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 오리지널스 MOTW L-MOW 잉글랜드 재킷 / Adidas Originals MOTW L-MOW England Jacket

2011. 4. 17. 22:02옷/옷장



 그동안 심도있는 가난에 허덕였기에 쭉 옷을 안사다가 정말 오래간만에 들인, 봄날을 맞이하기 위한 아디다스의 집업 재킷이다. 그리고 이하는 정말 오래간만에 적는 옷 감상평이다.
  

Adidas Originals MOTW L-MOW England Jacket. 95 사이즈.
실측 단면 사이즈(Cm) - 어께 43, 총장 70, 가슴 45, 팔길이 65. 
작은 95 사이즈 정도.

 온화한 계절에 운동용으로 쓸 바람막이를 찾고 있었다. 얼마 전 '유니클로 +J' 의 이번 시즌 물건을 걸쳐보고 그 핏이 너무 좋아 점찍어두고 있었는데, 바람막이치고는, 그리고 유니클로치고는 조금 비싼 가격으로 망설이고 있었다. 한푼이 아쉬운 계절이다 보니 대체할만한 물건을 찾던 중 우연한 기회로 이 옷을 발견했고, 선택했다. 덕분에 유니클로 바람막이는 바이바이.

  한가한데 돈은 없어 청주로 내려와 몇일을 보내다, 지루함이 지나쳐 시내로 나섰다. 그리고 새로 들일 향수의 냄새나 맡아보려(주문은 인터넷) 백화점 1층을 기웃거리다 발견한 이월상품 재고정리에서 이 재킷을 발견했다. 그리고 두껍게 퇴적된 '옷탐' 이 이 옷의 역량과 결합하며 화학반응을 일으켜 전광석화같은 인상을 던졌다. "어머 이건 사야해"

 보시다시피 기본형은 집업 져지다. 아디다스 트랙탑의 전형과 노선을 같이 한다. 다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범람하는 오리지널스다 보니 멋진 변형과 디테일들이 추가되었다. 찌그러져 있던 옷을 들쳐보고 옷이 너무 재미있어 도저히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정도였다. 이하에서 그 요소들을 천천히 훑어 가본다.



 우선 겉감이 눈에 확 들어왔다. 아디다스와 왠지 전혀 안 어울리는 글렌 체크인 것도 재미있는데, 무려 울 100%의 직조 원단이며 양복지와 촉감이 흡사하다. 트랙탑엔 나일론이 쓰이는 것이 거진 공식처럼 인지되어 있었기에, 이런 파격은 재법 즐겁다.

 원단부터 촉이 서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는 이 제품의 컨셉에 기인한다. 이하의 디테일들에도 전반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컨셉이다. 이 제품은 오리지널스 07년 F/W 의 하위 라인인 'MOTW' 에 속한다. MOTW는 Materials of the World의 약자인데, 말 그대로 각국의 인상적인 패션 스타일들을 아디다스의 기존 라인업에 믹스한 제품들이 발매되는 라인이다. 그리고 이 제품의 명칭은 'L-MOW England' 다. 바로 영국풍 테일러드 재킷에 요소들을 가져와 만들어진 물건이다.    


 겉감은 울 100%. 안감은 폴리 100%. 단순 명료한 구성이다. 안감에는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의 시그니쳐 컬러인 명도 높은 파란색이 쓰였다. 겉과 대비되는 발랄함이 재미있으며, 늘 이런 감춤맛을 선호한다. 그리고 아마도 연관성을 두기 위해서 겉감의 포인트 컬러 라인을 파란색으로 한 것 같다. 근사한 선택이다.


 전면의 디테일. 택을 보면 "영국의 버버리에서 느껴지는 젠틀한 느낌을 자켓으로 디자인한……" 이라고 적혀 있는데, 그 때문인지 버버리 코트나 컨트리 재킷에서 찾아볼 수 있는 어깨 덮개가 달려 있다. 앞에서도 적었고 뒤에서도 계속 반복하게 될 표현인데, 이런 트랙탑과 제법 거리가 느껴지는 요소들은 옷에 재미를 더해준다.

 동시에 파랗고 아디다스 로고가 들어간 고정 단추를 사용하여 고루해질 수 있는 외관에 탄력을 준다. 첫 사진에서 볼 수 있지만 단추의 디테일도 준수하여 만족감이 크다. 구조만 놓고 보면 블레이저에 들어가는 클럽 금장 단추와 비슷하다(다만 역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  

 반대편에는 테일러드 재킷에서 볼 수 있는 웰트 포켓이 달려 있다. 역시나 재미있다. 실용적인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불협협의 미감을 조성한다는 면에서 가치가 있다.

