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산 물건들

2010. 10. 23. 00:45잡문/이야기

  
 오래동안 자잘한 쇼핑을 미뤄두고 있다가 몇일전 한방에 몰아서 샀다.  자잘자잘한 물건들이지만 필요한 것 다 갖추고 나니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자전거 부품 하나 간 금액 나오더라.  이번 분기 지름은 아무래도 이것으로 끝.  

 주로 컴퓨터 부품들인데, 한 때는 컴덕이었으나 인텔 CPU를 클럭이 아닌 모델넘버로 부르기 시작할 무렵부터 손을 땠다보니 요즘 동향을 파악하는데 한참 걸렸다.  그 몇 년 사이에 세상은 참 좋아졌더라.  직접 다뤄 본 가장 오래된 하드가 20Mb(이씹명박이 아니다) 였는데 요즘엔 2Tb짜리가 흔하게 나오니...  XT로 램페이지(그땐 '고릴라' 라고 불렀다) 하던게 엇, 그제 같은데 이젠 뭐?  헥사코어? 헥사코어?  그럼 소는 누가 키우는데?

 여튼 사실 그다지 쓸 말은 없는데 기억에 남기려 적는다.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벤치마크 스펙은 생략한다.  그런건 파코즈가 나보다 만배는 났으니까..

1. 히타치 데스크스타 SATA2 500Gb
 동생 컴퓨터에 쓰는 물건이다 보니 1테라까지는 필요가 없을 것 같아 선택했다.  1테라가 가성비는 더 좋지만, 다 쓰지도 못할 것 조금이라도 싼 것 쓰려고 골랐다.
 일단 직전까지 작동할 때마다 드륵드륵 읽는 삼성 하드를 썼다보니, 작동음이 없는 제품을 쓰니 이거 영 심심하다.  이게 돌아가고 있는게 맞는지 애매하기도 하고...  요즘 하드는 다 이런 것 같던데 개인적으론 예전처럼 드륵드륵 하는게 확실해서 좋다.  발열은 확실히 덜 뜨겁다.  지금까지 씨게이트, 삼성, 웨스턴 디지털을 써봤는데 이전에 썼던게 한참 전 E-IDE 모델이다 보니 적절한 비교는 어렵겠지만 이게 가장 덜 뜨겁다.  이것도 일장일단이 있는게, 내년부터 급속도로 가난해질 것이 분명하기에 겨울에 난방용으로 부적절한 감이 있다.  아마도 내 컴퓨터엔 프레스캇에 씨게이트를 쓸 듯.  
 속도?  PC에선 이 정도면 충분하다.   SSD가 빠른 속도로 보급되곤 있으나 아직까지는 비싼 감이 있다.  하이브리드 하드는 그 장래성이 애매하고 가격도 조금 애매한 수준.  어짜피 요즘엔 램이 싸 4Gb도 손쉽게 맞출 수 있으니 SATA2 7200RPM 이면 일반적인 운용엔 충분하다.  다만 문명5 할 때는 SSD가 그 성능을 확실히 발휘하더라.  부럽기는 하더라.  그 외엔 별 필요성을 못느끼겠음.

2. ASRock P43 보드
 역시나 동생 컴퓨터에 사용한 물건이다.  아마도 이 회사 물건이 싸서 그런 것이겠지만, 벌써 세 대째 이 회사 보드를 사용하고 있다.
 오버 클럭킹이나 확장성 같은 것은 전혀 염두하지 않기 때문에 보드는 늘 원하는 사항에서 가장 저렴한 제품을 선호한다.  이번에 필요한 건 PCI Express 2.0, 775소켓, DDR3 이었고 그 조건에선 이 물건이 가장 저렴했다.  지식인 같은 곳에서 보면 PCI Express 1버전과 2버전이 호환된다 카던데 실제로 해보니 1버전에서 2버전용 그래픽 카드가 작동하지 않았다.  덕분에 팔자에 없는 보드를 구입하게 되었다.  계산하지 않았던 지출이긴 하나 만족스럽다.  보드에 바라는 것은 전원이 제대로 켜지기만 하면 된다.  보드 광고들을 보면 전원부를 좋은 콘덴서를 써서 튼실하게 만들었다고 자랑하는 제품이 많으나 뭐 열시간, 스무시간 켜두는 건 아니니까 이 정도면 충분하다.  사실 이것도 팔자에 없는 오버스펙.

3. 삼성 DDR3 10600
 베스트셀러다 보니 딱히 적을만한 말도 없다.  커세어 같은 곳에선 2000GHz까지 보장한다는 방열판 달린 제품이 나오나 오버 클럭킹은 전혀 관심이 없다보니 논외.  현재 1333GHz 기본으로 돌리고 있는데 뭐...  불만이 없다.  다만 램이야 원체 전송속도가 빠른 부분이다 보니 DDR2에 비해 빨라진 것도 모르겠고...  그냥 꽂아야 하니까 쓰고 있습니다.

