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일기는 일기장에(32)
-
004. 요리 지옥 두 번째 - 돈까스 덮밥
(돈까스 요리법을 쓰면서 다 태운 돈까스 사진을 올리는 패기) 글을 적기 전에 우려가 앞선다. 여느 음식이 안 그렇겠냐만은 특히 이런 튀김류의 음식은 전문 식당에서 먹는 편이 훨씬 좋기 때문이다. 특히 돈까스의 경우 내가 돈까스 집 주방에서 일해봤기에 우려가 더 크다. 기름이 항시 적정 온도로 가열되어 있는 튀김기에 충분히 잠기게 튀겨 선반에서 기름을 빼야지만 제대로 나오기에 집에서 해 먹는 것은 아무래도 그 맛에서 비견할 수 없다. 게다가 집에서 따라하려면 기름을 비효율적으로 소모해야 하고 사방에 기름이 튀어 청소가 골때리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래도 집에서 저렴히 먹는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글을 적는다. 적기에 앞서 또 다른 고민이 있으니, 워낙 공정이 단순하다 보니 그다지 설명한 건덕지가 없다..
2011.06.03 -
003. 요리 지옥 첫 번째 - 베이컨 덮밥
설거지가 귀찮아 늘 주발 하나로 끝나는 요리만 해먹고 있다. 고로 모든 음식은 덮밥으로 치환된다. 5분안에 할 수 있는 볶음덮밥 시리즈 중 첫 번째, 베이컨 덮밥의 제조공법이다. 0. 밥을 고슬고슬하게 짓는다. 이건 모든 덮밥에 공통이다. 그래야 밥알이 뭉개지지 않고 기름기와 잘 어울린다. 물을 정량에서 조금 모자라는 느낌으로 붓는다. 보리를 섞으면 더 퍼석해진다. 보리를 섞으면 밥알이 씹히는 맛도 좋으니 적극 추천한다. 1. 기름을 조금만 두르면서 팬을 가열한다. 너무 뜨겁게 하면 팬이 타니 중불 정도로만 베이컨은 가열하면서 기름이 꽤 나오기에 다른 볶음보다 기름을 조금 둘러야 맛이 좋다. 2. 채썬 양파를 먼저 볶는다.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며 볶는다. 양파는 다른 재료보다 조금 오래 볶으면 맛이 좋..
2011.06.03 -
002. 평정
이사를 마치고 2주 정도 지났다. 집 정리가 어느 정도는 끝났고, 공황 상태도 어느 정도는 가셨다. 담배를 물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평온해지는 옥탑 풍경. 산과 마주하고 있는 동네에 살다보니 높은 건물에 둘러싸여 있지만 나쁘지 않다. 해가 지면 서울 타워가 반짝 거리고, 야구 명문 장충 고등학교 학생들의 베트 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런 멋진 풍경은 옥탑만이 가지는 비견할 수 없는 장점이다. 이 때문에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만, 충분히 가치가 있다. 부엌이 좁아 세탁기를 밖으로 꺼내놓을 수 밖에 없었다. 본디 지붕은 배수 때문에 모서리 쪽으로 경사지게 나라시를 쳐야 하는데, 그게 제대로 안 되어 있어 물이 고이면 사방을 빠진다. 마음에 안들긴 한다만 뭐 매일 빨래 돌리는 것은 아니니 그러려니 한다..
2011.06.03 -
오만과 시련
1. 얼마 전에 브루노 로드-16을 팔았다. 제법 오래 영욕의 세월을 함께 보냈고, 앞으로도 가능성이 꽤 괜찮아 미련이 남은 물건이기에 아직도 과연 현명한 선택이었는지는 의심스럽다. 물론 옥탑에 사는 주제에 자전거를 네 대나 가지고 있기에 객관적으로는 현명한 것도 못되고 당연한 정도에 그치겠지만 주관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못했기에 아쉬움이 크다. 게다가 이제는 대가 끊어진 물건이란 점도 아쉬움을 크게 한다. 앞으로 이런 물건을 들이려면 사와이나 이치가와를 거치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 둘 다 일어가 처참한 내게는 수급이 어려운 물건이다 보니 당분간은 없을 것 같고. 아무튼 참 아쉽도다. 2. 방을 쓸다보면 머리카락이 꽤 많이 보인다. 머리를 감고 나서도 마찬가지다. 어렸을 때 빈번하게 했던 야매 염색의 ..
2011.06.01 -
001. 이사
파란 모자를 쓴 석대현은 이사를 도왔고, 이준동과 허다윤은 다음날 방문해줬다. 옥탑에서 찍은 첫번째 사진들. 별 개연성은 없는 이야기인데, 둘이 입고 있는 것은 프레드 페리와 리버티 백화점의 협업 물건. 이번에 NSW와 리버티 백화점의 협업도 있었는데, 이건 별 감각적 호감은 못주고 비싼 물건을 파는 곳이란 인상만 주는 우리나라 백화점들이 참조할만 하다. 이런 협업이라면 디에치 꼬르소 꼬모가 앞서가긴 한다만 편집매장이 아닌 백화점에서 이런 것을 진행한다는게 쏠쏠하게 재미있다. 옷 이야기를 하자면 이런 감춤맛을 참 좋아한다. 만약 여밈 안단에 배색으로 들어간 리버티 백화점 패턴이 전면에 들어나 있었다면 '꽃가라가 쌘' 건달옷처럼 촌스럽게 보였겠지. NSW와 리버티 백화점의 협업 정보는 여기. 서울시 중구 ..
2011.05.25 -
유연한 사람
1. 리뷰는 써볼만큼 써 본 다음에 써야 하는 것 아닐까? 뭘 사고 받자마자 리뷰를 적어달라 종용하는 쇼핑몰들을 보면 "이래서 인터넷 물건에 대한 불신이 생기는구나" 라 생각하게 된다. 제대로 물건을 파악하지 상태에서 적는 리뷰는 그만큼 포함된 정보와 감상이 적다. 물론 단순히 오래 쓴다고만 해서 능사가 되는 것이 아닌긴 하다만, 적어도 뭔가를 알만큼은 써보고 리뷰를 적어야 함은 분명하다. 1.1. 늘 충분히 써보고 리뷰를 씀에도 글이 늘 함량미달임을 느낀다. 개인의 역량도 중요하다. 예전에 써논 글들을 다시 보면 참 간지럽다. 2. 팔순 쯤 되면 괜찮은 시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때 쯤 되야 감정이 차분해지고 머리가 좋아질 것 같다. 어제 쓴 시를 오늘 읽어보니 손발이 오그라든다. 아직 많이 격하고..
2011.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