 그리고 보시다시피, 체크(시마) 가 딱 맞는다. 분명 대량 생산이겠지만 QC가 좋아 정확하게 맞는다. 이런 작지만 중요한 요소를 놓치지 않은 점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특히나 이렇게 성의있게 만드는 경우가 드문 아디다스기에 그 가치가 배가된다.


 여기가 각별히 재미있다. 일반적인 트랙탑처럼 시보리로 조여지는 네크라인인데, 이음매에 펠트가 달려 있다. 이는 테일러드 재킷의 안칼라가 펠트인 점에 기인한다. 그 디테일을 이렇게 활용한 점은 정말 즐거운 아이디어다.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 포켓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역시나 수트에 쓰이는 제티드 립 포켓인 점만으로도 재미있는데, 작은 포켓이 하나 더 있다. 크기가 작아 실용적인 용도로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과연 무슨 목적일까? 바로 영국식 재킷에 추가되기도 하는 티켓 포켓을 디자인 디테일로 적용한 것이다. 트랙탑인 만큼 포켓 입구가 수직으로 바뀌면서, 이 포켓도 수직으로 달리게 된 것이다. 수평으로 돌린다고 가정하고 위치만 놓고 보면 딱 티켓 포켓의 위치다(게다가 한쪽에만 달려 있는 점도 심증을 굳치게 한다). 앞에 펠트 만큼이나 감탄한 디테일이다.  


 안단과 안감의 경계가 이렇게 된 트랙탑 본 적 있는가? 이 사진만 놓고 보면 수트 재킷의 내부라고도 말할 수 있다. 경계의 재단은 물론이요, 팬 포켓이 따로 달려있는 점과 포켓들의 구조가 수트 재킷의 그것과 동일하다.  


 촛점이 흔들려 제대로 보이지 않아 미안하다만, 여기에도 디테일이 숨어 있다. 보통 트랙탑 등의 운동복 류는 앞판과 뒷판이 바로 연결된다. 그런데 여기엔 옆판이 있다. 즉, 앞판을 두 장으로 나눈 것이며, 이것은 영국식 테일러드 재킷의 공법과 동일하다(이탈리아식은 간간히 바로 연결하기도 한다). 처음 봤을 때는 눈에 띄이지 않았으나, 살피다 보니 발견했으며 또 한번 감탄했다. 실루엣이 명확하게 설 필요가 없는 옷임에도 이렇게 절개선을 나누었다는 점, 즉 디자인 디테일로써의 가치에 한정하는 설계를 했다는 점은 이 옷이 목표로 한 컨셉을 충실하게 따라가고 있음을 의미하며 또 한 번 즐겁게 해준다. 볼수록 더 재미있는 옷이다.


 이런 즐거운 요소들이 범람하고 있음에도 아디다스는 아디다스다. 소매에는 그들의 트레이드 마크인 '삼디다스' 스트라이프가 덧대어져 있다. 동일한 원단으로 덧대었기에 잘 눈에 뜨이지는 않지만, 아디다스의 아이덴티티를 명확하게 품고 있다. 게다가 재미와 충족감을 배가하기 위해, 각트라이프와 소매의 체크가 엇갈리게 배치되어 있다. 


 오리지널스야 재미있는 옷들이 워낙 많이 나오다 보니 다들 보는 삼삼하지만, 특별히 이 옷은 내가 관심있는 분야와의 조우가 이루어졌기에 그 재미가 더욱 각별했다. 다만 단순한 재미에 그쳤다면 일전에 본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O by O 카즈키'(거 참 기네) 의 져지 소재 테일러드 재킷과 마찬가지로 구매욕구까지는 불러일으키지 못했을 것이다. 앞에서의 글이 너무 디테일에 치중했기에 제대로 다루지 못했으나, 이 옷은 기본기에 있어서도 충분히 준수한 편이다. 소재 면에서도, 만듦새 면에서도, 핏 면에서도 모두 합격점을 줄만 하다. 그리고 트랙탑이지만 비교적 온화한 디자인이기에 범용성도 좋을 것이라 예상해 본다. 결국 충분한 완성도를 갖추면서 재미를 더한 옷이다. 이 정도면 아주 좋다.


 장점 하나 더. 서두에서 말한 바 대로 이 옷은 이월상품 재고 정리에서 발견했다. 덕분에 가격까지도 매력적이다. 이 모든 재미와 장점을 다 해서 49000원에 누렸다. 이 정도면 2/4 분기 최고의 굿딜이 될 것이라 자평 겸 예측해 본다. 옷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만도 어려운 일이니, 사람을 웃기게 하는 능력까지 갖추었다는 점은 가히 대단한 능력이다. 이렇게 좋은 옷을 특출난 가격에 인계받았기에, 이 자리를 빌어 이 옷을 재고로 떨군 아디다스 관계자 분들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덤은 구매하고 너무 기분이 좋아 찍은 사진. 참고로 머리가 커 보이는게 아니라 진짜로 큰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