추가 되지는 않는다. 아쉬운 면이다.   


 너무 빈번하게 말한 감이 있는데, 또 패턴맛이 좋다. 뒷판 밑단을 조금 길게 하면서도 완만하게 굴렸다. 덕분에 총장을 짧게 하여 옷에 스포티한 인상을 심으면서도 허리를 굽혔을 때 옷이 뜨지 안게 만들었다. 여기에는 하나의 설계점이 더 결합되어 작용하는데, 오른쪽 사진 중앙부를 보면, 뒷판 하단부를 따로 나누어서 접합부를 곡선으로 굴렸다. 

 멋진 설계가 보이는 밑단부는 마찬가지로 입체적으로 나누어진 옆판, 등판, 어깨판, 진동 접점과 결합하여 몸의 굴곡진 등선에 유기적으로 대응하는 옷선을 만든다. 이 뒷판의 설계와 그로 인한 실루엣이 정말 좋다. 기능성 활동복 브랜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미감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디자이너 브랜드의 스포츠웨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기능지향적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입었을 때 멋진데 성능도 좋다.'  


 소매는 벨크로로 여밀 수 있게 되어 있다. 스냅 버튼이 달려있는 옷이 있는데, 소매가 무거워지고 어쩌면 녹이슬 수도 있으며 그 조정폭을 세밀하게 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다지 좋게 보지는 않는다. 시보리도 괜찮은 선택같지만 물에 젖기에 이런 류 옷의 명제에는 부적합해 보인다. 그런 면에서 역시 벨크로가 가장 적합한 선택으로 보인다. 이 옷에서는 모서리가 사선으로 되어 있어 약간이나마 날렵하게 보인다. 

 요즘에 글만 썼다하면 칭찬만 쓰는 감이 있다. 그 이유로는 우선 별 매력이 안 느껴지는 옷은 글로 남기지도 않기에 글로 남겨진 옷은 최소한 매력이 있는 옷이기에 그렇다는 점과, 경제력이 예전만 못해졌기에 물건을 고를 때 나름 심혈을 기울여서 고르기에 구매 후 평가에서도 만족도가 높다는 점이 있다. 이 재킷도 그리도 오래 지켜보고 고른 옷이기에 만족도가 높다. 현시점에서 올해에 들인 물건 중 최고다. 앞선 글의 내용대로 기능성과 미감을 고루 충족시키고 있는 옷이며, 설계가 참 좋다. 비싼 옷에서도 쉬이 찾아보기 힘든 진보와 절충들이 잘 녹아있다.

 마지막으로 장점 한가지만 더. 이럼에도 불구하고 79900원이다. 할인과 프로모션이 겹쳐 들어갔다. 흡족하다. 철지난 +J에 영광이 있을지어다.
 






 레귤러 피트 하프 팬츠. 이건 충동구매다. 재킷만 고르고 나오려다 함께 입고 자전거 타면 좋을 것 같아 골랐다. 말은 레귤러 피트인데, 스키니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법 슬림핏이여서 나름 사이클 바지맛이 난다. 

 확실히 얄쌍한 실루엣임에도 불구하고 +J의 장점이 살아있다. 그것은 바로 '슬림하지만 경박하지 않다는 점.' 이건 주로 패턴에 기인하여 나오는 특성인데 원체 대단한 질 샌더와 패턴 연구 정말 많이하는(갈수록 옷이 좋아지는게 눈에 보인다) 유니클로의 결합이다 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처음에는 폴리 혼방인 줄 알았다. 라벨보니 면 100%. 만져보니 주로 셔츠에 쓰이는 파인클로스다. 질 샌더가 좋아하는 '잔잔한 광택성'을 가지면서 나름 고급스러운 인상을 준다. 다만 내구력면에서는 일반적인 경우보다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 오래 입어봐야 알겠지만 든든한 맛은 좀 떨어진다.


 길이는 좀 어중간하다. 종아리가 긴 서양인이 입으면 근사한 핏이 나오겠지만, 나같은 사람이 입으면 좌절감을 안겨주는 '무릎 밑 한마디' 길이다. 버뮤다 팬츠나 좀 긴 니커보커즈의 길이 정도 된다. 그래서 접어입으라는지 밑단 여분을 안쪽으로 한단 접어 박았다. 한단 접으면 원래 그렇게 나온 바지인냥 보인다. 마치 턴업 수선처럼 보인다. 문제는 그래도 길다는 점. 이건 어쩔 수 없구나. 


 다트가 참 신묘하게 들어가 있다. 이런 바지에서는 원래 수직 내지는 약간만 사선으로 꺾은 다트가 들어가는데 이건 벨트루프 바로 밑에 수평에 가깝게 들어가 있다. 이렇게 하면 허리와 엉덩이의 둘레 차를 주면서도 옆선을 직선으로 떨어트릴 수 있다. 이 바지보다 좀 더 밑, 대략 골반선 정점에 가까운 위치에 디올 옴므의 진은 다트를 넣는다. 그쪽도 동일한 목적으로 그렇게 설계한 것이라 생각한다(혹은 그저 브랜드 아이덴티티거나). 아무튼 참 신묘하다. 마냥 장점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이채로운 재미는 있다.


