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바이스 LVC 47501-0117 드라이 리지드 STF / Levi's LVC 47501-0117 Dry Rigid Shrink to Fit

2012. 1. 20. 13:14옷/옷장



Levi's LVC 47501 Dry Rigid-Shrink To Fit. 28x34. 한 치수 정도 크게 나온다. 
실측 단면 치수(Cm) - 허리 36. 기장 112, 밑단 19.5, 허벅지 27, 전면 밑위 27, 후면 밑위 36 


파멸을 향하던 블로그에 찾아 온 반등. 오래간만에 바지 이야기를 적는다.

본문에 앞서 광활한 기장을 보자. 양인들 중에는 프로토스같은 기럭지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보니, 게다가 데님 팬츠는 어디까지나 "길면 잘라서 입어. 짧아서 덜렁이는 것보단 좋잖아"가 기본인 복종이다 보니 허리가 28인치임에도 불구하고 34인치 기장이 나온다. 충분히 길게 나온다. 보시다시피 참 길다.

이제 본문으로 들어선다. 아시다시피 'LVC' 는 자사가 과거에 발매했던 제품들을 고증, 복각하여 재생산하는 리바이스의 제품군 브랜드다. 어디까지나 브랜드의 역사가 충분히 축적되어야만 가능한 방법론으로 운영되는 제품군이기에, LVC 라인은 리바이스란 브랜드의 인상을 한층 더 공고하게 그리고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이 바지는 LVC 제품군에 속하며, 1947년식 501 데님 팬츠를 그대로 복각한 제품이다. 다양한 LVC 팬츠들 중에서 유독 인기가 좋은 물건이니, 비교적 좁은 실루엣과 예쁜 디테일들로 인해 리지드 제품들 중에서는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필자도 벌써 같은 물건을 두 장째 구입했고, 조만간 한 장 더 들일 예정.



주렁주렁 많이도 달려 있다. 1955년식까지 쓰인 아치 택과 예전의 그것을 복각한 게런티 택을 병용했고, 얼핏보면 일련의 그것들과 비슷해 보이지만 제품 특징과 운용법, 수선법의 내용이 담긴 소책자로 구성된 리바이스 택이 별도로 달려 있다. 그리고 '콘 데님'사의 원단을 사용했음을 의미하는 별도의 브랜드 택이 달려 있다[각주:1]. 다들 폰트와 그래픽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인듯 멋지게 만들어졌다. "어짜피 가격 신경 안 쓰고 만드는 물건이니 어울리는 것과 필요한 것은 다 달아보자"란 의도가 아닐까 싶다. 별 쓸모는 없어도 있으면 보다 풍성하고 멋들어져 보이니까. 언급한 것 외에도 벨트룹에는 사이즈 택, 마킹 택이 있다. 참 많다.   


원단은 이런 느낌.  널리 알려져있듯 콘 데님사의 13.5온스 원단이 쓰였다. 실은 굵고 짜임은 성기다. 구직기 데님의 맛이 잘 살아 있다. 그리고 드라이 리지드[각주:2]인 만큼 초기에는 뻣뻣하다. 소킹을 하고 오래 입다 보면 낭창낭창, 부들부들, 너덜너덜해지겠지.



디테일들을 살펴보자. 여밈은 보시다시피 단추 4개 달린 버튼플라이다. 1954년식 54501을 제외한 모든 LVC 팬츠는 이렇게 단추 여밈으로 나온다. 같은 버튼플라이라도 시대별로 단추의 형태와 소재에 약간씩 차이가 있기에, 그 차이를 관찰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47501의 경우, 직전형이이었던 44년식 44501에서 버튼과 완전히 달라졌다. 다만 47501이 특별하기 보단 44501이 '2차세계대전에 의한 물자절약형'이란 특수성을 가지기 때문. 아무튼 재미있다.

그리고 메인버튼 부분에 일부 년식에서만 쓰이는 경사 스티치가 쓰인 점 등이 특징. 부하가 많인 걸리는 부분이다 보니 보강을 위한 설계로 보인다. 아니면 말고.


모두 구리 리벳이다. 뒷 주머니에도 히든 리벳이 쓰였다. 뒷 주머니 히든 리벳의 경우 55년식까지 이어지고 66년식 이후로는 바택으로만 마무리된다.

전형적인 5포켓 구조. 사진은 없지만 코인 포켓의 안쪽을 보면 셀비지를 살려 만들었다. 잔잔한 디테일이며 잔잔한 재미가 있다.


뒷 주머니부터 살펴보면 47501만의 '무엇'들이 많아 재미가 쏠쏠하다. 일단 밖으로 들어나는 모든 봉제선 중 아큐에이트 스티치 부분만 다른 색 실이 쓰였으며, 타 년식에 비해 아치의 각도가 유독 둥글다. LVC 역사 중 오직 47501만 이렇기에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 궁금하다.

47501을 기점으로 두 아치가 만나는 부분이 삼각형 두개가 붙은 마름모꼴로 바뀌었다. 다이아몬드 포인트라고 불리운다. 44501까지는 에큐에이트 스티치가 교차 없이 두 아치가 만나기만 했었다. 47501 이후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가 변경되었으며, 오늘날 리바이스 제품의 아이덴티티 디테일들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밑단은 당연히 체인스티치로 마무리됬으며, 콘 데님답게 빨간색 실이 쓰인 셀비지다. 재단부 쪽은 체인스티치 두 줄 박음에 오버록. 튼튼하다.


오늘날의 리바이스 제품들은 대개 종이 탭이 쓰이지만, 1954년식까지는 가죽 탭이 쓰였다. 1947년식인 47501도 당연히 가죽 탭. 도톰하니 꽤 근사하다. 


더스트백도 꽤 근사하다. 신발주머니 같은 용도로 재활용할 수 있지만 이 옷을 살 사람이면 신발주머니를 들 일이 없겠지. 아무튼 유니클로에서 주는 에코백과 동일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더스트백의 반대면에는 LVC의 로고가 크게 박혀 있다. 첫 사진의 그것이다.

여기까지. 당분간은 날씨 때문에 착용상태로 하는 소킹이 불가능하기에 쟁여 둘 것이다. 날씨가 젖은 바지를 입고 돌아다녀도 괴롭지 않을 무렵부터 열심히 입어볼련다.
  1. 사족으로, 근 몇 년 사이에 미국산 물건임을 강조하는 제품들이 많이 늘었음이 느껴진다. 제조업이 붕괴되고 금융업으로 전환한 미국이다 보니, 게다가 그로 인한 경제위기에 봉착한 미국이다 보니 그에 대한 반향이자 감정적인 호소를 제품에 담아 미국 내수시장 홍보에 이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본문으로]
  2. Pre-Shrink처리가 되지 않은 원색의 상태. 요즘 청바지들은 대개 방축가공, 이염방지가공, 선세탁이 되어 나오기에 오래 입어도 변화가 적지만 예전 청바지의 맛을 살리기 위해 이런식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