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스 X 자니 레이턴 바람막이 / Vans X Johnny Layton WindBreaker
2010. 12. 20. 04:08ㆍ옷/옷장
Vans X Johnny Layton WindBreaker. XL사이즈.
실측 단면 사이즈(Cm) - 어께 49, 총장 71, 가슴 47, 팔길이 68.
48, 혹은 100 사이즈 정도.
반스야 유명하니 설명은 필요 없을 듯싶고, 자니 레이튼은 미국의 스케이트 보더인데 제법 인지도가 높은 듯싶다. 대략 반스와 스폰서십을 맺고 있는 정도다. 다만 스케이트 보드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보니 옷을 열어보고 라벨을 탭을 읽기보기 전까지는 모르고 살았다. 앞으로도 그다지 관심은 없을 것이다.
(이 양반이다. 구수하게 생겼다.)
예전부터 자전거 탈 때 입을 바람막이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는 있었다. 다만 택하자니 어느 물건이나 모퉁이 하나는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있어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이러나 저러나 늘 구매 대기 목록에 바람막이를 올려두고 있던 중, 좋은 물건이 있나 싶어 찾은 집 앞 아울렛에 널부러저 있던 이 옷을 발견했다. 사실 지나쳤던 바람막이들과 마찬가지로 아주 만족스러운 조건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아울렛에서 발견하여 집어왔다는 점에서 아실 수 있다시피 충동구매고, 충동구매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가격이다. 70% 오프된 가격에 잠시 정신이 마비되어 구매하고 말았다. 그렇다. 결국 충동구매한 물건이다. 사실 적고보니 앞에서 바람막이를 찾고 있었다고 적어둔 것도 그나마 핑계거리를 만들려는 발버둥에 불과한 것 같다.
충동구매긴 하지만 적어도 그럴싸는 해야 선택하지 않겠는가. 풍모가 수수하니 제법 근사하다. 바람막이 장르가 젊은층을 타겟으로 두고 있는 만큼 대다수의 경우 화려한 텍스타일을 활용하곤 하는데 이 물건은 보시다시피 아주 소박하다. 단색의 원단에 디테일도 최소화되어 있다. 담백하다.
원래 바람막이는 무개차가 대다수였던 초기 자동차의 운전자들이 궂은 환경에 맞서기 위해 입던, 트위드나 개버딘으로 만들어진 기능 지향의 심심한 옷이였다. 이 물건은 비록 이제는 당연시되는 합성섬유 재질이긴 하다만 그 수수한 생김새는 오래된 근간을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이게 좋다.
대신 이런 맛이 있다. PU나 라미네이트 계열 원단을 활용한 바람막이들이 투습과 착용감 때문에 매쉬나 다공질의 안감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반해 이건 기모가 있는 직물, 즉 일반적인 점퍼에 쓰이는 안감을 썼다. 거기에 겉감과 적절히 어울리는 체크 패턴이기에, 감춤맛이 있으면서도 정숙하게 보인다.
고어텍스나 디아플렉스 같은 기능성 원단은 아니다 보니 원단에 대해선 딱히 할 말은 없다. 테스트해 보니 방풍과 생활 방수엔 문제없이 대응했다. 구조도 '본격 아웃도어용' 과는 분명 다르다. 솔기별 테이핑 처리 같은 것은 과감하게 생략되어 있고, 보시다시피 웰트 포켓이 가슴 겉에 달려있다. 게다가 체사레 파조티가 생각나는 지퍼 고리. 재질은 '쇠' 다.
좋은 원단과 만듬새에 대한 욕심은 남지만, 지리산 올라갈 것은 아니니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참는다. 좋은게 좋긴 하다만 아시다시피 가격이 걸리다 보니 적절한 타협점이 찾아야 한다, 혹은 최소 충족을 택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정도면 가벼운 자전거 질의 용도에 충분하다.
아울렛에서 나뒹구는 운명에 처하긴 했으나 본디 태생은 나름 반스에서 힘주어 만든 물건이다 보니 이런 디테일들은 제법 근사하다. 반스를 상징하는 모티브들이 여기저기 있고, 이 제품만을 위해 제작된 부자재들도 쓰였다.
아직 충분한 필드 테스트를 거친 것은 아니다 보니 기능적인 면에선 그다지 할 말이 없다. 그리고 딱히 큰 기대도 하지 않는다. 그저 편하게 입을 만한 정도만 됐으면 좋겠다. 생긴 만큼만 해준다면 충분하련만……
아무래도 2010년 마지막 쇼핑은 이 물건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이 물건으로 인해 2011년 쇼핑의 대주제 중 하나가 잡혔다. 바로 "만만한 물건을 사자" 다. 80만 원짜리 바람막이를 사서 고이고이 입는 것도 좋지만, 4만 원짜리 바람막이를 사서 걱정없이 굴리는 것이 정신건강에 더 좋을 것은 분명하다.
이하 착용 사진. 현대건설 간지를 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