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코르테즈 OG 클래식 레더 / NIKE Cortez OG Classic Leather.

2012. 3. 9. 00:18옷/옷장



NIKE Cortez OG Classic Leather. 265mm.
이하에서 다시 적겠지만, 제법 작게 나온다. 표기 사이즈보다 대략 10mm는 작게 나오니 감안하고 크게 선택하자.

내 도보습관을 기준으로 할 때, 코르테즈는 기종을 분문하고 딱 1년 신으면 맛이 간다. 코르테즈 애호가로서 다년간 귀납적 추론으로 고찰한 결과 그렇다. 레더던 나일론이던 플라이모션이건 1년이면 간다. 맛가는 부위는 서로 다르지만, 어찌 되었건 못 신게 된다는 점은 동일하다.

작년 요 무렵에 샀던 코르테즈가 1년을 맞이하며 거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올해를 버티게 할 새로운 코르테즈를 물색하던 중, 전연 기대도 안 했건만 나이키에서 시원하게 던져주셨다. 오 위대한 나이키에 영광 있으라. Let There be Light.


올해로 코르테즈가 태동한지 40년이 되었다. 1972년, 나이키가 자사의 이름과 위대한 스우시(Swoosh) 로고를 걸고 내놓은 첫 신발[각주:1]이며, 그동안 꾸준하게 변화, 진보하며 동시에 계열 제품들을 내놓으며 분명한(하지만 별 인기는 없는) 나이키의 종(種)으로 자리잡았다. 그렇다. 여기까지가 뻔하디 뻔한 소개였다. 고마움의 표시는 해야 하다보니 적는다.

이번에 발매된, 그리고 사진에 찍힌 OG Classic은 40년전 초판을 복각한 물건. 영 인기가 없는 코르테즈다 보니 이런 야심찬 복각품은 기념해기에 나올 수 있는 물건이다. 어찌 되었건 초판의 복각이다 보니 요즘 나오는 코르테즈와는 그 모양새가 영 다르다. 담긴 정서도 다르고, 그를 통해 읽을 수 있는 가치관, '신발'이란 명제를 대하는 태도도 다르다. 


오늘날의 그것에 비해 좁고 낮다. 결국 실루엣은 보다 날카롭다. 현대형 코르테즈와는 사뭇 다르다. 다만 분명한 차이라 하더라도 하나만 택하여 지지하게 만들 요인은 아니다. 그쪽은 그쪽대로, 이쪽은 이쪽대로. 맵건 달건 맛은 좋다. 어찌 되었건 코르테즈다.

하지만 멋과 실용은 다른 법. 착화감도 현대형 코르테즈와 사뭇 다른 모습 만큼이나 다르다. 다만 착화감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불편하다. 길게 늘어놓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구두 D를 신는 제법 날렵한 내 발도 압박감을 느낄 정도로 신발볼이 좁다[각주:2]. 대체적으로 양인들에 비해 발볼이 넓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건 참 안 좋다. 여기에 한 사이즈 정도 작게 나오는 것이 결부되면서, 보통 발을 가진 사람이 이 복각판을 신으려면 최소 한 치수, 10mm 정도는 크게 신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어디까지나 최소다. 게다가 부하되는 하중에 대한 역학도 오늘날의 코르테즈와는 다른지, 몸무게가 제대로 받쳐지지 않아 서 있다 보면 발꿈치가 기우뚱하게 쏠린다. 아주 불편한 것은 아니지만, 무던히 잘 만들 수 있었을 나이키기에 아쉬움이 크다.

결국 이런 저런  불편들이 결합하며, 신발을 포기하게 만들 것 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쉬움은 남는 정도의 불편함을 신발에 담는다. 40년전의 감성을 되살렸다고 불편까지 되살릴 필요는 없었을 터인데 말이다. 


큰 모양새 뿐만 아니라 조그만 꾸밈들도 오늘날의 그것과 제법 다르다. 일단 토에 중심절개선과 덧댐이 들어간다는 점, 갑피와 창의 경계에 한층 고무 덧댐이 들어가는 점이 다르다. 전자는 결국 디자인 차이니 취향 문제로 넘기고, 후자 같은 경우는 고평가할만한 요인인데 왜 현대형으로 변화하며 탈락되었는지 그 연유가 궁금하다. 이렇게 보강 덧댐이 있으면 토가 까지지 않는다. 그동안 코르테즈들을 신으면서 다들 토가 까졌고, 가죽이던 나일론이던 앞이 까져 흉물스럽게 변했었다. 그런 일을 방지할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기에, 도무지 무슨 이유로 탈락되게 됬는지 궁금하다. 어찌 되었건 이 복각판에는 있기에 좋다만. 


힐 카운터에는 'NIKE'가 빠지고 플랩이 달렸다. 예전 축국화들이 저렇게 나왔었는데, 요즘은 어떤지 축구에 도통 관심이 없어 모르겠다. 어쨌든 구수하다.


안창. 특별한 것은 없지만, 이게 딱 적당하다. 다만 필히 개선해야 할 문제점이 있으니, 안창의 나이키 로고가 신기 시작한지 세 시간 만에 떨어져 나갔다. 사진은 없다만 제법 너저분하게 뜯겨나갔기에, 샤워한 뒤 남은 판박이처럼 창에 흔적을 남겼다. 그것도 두 짝 다. 그나마 나야 이런 점에 무신경하니 신경 쓰지 않지만, 하루하루 용돈 모아서 산 친구들은 깊은 회한과 나이키에 대한 실망감에 흡연인구를 증가시키는 선택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뭐 어찌 되었건 예쁘다. 코르테즈인데.
  1. 엄밀히 말해 나이키 사의 첫 신발은 아니다. 코르테즈는 어디까지나 나이키란 브랜드 명과 스우시 로고가 쓰인 첫 신발이다. [본문으로]
  2. 게다가 현대형 코르테즈보다 5mm 크게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