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벨로들

2010. 11. 8. 02:44두 바퀴/만지다


 자주 다니는 샵에서 찍은 사진들이다.  미니벨로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샵인데, 운이 좋았는지(혹은 가산탕진의 입구였는지) 이런 특별한 곳이 집 근처에 있다.  덕분에 자주 다니고 있고, 내 자전거 생활의 한 축으로 크게 작용하고 있는 곳이다.  이 블로그 초기에 소개한 그 자전거포.  그렇다.  거기다.

 전 기종 다 타본 것은 아니다 보니 심도있는 감상보단 눈으로 느껴지는 인상과 트리비아들을 주로 적어 본다.


 바이크 프라이데이의 에어 프라이데이(Air Friday by Bike Friday).  개점 초기부터 DP되어 있던 모델인데, 기괴한 풍모와 고고한 가격대를 가지고 있다 보니 아직 DP중이다.  본격 스프린터보단 투어링 바이크의 컨셉으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브로셔의 사진도 그쪽을 지향하고 있다.  
 일단 프레임 구조가 요상하다 보니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개인적으론 영 아니다).  컴포넌트들의 선택은 적절하고(기본적으론 커스텀이다 보니 오더 메이드시 파츠야 원하는대로 고를 수 있긴 하다) 특히 바엔드 쉬프터를 사용한 점이 재미있다.  기능면에선 폴딩(정확하겐 프레임 해체)가 가능한 물건이기에 작게 접어서 차량등을 통해 운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승차감에서 뛰어나단 평이 있다.  
 요즘엔 모르겠으나, 이게 매물로 올라오면 "미벨의 끝은 역시 에어 프라이데이죠" 란 리플이 달리곤 했다.  지금처럼 미니벨로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 한참 전에, 고고하게 앞서나가던 물건.  아직도 'TSR 몰튼' 정도와는 동급으로 볼 수 있다.


 역시나 바이크 프라이데이 사의 제품인 포켓 로켓(Pocket Rocket by Bike Friday).  다혼의 젯 스트림과 뮤 시리즈, BSM 등과 함께 최상위 언더본 프레임의 한 축을 지탱하고 있는 제품이다.  이 클래스 제품들은 폴딩, 혹은 해체란 편의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최상의 퍼포먼스를 목표로 둔다.  포켓 로켓도 조건 하 최경량을 추구하면서 설계와 피팅에서 스프린트 주행성을 최대한 확보함을 목적으로 둔다.  위의 에어 프라이데이와는 지향점이 좀 다르니, 투어링보단 레저용에 가깝다.  
 에어 프라이데이와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커스텀 미니벨로다 보니 오더 메이드 시 원하는 컴포넌트를 사용할 수 있고, 상위 등급인 '포켓 로켓 프로' 모델이 있어 조금 더 감량을 원한다면 그 쪽을 택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흥미가 가는 물건이긴 하나 이 정도 클래스 물건들의 공통적인 특징인 '가성비 무시' 로 인해 관심을 접을 수 있었다.


 자이언트의 플라이트 미니 제로(Flight Mini 0 By Giant).  비교적 초기의 미니벨로며, 한 때 나름의 붐을 이루었으나 최근엔 잠잠하다.  프레임이 참 특이하게 생겼는데, 에어 프라이데이와 마찬가지로 호불호가 갈릴 듯.  개인적으론 에어 프라이데이와 마찬가지로 별로지만 이런 류의 프로그레시브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들어간 컴포넌트에 따라 다양한 베리에이션이 있는데, 사진의 모델은 스프린터 지향의 모델이다.  불바와 STI 레버의 조합이 재미있다.  이런 조합을 사용한 자전거가 의외로 드문데, 기억나는 것이라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다혼의 '스피드 프로TT' 정도 밖에 없다.  언젠가 시도해 보고 싶은 형태이긴 하나 스램 쉬프터는 이게 안되서...
 여담으로, 모 국내업체가 동일한 형태의 프레임을(아무래도 카피다) 쓴 제품을 출시했었다.  이 정도면 별 일이 아니나 문제는 하중 고려가 없이 단순 형태만 차용했는지 주행 중 프레임이 부러지는 등의 최악의 사태가 속출하여 단종됬다.  이후 이 업체는 비트문의 프레임 구조와 유사한 제품도 출시했다.  그것이 바로 R2000!


 콘도르의 C1.  60만원의 가격대에 크로몰리 프레임을 만나볼 수 있기에 경쟁력있는 제품이었으나 요즘엔 너무 괴물같은 물건들이 많이 나와서...  개인적으론 좋게 보는 제품이다.  우리나라에서 슬그머니 자취를 감춘 빌리온과 컨셉이 아주 유사하여, 처음엔 빌리온이 브랜드 네임을 바꾼 줄 알았다(아직도 정확히는 모른다).  얇은 튜빙, 퀼스템, 커브 포크, 알류미늄 컴포넌트 등, 비교적 클래식한 형태를 가지고 있기에 취향에 맞는다면 고려해볼만 하다.  튜닝 없이 이대로 타도 충분할 듯.  더해도 논 에어로 브레이크와 레더 새들, 바테잎 정도만이 적절할 것 같다.


