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개더링 2010 후기

2010. 10. 13. 05:12잡문/돌아다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락 페스티벌들이 열리고는 있는데, 시간도 없고 돈도 없고 하여 안타까워도 넘어가고 있었는데 이번 글로벌 개더링은 1차때 예매하고 두달이나 기다렸다.  1차 예매의 티켓값이 싼 것도 있지만, 1차 라인업부터 사모해 마지않는 저스티스가 떡하니 붙어있었기에 전자음악 애호가인 병신 석대현의 같이 가잔 꼬득임에 바로 넘어갔다.  

 서울 올라오는데 차도 막혔고, 와서도 밍기적거리다 밥먹고 차마시고 밤에 들어갔다.  저스티스 올라오기 직전에 도착하여 빅3 만 보고 돌아왔지만 어느 덧 새벽.  오는 길에 경애하는 이명박 령도자님께서 참 맛있게 드시고 가셨다는 친필휘호가 걸려있던 순대국집에서 순대국에 소주 한병 먹고 월드컵 싸우나에서 엎어졌다.  가니 이미 기절한 글로벌 개더링 관객들로 복작복작.  땀흘리고 추운데 있다보니 감기걸렸음.  사흘동안 뻗어있었다.

 이하 감상.

1. 기대가 과하게 큰 것도 있었지만, 저스티스는 실망스러웠다.  일단 성의없는 선곡이 아쉬웠는데, 병신 석대현이 2년전에도 쓰던 프리셋이라 카더라.  'DJ SET' 이 뭔지 몰랐는데 이런건지 알게 되었기에 다음부터는 DJ SET이라 붙어있으면 안간다.  그 외에 리허설이 없었는지 중간에 곡이 끊기기도 했고, 영상이 이후에 나온 팻 보이 슬림과 비교했을 때 많이 후졌다.  총체적으로 무성의한 느낌이 진했다.  그냥, 예전에 SBS에서 하던 '체인지' 처럼 자비에르 하나 만들어 놓고, 이태원에서 털보 하나 섭외해와서 그냥 '어 크로스 더 유니버스' CD를 틀어놓는게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2. 자비에르가 다큐멘타리로 봤을 때는 잘생겨 보였는데 실제로 보니 그 사이에 맛이 간건지 뽕간지가 너무 진해졌다.  얼굴이 많이 상했음.  털보는 그냥 털보더라.  영상으로 볼 때와 마찬가지로 믹싱에서 별로 하는 일은 없다보니 주로 분위기 돋구는 제스츄어를 하는데 그 덕에 간지가 삼.  자비에르가 혹사당하는 것 같아 좀 불쌍해보임.

3. 담배는 둘 다 줄담배 빡빡.  

4. 매인 스테이지, 그것도 맨 앞에 파고들어서 놀았는데...  다른 건 모르겠고 땀에 절은 양키들의 겨냄세 때문에 실신할 뻔 했다.  사실 저스티스 공연이 별로라고 생각하게 된 큰 이유 중 하나가 이거다.  정말 압도적이다.  말로 명확하게 형용하기 힘든 다이나믹한 스멜이 공격적으로 달려든다.  이 때문에 이후 공연에선 매인 스테이지를 포기하고 사이드 스테이지에서 놀았다.

5. 이 날 가장 좋았던 공연이라면 단연 팻 보이 슬림이다.  이 냥반은 정말 프로다.  프리셋, 튠, 비쥬얼 이펙트 모두 팽팽하게 짜여져 있다.  어느 면에서도 부족함 없는 공연이었다.  일단 프리셋에선 장르가 많이 바뀌는데도 경쾌함이란 대명제를 잃어버리지 않고 유연하게 이어져 나갔다. 튠은 일단 맥북 기반이다 보니 그다지 하는게 없어 보이나 깔끔했다.  비쥬얼 이펙트가 대박이었는데, 음악에 딱 어울리는 영상을 다채롭게 준비해서 시각적 충족도 만족스켰다.  아무래도 행사 무지 많이 뛰는 듯.  다만 그러다보니 현장감이 전혀 없고(공연을 눈앞에서 보고 있음에도 마치 공연 DVD를 보는 느낌), 명성에 기대할만한 화려한 스킬이 없었다는 건 아쉬웠으나, 대규모 공연에는 더할나위 없이 어울리는 완성도였다.  게다가 이 냥반이 즐기면서 하고 있다는 느낌이 충분히 들었다.  관객 분위기도 가장 좋았다.  역시 경쾌한 음악으로만 십수년 하다보니 프로 중의 프로가 된 듯.

6. 아민 반 뷰렌...  병신 석대현은 예한테 올인했던데 내 취향엔 그닥...  장점을 먼저 말하자면, 이러나 저러나 이날 올라온 빅3 중에서 스킬 면으론 최고였다.  일단 현장 튠의 비중이 가장 크더라.  브릿지 메이킹도 유연했다.  굉장히 성의있게 공연에 임하는 모습.  문제는 트랜스란 장르 특성 상 곡들이 거기서 거기다 보니, 그렇다고 티에스토처럼 구성이 드라마틱한 곡이 많은 것도 아니고, 게다가 공연시간이 좀 길다보니, 더불어 심야에 시작한 공연이다 보니 자기는 즐기면서 하고 있는데 관중들 반응이 좀 싸했다.  앞선 저스티스와 팻 보이 슬림의 공연은 격렬한 락 페스티벌의 느낌이었는데 아민 반 뷰렌 타임은 말 그대로 트랜스 콘서트의 느낌 이었다.  뭔가 말랑말랑하고 온건한 느낌.  네덜랜드에서야 뽕이 합법이니까 맞고 놀면 해피할지 모르겠지만 한강공원에서 맨정신에 노는 사람들에게 자극이 좀 부족했다.  뭐 그래도 저스티스보단 좋았다.

7. 작년에도 한 행사로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비면에서 많이 부족했다.  일단 공연장이 좁다보니 스테이지와 쉴공간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자리깔고 놀던 사람들은 짓밟히기 일수(게다가 얼마 오지도 않은 VIP를 위한 구역은 왜 그리 크게 만들었는지).  물 한병 사려면 삼, 사십분은 기다려야 하고(그날 난지지구 미니스탑은 일년치 매상 정도는 올렸을 꺼다), 한참 줄서서 산 맥주는 미적지근...  공연장에 갈 때도 셔틀버스 배차 수에 비해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 과감하게 포기하고 택시를 탔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이 몰려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러나 저러나 불편했던 건 분명하다.

8. 여타의 락 페스티벌과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 보니 그런듯 한데, 자기가 옷을 잘입는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개성있게 입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다 모였다.  왠만한 아우라로는 명함도 못 내밀, 말 그대로 "간지폭풍" 인 소년, 소녀들이 가득가득 했다.  촌놈이다 보니 눈이 참 즐겁더라.  이쁜 소년들이 눈에 많이 띄이더라.

 일단은 여기까지.  찍은 사진들은 추후에 올릴께요.


 이건 방문 기념 인증샷.  노란 머리는 병신 석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