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비트 바이 닥터.드레 / 'Studio' by 'Beats by Dr. Dre'

2011. 7. 18. 19:42잡문/이야기



 명함에 무려 'CEO'라고 적혀있는 위대한 영도자 김윤환 수령님의 헤드폰. 요즘 힙스터들은 들고 다녀야만 국가공인 유행선두자 자격증이 나온다는 닥터 드레[각주:1]의 헤드폰이다. 예전부터 사진은 많이 보고, 간간히 쓴 사람들을 지나치긴 했다만 실물을 근접 조우하고 청음해본 것은 이번이 처음.  


 소리는 잠깐만 들었기에 모양새 위주로 살펴본다. 덩치가 좀 있고 무게도 제법 중후한 편이지만 이렇게 폴딩이 되기 때문에 보관하거나 운반하기에 편리하다. 그리고 밴드 폭 조절도 충분히 여분이 있기 때문에 나처럼 광활한 두피넓이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도, 박봄 누나처럼 포도알만한 두상에도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다. 게다가 유닛 부분이 다관절로 움직이기에, 다양한 두상 형태에도 능동적으로 밀착될 수 있다. 헤드폰은 소리가 좋은 것도 중요하지만 스피커가 아니기에 활용성과 착용감도 중요하다[각주:2]. 그런 면에서 '몬스터 비트 바이 닥터 드레'는 충분히 제 할 일을 해낸다. 


 처음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던 전원 버튼. 두 번 보니 건전지도 들어간다. 액티브 스피커는 많지만, 헤드폰은 패시브가 대다수기에 도대체 이게 왜 있을까 고민하다 자료를 찾아보니 역시 보통 헤드폰이 아니더라. 신묘하게도 부스트 기능과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있다. 일단 음원의 출력과 관계없이 부스터(앰프?)로 일정한 퀄리티의 소리를 낸다는 것은 썩 괜찮은 발상이다. 그리고 외부의 잡음도 상쇄시켜 주기에 보다 음악에 몰입할 수 있게 한다. 일장일단이 있는 설계이긴 하다만, 이 헤드폰을 활용하는 사람들이 주로 듣는 음악 장르를 생각한다면 적절하고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선택이다. 나름의 생각을 하다 세 번째 보니 중앙의 로고를 누르면 음소거도 되더라. 거 참 신기하다.
  


 예전에는 값비싼 헤드폰임에도 불구하고 케이블이 분리 불가능하게 나오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덕분에 행여나 단선이라도 되면, 특히 하우징 안쪽에서 단선이 되면 아주 곤란한 지경에 처하곤 했는데 이에 대한 불만들이 충분히 축적되었는지 요즘에는 다들 유닛과 케이블이 서로 분리되게 나온다. 심지어 이어폰들도 고급은 그렇게 나온다. 그리고 이것도 보시다시피 깔끔하게 분리된다. 당연한데, 여기까지 도달하는게 너무 오래걸렸다.

 플러그는 LP. 예전에는 고급 헤드폰이면 다들 SP로 나왔고, 55mm 플러그를 기본으로 나오는 경우들도 허다했기에 외출에 동반하기에는 불편이 대단했었다. 이건 딱 적합하다. 스마트폰에 꽂기에 불편없고, MP3 플레이어나 CD플레이어[각주:3]에 꽂기에도 적합하다. 게다가 케이블 하우징과 플러그가 근사하게 생겼기에, 괜히 좋은 재질로 만든게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각주:4]. 뭐 가격이 가격이니 최소한 무산소동선은 썼을 것으로 사료된다. 

 스마트폰 이야기가 나온 김에 그 쪽에 특화된 장점 하나 더. 마이크가 내장되어 있는 케이블도 동봉되기에 그 쪽으로 교체하면 핸드프리로도 활용할 수 있다. 케이블을 교체하기 편하단 장점은 이런 가능성으로도 연결된다.


 촉촉한 가죽이 감싸고 있는 풍만한 패드. 앞서 각주로 언급한 그라도의 그 것에 비견하면 불지옥과 케러비안 베이 정도의 차이다. 어느 모로 보아도 착용감에 있어선 흠잡을 구석이 없다.

 쓱 겉을 둘러보니 쉬이 흠잡을만한 구석이 없다. 뭐 스타마케팅이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했겠지만, 이런 완성도도 판매량에 많은 기여를 했을 것은 분명하다. 소리로 들어가면 할 말이 많기에, 게다가 어디까지나 주관적 취향이기에 외관 리뷰만 적고 글을 줄이려 한다. 다만……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으며 이는 올라운드로 활약하기에는 무리가 있음을 의미함을 밝혀둔다.

간략한 스페시케이션.
가격은 오피셜 스토어 기준 349.95$. 국내 최저가는 17만 5800원.
응답영역, 신호 대 잡음비, 감도 등 기술 자료 전무. 오피셜에도 없다.
정말 간략하죠? 
  1. 쓰면서 약간 묘했다. 내게 닥터 드레는 말라깽이 스눕 독 대형과 늘 함께하며 '공격적인 랩을 내뱉고 죽이는 G-펑크 음악을 만들지만 옆집에 살아도 어색하지 않을 듯한 관상을 가진 아저씨'로 기억되어 있는데 이렇게 기업 브랜드명이 되어 있으니 뭔가 어색하다. [본문으로]
  2. 참고로 이런 면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헤드폰이 있으니, 그라도의 제품들이 바로 그것이다. 소리는 정말 매력적이지만 그 자비없는 착용감에 치를 떨었었다. 소리마저 나쁘다면 침뱉고 떠나겠지만 소리는 출중하다 보니 참 난감했었다. 계륵 중 계륵. [본문으로]
  3. 요즘에 이거 들고 다니는 사람 보기 정말 드물다. 그런데 가수들은 CD를 사달라고 한다. 뭔가 아이러니? [본문으로]
  4. 제품 제작을 담당하고 있는 몬스터사에서 직접 제작한 케이블로, Quadripole™ 이란 기술 브랜드명을 가지고 있다. 선을 네 가닥으로 꼬아 만들었다는데 무슨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좋으니까 자랑하겠지...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