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01. 잊지 못할 그 엉덩이

2013. 9. 12. 09:34잡문/이야기


금요일 저녁에 만난 그녀, 만에 만난 같다. 여전히 웃고 여전히 건강해 보였다. 부쩍 쌀쌀해진 날씨라며 후드 집업을 걸쳤지만 여름의 끝자락이 가시지 않았는지 금요일 밤의 이태원에선 무어라도 보여줘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인지 건강한 파란색 런닝 숏츠를 입고 나왔다. 괜히 투덜거렸다. “넌 나이가 개인데 아직도 그러고 다니냐? 그녀는 “난 이게 제일 편하던데 . 수수한 웃음은 변함이 없었다. 사실 내게도 그게 제일 좋아. 건강한데 가끔은 야하기까지 하니까.


1차는 맥주, 2차는 맥주, 3차는 양주. 한참을 마셨다. “어떻게 지내냐?”로 시작한 이야기는 “그딴 새끼를 만나냐? 거쳐 “역시 내가 제일 괜찮았지? 까지 이어졌다. 이른 밤은 어느새 이른 새벽이 되었다. 무슨 말이 그리도 많았던지 나가는 길에 담배가 떨어졌다. 새벽 편의점에 들렀다 나오는 , 취기가 올라 벽에 기대고 있는 그녀가 보이는 길은 무심결이 허락되는 , 무심결에 던졌다. “피곤하다. 자자. 돌아오지 않는 대답 앞에서 붙잡은 손을 이끌고 택시에 올랐다. 한남오거리에서 다니던 곳을 향했다. 그제서야 답이 돌아왔다. “여긴 처음인데? 그래. 그러고 보니 사이에 단골집이 바뀔 정도로 많은 일이 있었구나.


한참을 물고 빨고 뒹굴고 나니, 취독과 피로에 겨워 이불도 팽개치고 잠든 그녀를 뒤에 두고 담배 대를 태우며 악성코드 잔뜩 깔린 컴퓨터로 유머사이트를 한참 보고 나니 그제서야 그녀의 엉덩이가 보였다. 그래. 엉덩이가 좋았다. 원체 운동을 좋아하는 그녀였기에 셀룰라이트는 커녕 탄력으로 가득 대퇴부와 ‘탄력’이란 무엇인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엉덩이가 좋았다. 게다가 동양인 치곤 광활한 골반은 허리와의 드라마틱한 곡차를 연출하며 “내가 이것 때문에 얘를 만난다.”란 당위성을 연애에 부여했다. 음란한 삼위일체 앞에선 그녀의 의외로 수수한 맨얼굴도, 폭력적인 음주습관도, 그리고 진취적인 바람기도 감내하기에 충분했다. “어찌 모든 것이 만족스러울 있겠는가? 하나만 충분하다면 이상은 과욕이지 않겠는가? 라며 스스로를 다독일 있었다. 그리고 엉덩이가 지금 눈앞에 있는 엉덩이다. 여전히 한여름 아오리 사과처럼 단단하게 빛나고 있다. 그래. 엉덩이가 좋았다. 그래서 그녀가 좋았다.


이거나 보듬으며 자야겠다 싶어 누웠더니 두통이 몰려왔고, 타이레놀이라도 먹을 있을까 싶어 거지꼴로 편의점을 향했다. 타이레놀은 없어 맥주 사고 육포 봉지 샀다. 돌아오는 길에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한참 만날 때는 자주 자전거를 함께 탔다. 자전거를 뒤를 쫓아가는 것이 좋았고 댄싱( 추진력이 필요할 안장에서 엉덩이를 들고 페달을 눌러 밟으며 타는 자전거주행기술) 뒤를 쫓아가면 좋았다. 자주 가던 돈가스집을 들르기 위해 반포로 넘어갈 , 잠수교에 있는 나지막한 언덕은 그날 라이딩의 백미였다. 치솟은 그녀 엉덩이 밑으로 슬쩍 보이는 검은색 아메리칸 어페럴 팬티는 그날 저녁에 보게 에블린 팬티보다 섹시했다. 그리고 어쩌면 팬티 속보다 섹시했던 같다. 탄탄한 엉덩이는 스쳐가는 아저씨들의 시선 3초를 끌기에 부족함이 없을 파괴력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심지어 번은 시선관리를 제대로 못해 벤치로 돌진한 아저씨도 있었을 정도다. 땀내나는 자전거 덕후들이 가득한 한강자전거도로에서 그녀와 그녀의 단단한 엉덩이는 차르봄바 이상의 파괴력을 가진 무기였다. 그리고 엉덩이가 것이라는 것이, 상수 나들목을 건너 올라가 그녀의 집에 도착하면 움켜질 있는 엉덩이임은 수소폭탄 보유국 대통령 이상의 뿌듯함을 주었다. 그래서 가끔은 그녀의 엉덩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좋았다. 마치 쿠바 난민을 바라보는 플로리다 피서객의 심정처럼 말이다.


