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한 사람

2011. 4. 17. 09:47잡문/일기는 일기장에


1. 리뷰는 써볼만큼 써 본 다음에 써야 하는 것 아닐까? 뭘 사고 받자마자 리뷰를 적어달라 종용하는 쇼핑몰들을 보면 "이래서 인터넷 물건에 대한 불신이 생기는구나" 라 생각하게 된다. 제대로 물건을 파악하지 상태에서 적는 리뷰는 그만큼 포함된 정보와 감상이 적다. 물론 단순히 오래 쓴다고만 해서 능사가 되는 것이 아닌긴 하다만, 적어도 뭔가를 알만큼은 써보고 리뷰를 적어야 함은 분명하다.

1.1. 늘 충분히 써보고 리뷰를 씀에도 글이 늘 함량미달임을 느낀다. 개인의 역량도 중요하다. 예전에 써논 글들을 다시 보면 참 간지럽다.

2. 팔순 쯤 되면 괜찮은 시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때 쯤 되야 감정이 차분해지고 머리가 좋아질 것 같다. 어제 쓴 시를 오늘 읽어보니 손발이 오그라든다. 아직 많이 격하고, 아직 많이 우둔하다. 이게 맛이라면 맛이겠지만 문제는 맛도 안나는 수준이니 당분간은 시를 쓰지 말아야 겠다.

3. 뻥카는 기본인 세상에 살다보면 오히려 뻥카를 안치는 사람을 의심하게 된다. 사람을 만나면 느껴지는 100%에서 40%를 걷어내고 60% 정도로 평가하는 것이 생활화되다 보니 뻥카없이 80%를 보여주는 사람을 만나면 괜한 의심으로 40%를 감하고 보게 되어, 결과적으로 사람을 40%로 평가하게 된다. 그리고 너무 함량미달이라고 생각해 수상쩍게 여긴다. 이거 참 안좋은 버릇이다.

3.1. 요즘엔 뻥카를 '블러핑' 이라고 하더라. 뻥카가 더 정감있다. 아무튼 뻥카를 치지 말자. 인생은 도박이 아니다. 인생은 인생이다.

4. 어울리는 것을 취해야 함은 당연하고 중요하다. 이탈리안 수트가 멋져 보인다고 다들 이탈리안 수트를 추종하지만, 불행히도 안 어울리는 사람에게는 옛말대로 '가라만 쌘' 느낌이다. 많이 파이고 곡선이 큰 이탈리안 수트가 어울리는 사람이 있고, 적게 파이고 호방한 아메리칸 수트가 어울리는 사람이 있다. 물론 각별히 영국풍이 어울리는 사람도 있다. 어울리는 것을 취해야 한다. 엄하게 남 따라하다 진짜로 엄해진다.

4.1. 다만 어울리는 것을 찾는게 정말 어렵다. 10년째 그것을 찾고 있다.

5. 예쁜 남자도 좋고 정적인 남자도 좋은데, 역시나 야성적이고 동적인 남자가 가장 좋다. 어쩌면 예쁜 남자와 정적인 남자가 흔한 세상이여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흔치 않은 것에 대한 끌림은 본디 있는 것이기에 요즘에는 흔치 않은 야성적이고 강력한 남자가 멋져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카페에서 맥북치면서 인터넷하는 남자보다는 정비소에서 스즈끼 입고 엔진오일 가는 남자가 더 멋지다. 

5.1. 그리고 예쁜 남자보다는 예쁜 여자가 좋다. 난 조지 마이클이 되본 적도 없고 될 수도 없다보니 역시나 여자가 좋다. 여자 만세. 

6. 질문을 누군가에게 하기 전 충분히 알아보았는지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7. 사람들이 철학을 전공했다고 하면 "철학과 나오면 철학관을 차리나요?" 나, "점볼 줄 알아요?" 라고 물어본다. 재미있는게, 철학과에서는 개념과 논리에 대해서 많이 배우다 보니 대부분의 전공자들은 앞에서 언급한 것들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여기게 된다. 그리 오래된 단어도 아닌 '철학' 은 그리도 자주 오용되고 남용된다. 철학이 그렇게 심오하고 한정적인 것은 아니긴 하다만 아무 곳에나 막 쓰일 정도로 광범위한 주제들을 포용할만한 메타 용어는 아니다. 

7.1. 요즘에 그런 질문들은 들으면 "농과 나오면 소키우나요?" 라고 대답하거나, "네. 점볼 줄 알아요" 라고 한다. 전자는 대화를 깊게 이어나가고자, 후자는 대화를 가볍게 이어나가려는 의도다.

7.2. 그런데 "철학과 나오면 뭐 하나요?" 라는 질문에는 아직도 명확하게 답변할만한 답이 "교수요" 정도 밖에 없다. 그래서 "그럼 국문과 나오면 뭐합니까?" 라고 되물어 본다. 이건 오늘날 철학 전공자들의 취업이 애처롭단 점 때문이기도 하다만, 대체적으로 사람들은 다른 전공에 대해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며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데 반하여 철학과는 유독 한정적으로 대하는 특수성이 크다. 묘하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7.3. 철학은 메타 학문이며 인문학인 만큼 직접적인 기술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예전에는 철학이 아르테가 될 수 있었지만, 하늘에 비행기가 떠 다디는 세상에서는 힘든 일이다. 다만 철학은 모든 일에 있어 힘을 더한다. 모든 기술에 있어 접근하기 편하게 해주며, 빠르게 농익게 하며, 능숙함을 배가시킨다. 이런 면에서 보아 철학은 분명 실용적이다.

8. 의도, 과정, 결과 중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정치나 현안에 접근하는 관점은 늘 이 세 가지 중 어떤 것을 지지하느냐에 따라 나뉘는 것 같다. 나는 과정을 지지한다. 그리고 '좌빨' 이라 불린다. 딱히 나쁘진 않다.

9. 노숙자가 인터넷 방송을 하고 있다는 것을 얼마전에 알았다. 삶의 낙이 하나 생겼다. 갈수록 '라디오 스타' 가 재미없어지기에 '라이브 스타' 에 기대를 크게 건다.

10. 나사나 망치에는 저급한 것과 고급한 것이 있다. 그것은 임해야 하는 기능을 대명제로 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악과 미술에는 저급과 고급이 없다. 그것으로 쇠를 조이거나 못을 박지 않기 때문이다. 

11. 카페 베네의 사세 확장이 굉장하다. 어딜가나 다 있다. 가끔은 엔제리너스나 스타벅스보다 많은 것 같다. 싸이더스HQ에서 하는 것 같던데, 연예인 팔아서 돈을 많이 벌었나 보다. 이러나 저러나 비싸고 깊이없다 보니 나와는 별 연이 없다.

12. 다음 뷰 랭킹에서 난 '맛집 666위' 다. 나도 몰랐던 사실이 있으니, 이 블로그는 식도락 블로그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