4. GMC W-2
 이건 내가 쓰려고 샀는데 새로 산 보드가 동생의 Micro-ATX 케이스에 안들어가서 그쪽에 쓰고 있다.  아깝다...
 소위 'PC방용 케이스' 다.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하단에 파워 서플라이를 설치하는 형태의 케이스다.  그 중 가장 저가군에 속한다.  원래는 색상이 빨간색인 W-1 모델을 구매하려 했는데 파는 곳도 얼마 없고 가격도 약간이나마 비싸고 하여 이 제품으로 골랐다.  19000원.  이러나 저러나 싸다.  마음은 리안리에서 나오는 알류미늄 케이스가 이뻐보이나...  돈이 없어... 
 최근 추세답게 ODD 슬롯이 아예 없다.  깔끔해져서 보기 좋다.  PC방을 타겟으로 둔 제품이다 보니 하드 디스크를 손쉽게 연결할 수 있는 소켓을 두고 있다는 점도 좋다.  형태 자체는 마음에 든다.  다만 늘 저가형 케이스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리고 그렇기에 느끼는 것이겠지만, 이 가격대의 제품들은 늘 마감이 후지다.  절삭도 그렇고 도장도 그렇고 케이블 가이딩도 그렇고...  조금만 성의를 기울이면 훨씬 좋아질 수 있을 터이나 그러면 단가가 올라가겠지...  여튼 그러려니 하고 쓴다. 

5. 트랜센드 SDHC 클래스10 8Gb 


 전에 쓰던 메모리 카드를 분실한지 어연 반년.  핸드폰용 메모리카드(LG 초콜릿2인데, 순정 메모리가 무려 4Gb다) 를 사진 찍을 때마다 옴겨쓰는게 귀찮다고 느낀지도 어연 반년.  미루고 미루다가 샀다.  지금 쓰기 위한 것도 있고, 앞으로 살 카메라를 위해 산 것도 있고(후지필름 X100은 확실히 사야 할 물건으로 낙점됬다)...
 다른 때는 모르겠으나, RAW 촬영을 할 때면 확실히 전에 쓰던 클래스2 보다 기록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느낀다.  지금까지는 컴퓨터가 후진 것도 있고(싱글코어 1.8에 512램.  인터넷은 잘됬다) 해서 RAW를 안썼는데 이번에 동생이 버린 컴퓨터도 들어오고 하니 앞으로 RAW를 열성적으로 써보련다.  무엇보다 X100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6. ATI 레이디언 5770 1Gb


 요즘엔 라데온이라고 부르던데, 예전 과도기엔 라데온과 레이디언이 같이 쓰였었다.  그 때 입에 붙어서 난 아직도 이걸 레이디언이라고 부른다.  뭐 그냥 그렇다고..
 동생 컴퓨터에 쓴 제품이다.  어쩌다 보니 늘 NVidia를 썼는데, 최초로 써보는 ATI다.  내가 쓰기엔 메트록스면 충분한데, 이건 한참 오버 스펙이다.  오락 참 좋아하는 동생이다 보니 기왕 살 꺼 강력한 녀석으로 골랐다.  설치하고 이전에 안돌아가던 오락들을 돌려보니...  충분히 강력하다.  야 기분좋다.
 ATI가 색감이 좋다고는 예전부터 들었으나 "그래봐야 뭔 차이 있겠어" 라고 생각한 게 '리바TNT' 때 부터인데, 쓰던 것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색감이 '비비드' 하고 '브라이트' 하다(아 이 저열한 표현력).  게임보단 영화나 2D작업 때 확실히 그 차이가 느껴진다.  역시나 이번에 구매한 IPS 패널 모니터와의 조합은 가히 아름답다.  다만 이게 미묘하니, 색재현률이 높아 정확한 색상이 나온다곤 말 못한다. 기계로 켈리브레이션을 해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겠지만 이건 아무래도 과장된 색감으로 보인다.  업무용이라면 역시 메트록스+에이조 조합이겠으나 역시나... 돈이...   