제논스포츠의 미니벨로 브랜드, 테릭스의 포고와 티아고다(Fogo and Tiago by Terix).  플랫바가 포고, 드랍바가 티아고다.  동일한 프레임에 조향계만 다르다.  한 때 이 씬에서 이슈가 됬던 모델이다 보니 자잘한 설명은 필요없을 듯 싶다.  얼마전에도 두 달동안 기다려서 물건을 받은 분을 보았으니, 물량이 달려 못 파는 물건.  사장님이 물건을 들여와도 DP를 안해두셨다고 한다.  안해둬도 곧 나가니까.  
 티아고 기준으로 실 매매가 50만원대에 시마노 소라 셋을 사용한(크랭크, 브레이크, 스프라켓은 아니다) 크로몰리 프레임이란 게 붐의 주 원인이었다.  확실히 합리적인 물건이긴 하다.  그리고 크로몰리 프레임을 사용한 자전거라면 대개 클래식한 컨셉이곤 한데 이건 현대적인 디자인이기에 다수의 지지를 얻을만 했다.


 미니벨로 씬을 넘어, 자전거 전체 시장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독자적인 장르를 만들어 낸 제품.  스트라이다다(Strida).  일반적인 자전거의 형태를 벗어난 물건들 중 이 정도 실효성과 완성도를 가진 물건은 이 것밖에 없을 듯 싶다.  마크 뉴슨의 자전거나 코펜하겐 바이크의 물건이 생각나긴 하나 여기에 비하면 검증이 안되었다 보니(결국 덜 팔렸다 이거다) 이 이상은 없을 듯.  기본적인 형태를 많이 벗어났지만 가장 합리적이고 기능적인 요소들로 채택하며 자전거란 명제를 다른 관점으로 다가섰다.  폴딩 구조, 페달, 벨트 구동, 새들과 짐받이 등, 디자이너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눈에 선하다.   
 사진의 물건은 고급형으로, 페달, 휠셋, 새들, 머드가드 등에 차이가 있다.  개인적으론 보급형이 더 합리적인 구조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러나 저러나 10km 이상의 장거리나 고속 확보는 어려운 물건이니, 대중교통과의 연계나 마실같은 목적으로 활용하길 추천한다.


 브롬톤(brompton)을 접은 형태다.  브롬톤은 내게 참 묘한 물건인데, 일단 단점부터 말하자면 영국제임에도 완성도가 그다지 뛰어난 편이 아니며, 가격이 상당하고, 튜닝의 한계점이 명확하단 점 등으로 인해 꺼려진다.  하지만 자전거 중 가장 작게 접힌다는 점, 폴딩 미니벨로임에도 클래시컬한 외관을 갖추고 있다는 점, 다양한 악세서리를 활용하여 이쁘게 꾸밀 수 있다는 점 등으로 인해 늘 미련을 두게 한다.  오묘하다.  늘 세컨차로 구매를 고려하지만 막상 결제 버튼에 손이 올라가진 않는다. 
 아직까지 내 차로 들여본 적은 없으나 함문수가 들였을 때 타보니 주행의 즐거움이 쏠쏠했다.  속도 따위는 상관없이, 산뜻하게 페달을 밟고 있으면 풍경도 달라보인다.  배두나 선생님이 애용하는 자전거인데, 이걸 타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으신다 한다.  딱 그런 컨셉에 어울리는 자전거다.
 여담으로, 미스동에 이걸 7kg대를 만든 분이 있다(http://cafe.naver.com/minisprinter/24140).  역시 미스동은 무시무시하다.  

 앞에 놓여있는 것은 브룩스의 안장 가방.  브룩스의 물건들은 묘하게 장중하면서 단아하다.  브롬톤 뿐만 아니라 클래시컬한 컨셉의 자전거엔 다 잘 어울린다.  다만 그 가격이...  브롬톤의 경우 플라잉벨로(http://flyingvelo.co.kr/)란 국내업체가 가죽 가방을 만들고 있는데 참 이쁘다.  가방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추천한다.
  

 한 때 경량 미니벨로 제왕의 자리에 올라있던 타이렐(tyrell).  청주에선 타이렐을 취급하는 유일한 샵이 여기다 보니 이 곳에서만 타이렐을 만나볼 수 있다.  자주색은 자주 보이는데 네온그린은 이 날 처음 봤다.  지인 분의 물건으로 추정된다.
 이후 무시무시한 녀석들이 많이 나와 예전만큼 절대적인 포스를 뿜어내지는 않지만, 요즘도 어디가서 주눅들 일 없는 자전거다.  티탄 프레임인 pkz나 pk1은 아직도 최경량 미니벨로 프레임 중 하나며, 브랜드 컴포넌트인 AM7 휠과 카본 포크도 충분히 강력하다.  경량 미니벨로를 지향한다면 꼭 고려해 볼 모델.  내겐 그 특이한 프레임 형태 때문에 고려대상이 아니나, 상급 미니벨로를 고려하는 경우라면 충분히 추천할만 하다.  프레임 킷을 기본으로 한 오더 메이드니 다양한 컴포넌트들을 적용할 수 있다.  국내에선 아무래도 B.A 스포츠 독점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