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필름 파인픽스 X100

2010. 9. 28. 17:36잡문/이야기


 마음은 M9인데 지갑이 아이티인 사람들을 위한 대안은 몇 가지 있었다.  일단 나도 심각하게 구매 고려에 들어갔었던 시그마 DP2S, 기가 막히게 잘빠진 외관의 소니 NEX-5,  공전의 히트를 친 올림푸스 PEN 등이 생각난다.  최근 미러리스 플랫폼의 고성능 소형 카메라 시장이 한참 뜨거운데 쭉 죽어지내던 왕년의 명가 후지필름에서도 새로 이 대열에 합류했다.  그리고..  

"어머 이건 사야해"


  카덕이 아니다 보니 스펙보단 디자인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자태가 가히 찬란하니, 레트로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가죽으로 감싼 마그네슘 합금 바디에 충실히 고전적인 디자인.  가죽 스트랩 하나 걸어서(게다가 스트랩 고리도 일반 카메라용이다) 달랑달랑 걸고 다니면 십덕후같고 멋질 듯.  이런 디자인을 실행에 옴긴 후지필름 스탭들에게 찬사를 보내다.  이런 호불호가 확연히 갈리는 디자인을 고가의 공산품으로 내놓기는 쉽지 않다.  

 사실 이런 류의 디자인은 라이카가 선두주자이긴 하나 앞에서 적었다시피 경제사정이 여력이 안되다보니(M9 바디만 천만원이다) 손가락만 빨고 있었는데 후지필름이라면 합리적인 가격대에 나오지 않을까 싶다.  아직 발매는 안됬는데, 가격대는 12~15만엔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미러리스 '따위' 치고는 비싼 가격이나 이 정도면 충분히 살만하다.


  SLR의 장점(사진 자체) 대비 단점(크기, 무게, 디자인 등)이 싫어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이 정도면 SLR, 아니 클래식 카메라의 조작감을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가볍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크기는 여타의 미러리스 카메라와 비슷한 수준.  

 내 지금 카메라에 마음에 안드는 점이 포커스등 일련의 조작에서 디지털이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는 점인데 그 비중이 많이 적다.  찾아보면, 포커스, 조리개 링이야 당연히 랜즈에 달려있고, AF-MF 변환, 노출, 노출보정, 셔터 스피드가 모두 아날로그로 조정 가능하다.  충분히 편리하게 수동 카메라로 활용할 수 있어 보인다.

 그외에 외관에서 마음에 드는 점으로 광학식 뷰파인더가 있고 RAW 포멧으로 전환할 수 잇는 별도의 버튼이 있다는 점이 있다.  지금 쓰는 카메라는 뷰파인더가 외장에 디지털이여서 장착의 필요성을 못느끼고 있었는데 이건 광학식, 디지털, LCD 병용이기에 활용하기 좋을 듯.  디옵터 다이얼도 달려있다.  게다가 이건 사각형 크기안에 들어가는 위치에 있기에 본체 크기가 커지지도 않는다.  시야범위가 90%인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이게 어디냐 싶다.  RAW 포멧을 가끔은 활용하는데 지금 카메라는 전환시에 메뉴에서 복잡하게 들어가야 하는게 불편하다.  이렇게 독립된 버튼을 달아두는 것은 적절한 선택이다.

공시 스펙은 다음과 같다.


 일단 교체 불가능한 단랜즈가 지적되던데 내겐 이게 적당하다 못해 환영해줄만 하다.  줌을 아예 안쓰다 보니 아예 단랜즈인 편이 간편하게 찍을 수 있고 카메라 크기도 확 작아진다.  그리고 요즘 카메라는 화질이 워낙 좋다보니 인화용이 아니라면 크롭으로도 왠만큼은 커버가 된다.  결국 줌랜즈가 별 필요가 없는 내게 기본 구성으로 줌랜즈를 끼워넣는 대다수의 미러리스 카메라들에 비해 이런 점은 큰 장점이다.  스펙은 23mm(35mm 환산 35mm)의 일반 화각에 f2까지 올라간다(요즘엔 기본이긴 하다만).  충분하다.  최소 접사거리가 10cm인건 좀 아쉬운데, 이건 전륜한 1cm 접사의 리코를 쓰다보니 그런거라 쓰다보면 별 문제 없을 듯. 

 이미지 센서는 스펙 상 1:1.5 크롭이다.  SLR에선 풀 프레임이 많이 풀렸지만 소형 카메라에선 이 정도면 준수하다.  메커니즘은 후지만의 뭐시깽이 기술이라던데 써본 적이 없고 막눈이라서 일단 써봐야 알겠고, AF도 거의 안쓰기 때문에 AF속도는 애초에 관심없다.  HD 동영상을 지원하긴 하다만 역시나 관심없다.  

 특이사항으론 필름 시뮬레이션 기술이 있는데, 후지필름의 명작이라는 벨비아, 프로비아, 아스피아 필름의 발색을 가상화 적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봐야 색감 조정이겠지만 나름 재미가 있을 듯.

  
 충격적인 외관에 끌려서 찾아보다 보니 볼수록 매력적이다.  오래간만에 취향을 완전히 만족시키는 제품이 나왔다. 이렇게 딱 들어맞기도 쉽지 않다.  "어머 이건 사야해" 란 말이 절로 나오는 물건.  아마도 내년쯤엔 이걸 가지고 다닐 듯.

 그나저나 지금 카메라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러다 패가망신할 듯...

자세한 자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