7. 현무정보통신 21인치 IPS LCD
 그다지 전문적인 스펙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닌 경우다 보니 IPS 패널 중 가장 저렴한 제품으로 구매했다.  확실히 TN 패널보다 시야각과 채감 밝기면에선 우월하다(다만 압도적인 것 까지는 아니다).  TN 패널과 가격이 그다지 많이 차이나는 것은 아니다 보니 구매를 적극 추천한다.  다만 LG의 S-IPS 패널이 들어간 '애플 시네마 디스플레이' 는 보는 것만으로 참 훈훈하던데, 이건 그 정도로 압도적인 포스를 뿜어내진 않는다.  역시나 마음은 그 쪽이나...  아까 에이조와 마찬가지다.  돈이 없다. 
 아쉬움으로, 저가라곤 하지만 마감과 디자인이 많이 후지다.  일단 마감에서, 패널 태두리를 둘러논 플라스틱은 비어져 나오고, 불량화소 3개가 발견됬다.  디자인은...  베젤 디자인이 참 당혹스럽고, 버튼도 문제가 있으며, 전원을 켤 때 나오는 로고도 마음에 안든다.  디자인의 경우 저렴하다 보니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오버 센스에 기인하는 문제다 보니 아쉬움이 더 크다. 
 개인적인 아쉬움은, 요즘 저가형 모니터는 다 16:9나 16:10으로 나온다.  작업용으론 아무래도 4:3이 편하다 보니 선택의 폭이 좁다는 점에서 아쉽소다.  아마 내 컴퓨터 용은 오픈 프레임 4:3을 사게 될 듯. 

8. E모든 500W 80PLUS


 이것도 오버 스펙이다.  400W로도 충분한데 80PLUS 제품 중 이 제품의 가격이 더 저렴하여 이 쪽으로 골랐다.  80PLUS도 치고 보면 오버스펙이니, 이 효율 인증을 위해 투자한 초기비용을 뽑기 위해선 3~4년은 주구장창 써야 한다.  아무래도 이번 구매에서 가장 엄한 선택이다.  여튼 잘 돌아가곤 있다.  조용하다.  이거면 됬지 뭐...
 사담으로(글 전체가 사담이긴 하다만), 언제부터인가 파워 서플라이도 제법 이쁘게 나온다.  비단 이쪽 뿐만 아니라, 초록색 천편일률이던 파츠들이 요즘엔 다들 알록달록하게 나온다.  여전히 "컴퓨터 부속이 이뻐서 뭐하나" 라고 생각하긴 하나 단순히 이 것 때문에 가격이 비싸지는 것은 아니니 나쁠 건 없다.  그나마 실효성 있는 장점이라면, 이렇게 수축 튜브로 마스킹해서 나오면 정리하기 편하긴 하다...  이렇게 적고 보니 되게 옛날 사람이 된 기분이다. 

9. 플레오맥스 무선 마우스
 별 생각없이 산 감이 있다.  무선이고, 일반 크기면 된다는 전제하에 고른 물건이다.  별 생각없이 쓰고 있다.  다만, 아무래도 RF방식이 블루투스 방식보다 수신감도가 떨어지는 것 같긴 하다.  불루투스 마우스를 쓰면서 마우스가 튀는 문제는 없었는데, 이건 종종 튄다.  평상시엔 별 문제가 안되나 조금 멀리서 사용할 때나 FPS 게임을 할 때는 화가 날 때가 있다.  자주 그런 문제를 겪는 것은 아니다 보니 반품 안하고 쓰고 있다.  역시 진성 충청도민.
 저가 무선 마우스는 거의 다 노트북 대응의 소형으로 나오다 보니 일반 크기의 마우스는 조금이나마 더 비싸다.  충분히 싸게 만들 수 있으련만 수효가 없어서 그런 듯.  모니터 때와 마찬가지로 마음은 '마이크로소프트 아크 마우스' 나 '애플 마이티 마우스' 가 탐나긴 하나...  뭐 그렇다구...
 레이저 등의 회사에서 나오는, DPI가 압도적인 게이밍 마우스와 대응 패드에 대한 동경은 있다.  다만 영원히 구매할 생각은 없다.  다만 패드는 양가죽 원단 사다 만들어 쓸 예정.  베지터블 워싱 말고 일반 양가죽의 그 끈적한 느낌이 좋다.  게다가 가위로 오리기만 하면 된다.

10. 핸드드립 세트


 이걸 사면서 참 아쉬움이 많았다.  마음은 하리오에서 나오는 황동 세트+도자기 드리퍼지만 역시나 돈이 문제지 뭐..  게다가 이 무딘 혀로 그 실효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지가 미지수였다.  결국 입문자 셋으로 골랐다.  드리퍼는 전에 쓰던 플라스틱으로 쭉 가고 뭐...
 이것도 "사야지 사야지" 한게 근 1년.  전엔 갈아 둔 원두 조금씩 사다가 일반 주전자로 만들어 마셨다.  일지식이라며...  아 내가 생각해도 내 자신이 참 유치하다.  아무튼 요즘 하루하루 신세계를 경험하며 살고 있다.  가는게 귀찮긴 하나, 서투나마 일본식으로 정성들여서 내려 마시면 참 근사하다.  
 얼마전에 학교 근방에 사장님이 직접 배전하는 카페가 생겼다.  가면 배전한지 3일 이내의 원두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그 쪽에서 원두를 사다 마시고 있다.  소현씨.  과테말라 안티구아 참 좋아합니다.  이번엔 거짓말이 아니라구요.  
 여튼 발같은 손으로 만들어 마셔도 참 좋다.  강력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