고등학교 때는 한참 미국 프로레슬링을 좋아했다. 그때 흥하던 선수로 (the Rock. 요즘엔 드웨인 존슨이란 이름으로 영화배우를 하고 있다)이란 선수가 있었는데, 자신을 Most Electrifying Man in All of Entertainment’라고 소개했었다. 갑자기 말이 떠올랐다. 그녀와의 후배위는 그대로 짜릿했고 열광적이었다. 중력의 힘을 받아 가득 가늘어진 허리와 두툼하되 탱탱한 엉덩이의 드라마틱한 곡차가 주는 매혹은 모든 엔터테인먼트 지고였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분칠이라도 하나 없이 매끈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땐 컨디션도 좋아져 땀방울이 후두둑 떨어질 때까지 근지구력을 태웠다. 조금은 수수한 그녀의 맨얼굴도, 그리고 엉덩이만큼 감동을 주진 못한 가슴도 시야에서 가려지고 그녀의 엉덩이만 남았을 몰려오는 감격은 몸과 영혼을 불태우게 만드는 마귀였다. 앞에서 스탕달처럼 쓰려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후배위는 코스의 가장 마지막으로 미뤄졌었다.


그랬었다. 그녀는 떠났고 사실 먹고 사는 일을 기억하느라 그녀는 잊고 지냈다. 하지만 엉덩이란 추억은 순간도 잊지 못했던 같다. 침대 위에 다른 그녀가 있을 때도 엉덩이를 가끔 떠올렸다. 그녀들에게는 미안하게도 말이다. 담배를 태울 때면 “그래도 엉덩이는 걔가 낫는데…” 생각을 때가 잦았다. 그만큼 그녀의 엉덩이는 충격적이었다. 20 중반의 같은 시절, 타고 잠재력이 운동으로 가꿔져 만개했을 시절 그녀 엉덩이는 하나의 작품이었다. 아니, 흔한 미술품에 비견할 없는 마그눔 오푸스였다. 마치 (Nat King Cole) 노래처럼 언포게터블(unforgettable), 그런 작품이었다. 오래간만에 다시 만난 작품 앞에서, 한참을 잠들 없었다. 어쩌면 불면은 명작에 온당히 어울릴 경배일지도 모르겠다.


들어와 맥주를 마시며 한참을 추억하고 있으니 잠이 슬쩍 그녀가 뭐하고 있냐고 찾았다. 머쓱하여 누워 그녀를 뒤에서 안았다. 두통이 가시지 않아 그런지 아쉬움이 그렁그렁하게 맺힌 엉덩이가 눈앞에 있어 그런지 잠에 들지 못했다. 시간은 뒤척거렸던 같다. 어느새 햇살이 문틈으로 들어왔다. 비몽사몽하던 내가 좋아했던 노래가 그녀의 핸드폰에서 알람소리로 들려왔고, 부석거리며 나갈 채비를 하는 그녀 앞에서 잠든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그녀가 나간 15분쯤 후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나 출근한다. 곤히 잠든 같아 먼저 갈게. 챙기고 살아. 운동 하고. 많이 약해진 같더라. 다음달 초에 휴가니까 선운사나 놀러가자. 풍천장어 좋아했잖아. 그래. 아직 살아있길 잘한 같다. 해장국이나 먹으러 가야지. Unforgettable in every way, and forever more, that's how you'll stay. That's why, darling, it's incredible, that someone so unforgettable, Thinks that I am unforgettable too.




섹스칼럼 수주가 들어와 쓰긴 썼습니다만 읽어보니 그다지 꼴리지가 않아 심각한 좌절에 빠져 있습니다. 아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