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코르테즈 / Nike Cortez

2009. 10. 19. 16:07옷/옷장


 길게 예기할 여지가 없다. 스포츠웨어의 제왕 나이키가 만드는 모던 런닝화다. 디자인은 담백하고 착화감은 편안하다. 이 정도면 충분한 설명 아니겠는가?  

 나일론 코르테즈의 유행 광풍은 아마 내가 대학교 초년생이었을 무렵에 불었던 것 같다. 당시엔 괜한 스포츠웨어에 대한 불신감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면 괜히 싫어지는 이상한 뒤틀림 때문에 상종조차 안했었다. 어쨌든 유행은 한참 지났다. 그리고 철지난 올해, 특별한 기회에 코르테즈를 신어보게 되었고 늘 그렇듯이 내 선입견이 잘못되었었단 걸 깨달았다. 이렇게 내게 딱 맞는 코드의 신발을 놓치고 살았다는 후회도 분명했다.

 이 생각이 언제까지 갈진 모르겠으나 이젠 운동화에 있어서는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어쩌면 세르주 갱스부르의 레페토처럼 나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평생 따라다닐지도 모르겠다. 물론 완벽히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 무게와 내구성, 소재 선정과 사소한 디테일에서 조금 더 갖춰지길 바라는 욕심이 있다. 하지만 이 이상은 과욕이고 실패할 가능성이 농후한 도전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약간의 완성도 추가는 많은 금전적 손실과 결부된다. 세상에는 코르테즈보다 좋거나 내 취향에 맞는 신발이 많다. 다만 내가 아는 범위에서는 다들 코르테즈보다 비싸다. 그것도 많이. 적절한 선을 찾는다는 면에서 코르테즈는 상한성이며, 이는 또다른 강점으로 내게 다가온다.


 올해 연초에 구입한 레더 코르테즈다. 이걸 신고 국내,외를 막론하고 꽤 많은 곳들을 돌아다녔다. 발걸음의 흔적들이 남긴 상처와 몇번의 물세탁 때문에 많이 상하긴 했으나 내겐 처음의 반들반들한 모습보다 지금이 더 좋다. 기름기가 쪽 빠진 담담함이 참 좋다. 그리고 내것이란 아이덴티티도 분명해졌다.

 코르테즈 라인을 나누면 크게 세 분류, 즉 빈티지, 베이직, 플라이모션으로 분류된다.(와플레이서와의 연관성이 무엇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이건 베이직 라인에 속한다. 디자인 측면에선 고전미와 기능미의 적절한 조화가 원하는 방향과 수준에 부합했다. 잘빠졌지만 날카롭지 않고 소탈하지만 가난하지 않다. 말 그대로 "이 정도면 된다" 의 수준에 부합한다. 다음으로 성능을 보면. 착화감에 있어서도 디자인만큼이나 적절하게 자기 할 몫을 해낸다. 트래킹같이 안 어울릴 용도로 사용하지만 않는 이상 이 정도면 어느 곳을 돌아다녀도 모자랄 것 없다.  

  (다만 약간의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센텀시티에 갔을 때 아웃솔 중 한층이 반정도 떨어져 원치않게 '딱딱' 발박수를 츠며 명품관을 돌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뜨거운 물에 삶았을 때 본드가 녹아 그렇게 된 것 같다. 여튼 잠시 낭패를 봤던 기억이 있다.)  


 이건 플라이모션. 앞에서 말한 센텀시티 방문 때 매장에서 신어보고 점찍어 두었다가 구매했다. 베이직 코르테즈와는 비교도 안되는 가벼움이 장점이고, 아웃솔 소재가 변경됨으로 인해(일반 경화고무에서 스칠로 폼 같은 소재로 바뀌었다.) 착화감이 나빠진게 단점이다.  여기에 측면에 들어간 플라이와이어와 가죽을 대체한 합성피혁으로 인해 디자인이 너무 전위적으로 변했음에 대한 개인적인 불만 정도가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참 즐거운 감각으로 신을 수 있는 신발임은 변하지 않았다.  화창한 날에 이걸 신고 걷다보면 "새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 노래가 절로 나온다.

  이거면 된다. 그리고 이것만 신고 있다. 아마도 당분간은 변치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