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우스터(Nickelson Wooster)

2011. 8. 31. 00:14옷/이야기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는 '간지 노털의 정점' 닉 우스터입니다. 워낙 간지가 충천하기에 사토리얼리스트나 삐띠 워모 스틸샷에 자주 등장하고, 본인도 그 것을 즐기는 사람입니다. 고급 백화점 니만마커스버그도프 굿맨의 머천다이징 디렉터가 업인 사람인 만큼, 패셔너블하단인상을 심어두는 것이 자기 PR에 도움이 되기도 할 것이구요. 

 색상이 화려하고 실루엣이 좁은 이탈리안 스타일을 선호하는 것 같지만, 씬의 다른 네임드인 프랑코 미누치나 리노 이에루찌, 카모시타 야스토 등과는 또 다른 멋이 있습니다(그렇다고 그 분들의 스타일이 서로 비슷한 것은 아니에요). 다른 이탈리아 신사들도 충분히 유려하면서 화려하지만, 닉 우스터 쪽이 보다 파격적이고 대비가 강해 보입니다. 아무래도 컨템포러리와의 조합이나 미국인 특유의 자유분방함 때문일 듯 싶어요. 

 이러나 저러나 이 노털의 스타일은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사실 관련업종에 종사하지 않는 이상 시도하기 어려운 '쌘' 스타일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이모저모 참조하거나 변용할만한 요소들이 많습니다. 게다가 이 쌘 스타일들이 닉 우스터에게는 멋지게 어울린다는 점도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머리가 크고 나이가 많다'란 점은 옷입기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 같지만, 보시다시피 닉 우스터의 멋진 스타일에는 전혀 해를 끼치지 못합니다. 부족한 옷걸이를 한탄하지 말고, 무엇이라도 시도해보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 할배도 머리가 큰데다 늙기까지 했거늘 이토록 멋있잖아요. 

구글에서 검색하면 닉 우스터를 검색하면 스트레이트 업 사진들이 수도 없이 나옵니다. 천천히 보시며 과연 '간지'란 무엇일까 생각해보세요. 이하는 약간의 예제들이자 제가 눈여겨 보았던 사진들 입니다.


 타이트한 톰 브라운의 핏을 이해하고, 그대로 소화하는 감각이 좋습니다. 게다가 톰 브라운으로 차려입었기에 시계 밴드도 톰 브라운 스트라이프로 맞춰주는 센스!


넥타이까지 트위드로 된 것이련만 색상을 모두 달리하여 고루함과 심심함이 없습니다. 이렇게 세퍼레이트 수트를 입는 것은 정말 어려운데, 채도가 낮은 색상들로 조합하여 정돈된 인상을 주는 감각이 좋습니다. 게다가 그렌슨의 러버솔 컨트리 부츠와 발목 한참 위로 올라오는 바지 총장의 조합은 어쩜 이리도 경쾌할까요.  


 다양한 코디네이트를 볼 수 있지만 경쾌함을 잃지 않는단 공통점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좁은 실루엣과 발목 위로 올라가는 딸롱한 팬츠, 포인트 컬러의 활용이 눈에 뜨입니다. 특히 블랙 수트에 매치한 노란 페이턴트 윙팁은 우왕~ 


 소매 시보리가 쫀쫀하게 늘러붙는 것은 피케 셔츠를 입을 때 남성미를 부각시켜 줍니다. 상완 데피니션을 키우던가, 딱 맞는 사이즈의 피케를 입으면 됩니다. 다만 당연히 후자 쪽이 쉽지요. 그리고 삐띠 워모인 만큼 파스텔톤의 이탈리아 국기 배색을 쓴 센스도 좋네요. 그나저나 피케왕은 역시 프레드 페리입니다. 왜냐면 저도 좋아하니까요...


 이런 옷을 그 누가 시도할 수 있을까요? 카모플라쥬로 된 코튼 테일러드 수트와 넥타이의 조합입니다. 버튼 다운 셔츠임에도 칼라를 여미지 않은 정석탈출이 있지만, 그런 점이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입니다. 


 여름에는 마드라스 체크를 많은 사람들이 시도하지만 그만큼 많이 망합니다. 워낙 패턴이 쌔다보니 그렇지요. 하지만 이 할배의 마드라스 체크 재킷은 태어날 때부터 입고 나온 듯 잘 어울립니다. 핑크색 버튼다운 셔츠, 너덜너덜하게 자른 치노, 배색 로퍼, 에이비에이터 선글라스, 보타이의 조합이 근사합니다.   


패딩 따위를 입어도 간지는 죽지 않습니다. 아마도 몽끌레르-감므 블루에서 나왔던 패딩-테일러드 재킷인 것 같습니다만 더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바지에요. 겨울에 빨간바지 입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바지와 재킷이 이채롭습니다. 각 부분마다 다른 색을 쓴, 아주아주 산만하고 그만이 시도할만한 수트지만 페일톤 색상을 써 강렬함이 아닌 산뜻함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도 좀 삐에로같이 보였는지, 재킷과 바지를 동시에 입고 나오는 경우는 없더군요.  



 헤어스타일과 수염도 눈여겨볼만 합니다. 공들여 세팅한 짧은 리젠트에 역시나 짧게 다듬은 카이젤 콧수염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잘 어울리는 것도 있지만, 닉 우스터를 대표하는 하나의 시그니쳐로 남는다는게 중요합니다. 사람들이 날 기억할 수 있는 포인트를 만들어 둔다는 점은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하면서도 그것들을 모두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드는데 혁혁한 공을 세웁니다. 닉 우스터 외에도, 클래식 씬에는 다양한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떤 분은 넥타이를 맬 때 소검을 대검보다 길게 매고, 어떤 분은 셔츠 커프스 위에 시계를 맵니다. 다만 다들 의도하고 그런 '장치'들을 두는 것이지요. 스타일에 있어서도 자신만의 '그 무엇'을 만들어야 합니다.  


사우나에서 어떤 할배가 이런 눈빛을 날리고 있으면 공포의 도가니겠네요...



앞서 말한 바 대로, 적어도 닉 우스터에게는 스타일에 있어 옷걸이가 걸림돌이 되지 않습니다. 패션씬에는 이런 분들이 많지요. 고 김형곤 선생님을 닮은 랑방의 디렉터 알버 엘베즈도 그렇고, 늘 지난 밤에 마약 한사발 들이킨 듯 초췌한 몰골로 등장하는 에디 슐리먼도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오피니언 리더가 되었고, 많은 추종자들을 몰고 다닙니다. 이 점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것이 패션이나 룩에 그치는 것이 아닌, 그 사람의 스타일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옷과 옷걸이를 잘 조합하여 당당하게 제시할 수 있는 스타일로 승화시킬 수 있다면, 그 어떠한 것이라도 '멋지게' 보일 수 있습니다. 노털 간지의 정점 닉 우스터는 그것을 당당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참 멋있잖아요!

닉 우스터의 사진 블로그 : 링크  


본문은 집단 블로그 미디어 Publicsounds.com 을 위해 작성한 글입니다. 얼마전부터 퍼블릭사운즈와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쇼프나 아스드프흐즈크르닷컴(이 블로그입니다)과는 다른 느낌의 글을 '간간히' 연재하고 있습니다. 제 블로그 흥행이야 워낙 형편없다 보니 이제는 손놓고 살지만, 앞으로 퍼블릭사운즈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또 퍼블릭사운즈에서는 필진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재능있고 역량있고 쿨하고 핫한 분들의 많은 도움 부탁드립니다. 다만 급여는 없ㅋ엉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