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2010. 10. 4. 05:23ㆍ잡문/일기는 일기장에
처음엔 '꼬맹이들' 이라고 적을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면 얘들을 꼬맹이라고 부르는 게 좀 어폐가 있더라. 새벽 5시에 컴퓨터 자판이나 때리고 있는 내가 애지...
톤레샆 호수였던 것 같은데 경운기 엔진이 달린 통통배를 탔으나 너무 시끄러워서 운치 따위는 개코도 없었다. 정신이 산란스러워 사진도 얼마 못찍었는데 이건 배에서 조수일을 보던 애와 찍은 사진. 이래뵈도 얘는 진짜 프로다. 배 대는 일부터 손님들을 위해 간이계단 까는 것까지 날렵하게 처리한다. 아부지랑 형이랑 같이 하던데 형보단 얘가 대성할 듯. 호수 자체보다 얘 일하는게 더 재미있다.
숙소에 있는 이틀동안 계속 쫓아다니던 3인조. 아무래도 누나와 동생들인 것 같다. 처음엔 "오빠 1달라" 라고 하다(우리나라말 한다) 나중엔 먹을 것을 주는 걸 더 좋아하더라(이건 가이드가 "돈 줘야 대장에게로 들어간다" 라고 말해서 돈을 안주게 된 것 때문도 있다). 식당에서 나 먹은 것 보다 얘들 가져다 준게 더 많았다. 그래도 꾸역꾸역 잘 먹더라. 붙힘성이 참 좋은 애들인데, 특히 중간 애가 잘 까분다. 누나는 좀 지쳐보였다. 날씨가 한참 더울 때.
작은 애가 땡볕에 맨몸땡이로 다니길레 가져간 옷 중에서 한 장 주고 왔다. 저래 뵈도 '쿨론' 이라 빨기도 쉽고 속건이니 입기엔 그나마 좋을 것 같아 골랐다. 로고가 짭세인 건 125기동중대 단체복이라서...
앙코르 와트에 들어가면 거적때기를 파는 꼬맹이들도 많고, 그냥 돈달라는 꼬맹이들도 많고, 그냥 있는 꼬맹이들도 많다. 어딜 가나 쫓아다니는데 양키들은 잘 안사주는지, 혹은 잘 안도와주는지 주로 한국인들에게 붙는다. 당연히 얘들도 "오빠 1달라" 라고우리나라 말 한다(그런데 천원주면 안좋아한다). 돈 있으면 사주고, 주고, 먹을 것을 사서 주자. 안줘도 무방하나 뭐 사올만한 물건도 없는 동네니 가이드에게 낚여서 거지같은 기념품 사지 말고 그런데 써라. 참고로 사탕보단 초코렛을 더 좋아한다.
참고로 난 돈달라는 애들에게 "형도 형네 나라로 돌아가면 니들처럼 반구걸해서 먹고 살어" 라고 이야기해 줬다. 당연히 알아듣진 못하겠지만 날 불쌍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 같았다... 사실이 그런데 어떻게 해...
분명한 건, 얘들이 나보단 몇배는 더 훌룡하단 점이다. 얘들을 보면 얘들이 불쌍한 게 아니라 내가 불쌍한 것을 알게 된다. 그러다 보니 섯부른 동정은 경솔한 정도가 아니라 무지를 자랑하는, 천박한 짓임을 깨닫게 되었다.
다들 잘 지내고 있으면 좋을텐데..
이건 찍고 "헉" 했던 사진. 되도록 빨리 인화해 두어야 할 사진이다. 볼때마다 마음이 복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