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톤 / Brixton

2010. 11. 8. 00:17옷/옷장


 소위 '스트릿' 계열로 불리는 브랜드라면 대개 자극적인 디자인을 선보이곤 했다.  그런 경향이 변하기 시작한 건 대략 작년경부터.  슈프림이나 비즈빔같은 브랜드를 선두로, 다수의 스트릿 브랜드들이 20대와 30대의 브릿지를 타겟으로 설정한 디자인들을 선보이면서 보다 안정적이고 덤덤한 디자인의 제품들이 출시되기 시작했다.

 이런 류의 디자인이 본격적으로 풀리기 시작할 무렵, LA의 로컬 브랜드인 브릭스톤(http://www.brixton.com/)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웍스아웃(http://www.worksout.co.kr/)이 딜러십을 맺고 들여온 이 브랜드는, 여타의 스트릿 브랜드와는 달리 특이하게도 모자에 제품군을 집중하고 있었다.  다양한 형태의 모자들이 구비되어 있었으며, 양질의 페도라나 보울러도 있어 그 인기가 좋았다.  만듦새가 쏠쏠하여 우리나라에 풀린 초기부터 제법 지지를 받았고(물론... 씬 자체가 작다보니 전체시장 대비로는 극소수이긴 하다만), 이에 탄력을 받은 웍스아웃은 본격적으로 의류군도 들어오고 있다.

 여기까지는 개략적인 브랜드 소개고 이제부터는 개인적인 이야기.  담담한 페브릭을 사용한 뉴에라 풍의 야구모자를 찾다가 발견한 것이 이 제품이었다.  보이는 것처럼 깔끔한, 혹은 심심한 배색이면서도 나름대로 산뜻한 디자인이다.  이 외에도 이런저런 조건들이 잘 맞아, 전혀 인지도 없는 브랜드 제품치곤 제법 비싼 가격에도(10만원 약간 모자란다) 집어들게 되었다.


 디자인이 완전한 무지라면 맛이 좀 덜했을 것이다.  작고 고전적인 브랜드 로고 리벳 브로치는 대단히 적절하다.  적절한 포인트로 작용하면서도 모자의 용례가 스포티한 코디네이션에 한정하는 것을 피한다.  슈프림이나 뉴에라의 모자는 그 모자로 인해 대략적인 코디네이션이 정해지지만 이건 왠만한 캐주얼엔 두루 쓸만하다(말 그대로 쓸만하다).    


 어느 복종에서나 감춤맛을 참 좋아한다.  오직 물건의 주인만이 알 수 있는 점이 재미있어 좋다.  이 물건도 감춤맛이 삼삼하니, 림과 안감을 사틴(아무래도 실크는 아닐 것 같긴 하나...  아닐 수도 있다)으로 만들었고 프론트엔 배색으로 브랜드 네임을 적어놨다.  안감의 개념조차 없는 경우가 대다수인 야구모자의 장르에서 이런 점은 참 매력적이다.

 혼용률은 아크릴85%에 울15%.  그래도 천이 얇다보니 촉감이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다(다만, 아래에서 적겠지만 탭을 읽는 방식이 특이할 수 있다).  아무튼 사진으론 잘 안보이나 마치 코듀로이 같은 느낌으로 짜여있다.  적은 혼방이긴 해도 면소재 모자보단 고급스러운 맛이 있다.  그리고 프론트 쉘이 하드 타입이여서, 벗어 두어도 그 각이 딱 살아있다.  쓰고 있을 때도 빳빳하게 서다보니 강건한 맛이 있다.  

 구매한 물건은 L사이즈다.  이게 아주 매력적인데, 밤잠을 설치게 거대한 머리를 소유하고 있는(뉴에라 7과 3/8이 꽉 낀다) 내게 프리사이즈가 아닌 다양한 사이즈로 나온다는 점은 참 다행이다.  사이즈 때문에 멋진 모자도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다행히 이 제품을 고를 때는 비극을 면할 수 있었다.    


 이건 앞에서 소개한 물건에 만족하여 구매한 물건이다.  앞의 물건이 뉴에라의 형태에 가까웠다면 이건 옛날 야구모자의 모양을 따르고 있다.  고전적이면서도 활동적이다.  배색도 딱 옛날 뉴욕 양키즈다.   

 얇고 통기가 잘되는, 그러면서 조직이 예전 직물같은 느낌이여서 골랐다.  자전거 탈 때 쓰려는 게 목적이다 보니 위의 모자와는 조건이 좀 달랐다.  받아들이기 나름이지만, 이 모자에 피케 셔츠와 니커보커 팬츠, 패턴이 있는 호스를 신고 자전거를 타면 꽤 멋지다.  딱히 그 코디네이션 뿐만 아니더라도 여름 옷차림엔 두루 잘 어울린다.  다만 스포티한 모자임에도 아주 스포티한 차림, 예컨데 박스티에 카고 팬츠같은 조합엔 안어울린다.  아무래도 확실히 옛날 풍의 디자인이다 보니 그런 듯.


 광목처럼 거친 짜임에 남색 핀스트라이프가 들어간 원단이다.  마치 예전 방적기로 짠 듯한 느낌.  이게 참 좋았다.  예전 야구모자같은 형태와 잘 어울려 오래전에 나온 모자같은 느낌을 준다.  앞에서 소개한 모자와 마찬가지로, 자그마한 브랜드 로고가 적절하게 박혀 있다.


 다만 안쪽은 좀 불만이 있으니, 일단 림의 배색이 인조 가죽이다.  땀 흡수에도 안좋으니 차라리 페브릭으로 처리하는게 어땠을까 싶다.  배색이 이쁘긴 하나 이 외엔 좋을게 없다보니 불만족스럽다.  림외에 특별한 안감 감춤맛은 없다.  여름모자다 보니 매쉬로 된 안감을 사용하는데 적절한 선택이다.

 혼용률이 사진과 같이 복잡한데, 이것을 보고 탭이 나타내고자 하는 의미가 달리 있는게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단순 원단의 혼용률이 아니라, 전체 모자에서 각각의 성분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을 나타낸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인조 가죽이 표시되어 있지 않다보니 그건 또 아닌 것 같고...  아무튼 이렇게 복잡한 혼용은 참 드물다.  촉감 자체는 좋다.  생긴 것이 광목같다 적었는데, 촉감도 광목같다.



 이 외에도 페도라를 하나 구매했었지만 앞에서 적은 비극적 이유로 인해(사이즈가 안맞더라) 다시 방출했다.  다들 1년이 훌쩍 넘은 물건들이다 보니 이젠 오피셜 라인업이나 웍스아웃 물건이다 다 신제품들로 대체 되었다.  다만 전반적인 퀄리티는 그다지 감소 없이 이어져 내려오는 것으로 보이니, 구매할만한 가치가 충분하다(다만 국내 유통가는 오피셜 대비 좀 비싸다).  내 경우 헌팅캡을 하나 사려고 고민 중인데, 아무래도 이 브랜드를 또 고르게 될 것 같다.

 자주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이상하게 욕심이 가는 물건종이 두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이 모자다.  그러다 보니 나름 다양한 모자 컬랙션을 구비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손이 잘 가는 모자가 이것들이다.  어디에나 잘 섞이고, 그러면서도 모자 자체도 충분히 멋스럽다.  1년이 넘게 쓰면서, 드라이 클리닝도 해줄 정도면 참 괜찮은 모자가 아닐까?  앞으로도 방출없이 쭉 쓸 것 같다.  적어도 보울러가 어울릴 나이까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