 왼쪽 사진을 보자. 중심선 아래쪽, 밑위 시작점쪽으로 보면 바느질 선이 약간 굴려진 것이 보인다. 처음에는 전혀 몰랐다. 보다 보니 뭔가 이상하여 이렇게 저렇게 접어보니 원래 절개선이 저렇게 나온 것이었다. 그렇다고 'QC의 유니클로' 가 실수를 하지는 않았을 터이니 저것은 의도된 설계일 것이다. 무슨 이유일까?

 잘 만든 맞춤 정장바지를 보면 저 부분이 저런 형태로 나온다. 재단할 떄 일부로 그렇게 만드는데, 왼쪽판 골반 중심선 끝을 조금 더 깎아 양쪽을 비대칭으로 만든다. 왜 그런지 정확히 기억이 안나지만 다음과 같은 사연이 있었던 것 같다. 대다수의 남자들은 오른쪽 고환이 왼쪽보다 조금 더 크다. 어느 날 한 테일러가 이 차이를 발견하고 대응하여 비대칭을 통해 오른쪽에 여분을 더 주게 되었으며, 이것이 도식화되면서 양복 재단의 기본이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좀 성의있게 만든 남자 바지는 이 부분이 비대칭으로 되어 솔기가 살짝 돌아간다. 그리고 이는 신체적 특성에 대한 대응이다.

 아무래도 이 바지에도 그 기법이 적용된 것이 아닐까 싶다. 옷에 대한 도식적 이해에 있어서는 어느 브랜드에도 밀리지 않는 유니클로다 보니 맞춤 바지의 공법을 여기에도 적용한 것이라 생각된다. 기성복 중에서도 간간히 이 기법이 적용된 브랜드가 있다. 다만 대개 고가의 브랜드들이기에, 저렴한 가격의 바지임에도 수준높은 기법이 적용되었음은 분명 만족스럽다(어디까지나 내 유추가 맞는다면).

 앞섶은 지퍼플라이. 판치에리나 같은 것은 없기에 별 재미는 없다. 단추 여밈이고 큐큐가 스티치 넣고 가운데만 자른 것이 아니라 아예 구멍을 뚫고 오버락 박듯 돌려 박았다. 물론 기계가 하는 일이다 보니 어려운 것은 아니겠다만 완성도와 내구성면에서는 이 편이 단연 좋다. 전자의 경우 오래 입으면 구멍이 틀어지면서 벨트루프 원단이 풀리거나 실이 삐져나와 지저분해진다. 이 편이 좋고 완성도 높은 마감이다.
  


 일반적인 면바지식 수직 주머니. 여기에 엉덩이로 인해 둘레가 늘어나는 만큼 곡선맛을 주어 주머니선을 살짝 굴렸다. 대단한 디테일은 아니지만 이로 인해 앞에서 적은 '앞섶 비대칭 설계'에 대한 신빙성이 조금 더 늘어났다. 이 정도로 해 준다면 그쪽도 해줬을지도 모른다.

 여기에 오른쪽에만 수평에 가까운, 데님팬츠식의 보조 주머니를 더하고 펀칭 리벳으로 마무리했다. 믹스 매치적인 디테일인데 개인적으로는 별로 좋아하지 않으나 크게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며 나름 재미있는 아이디어여서 그러려니 했다. 코인 포켓같은 느낌으로 활용하라고 달아놓은 줄 알았는데 코인 포켓은 오른쪽 주머니 안에, 분래 들어가는 위치에 따로 달려있다. 결국 이 수평 주머니는 디자인 디테일에 한정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J는 차별화를 둔다고 그러는지 검은색 탭을 쓴다. 눈가는 곳은 아니다만 나름 잘 어울린다. 그리고 실치수에서 여분을 2cm만 둔다는 점이 흥미롭다. 대개의 경우 1.5inch 정도 내지는 그 이상을 두는데 이건 제법 격차가 적다. 패턴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덕분에 편안한 착용감과 날렵한 실루엣이 나온다. 착용감과 선맛에 있어 불필요한 여분과 시접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

 앞에서 말한 바처럼 충동구매로 구매한 것이기에 잘 알지도 못하며, 크게 매력을 느낄만한 특이점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재킷과 마찬가지로 패턴맛이 참 좋으며, 설계 완성도 높음을 확인할만한 곳이 많다. 필드 테스트를 뛰면서 진가를 찾아보련다.

 마지막으로 이건 39900원. 프로모션만 적용된 가격이다. 무지하니 안팔리는지 그득하게 있다. 나야 운동복으로 쓸려고 산거지 사실 이런 것을 입고 돌아다기에는 좀 야시러운 감이 있다. 문제는 +J에서 운동복을 기대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는 점. 아무튼 나쁘지 않다. 정가 49900원이면 안 샀을 터이지만.
  1. 참고로 이런 원단류의 '메커니즘 상 지존' 은 미쯔비시의 디아플렉스다. 다공질(라미네이트) 원단으로 물리적으로 작동하는 고어텍스에 반해 디아플렉스는 형상기억원단이여서 온도에 따라 분자 밀도가 변한다. 체온이 올랐을 때는 열을 방출할 수 있을 정도로 짜임이 벌어지고, 차가울 때는 원단이 다시 모여 방풍, 방한에 최적화된다. 메커니즘 상으로는 비견할 것이 없게 좋다. 아디다스 O by O 카즈키에서 이 원단으로 바람막이가 나온 적이 있다. 그런데 80만원…….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