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로드 부활기 Part.1

2011. 7. 21. 00:32두 바퀴/만지다



재미있는 장난감이 하나 생겼다. 출근하는 아침 길에 집 앞 골목 쓰레기 던져두는 전봇대에 널부러져 있는 것을 봤다. 지나치며 혹시 버린 것인가 싶어 눈여겨 보았는데, 퇴근하는 밤길에 보니 더욱 더 심한 상태로 널부러져 있었다. 이건 아무래도 버린 것이다 싶어 과감하게 들고 왔다. 버린게 아니라면 다시 돌려드리려고 메모도 남겨두고 왔다.


 상태는 생각보다 괜찮다. 도대체 어떠한 의미를 두고 감아둔 것인지 모르겠을 시트지를 벗기고 나니, 일단 프레임은 꽤 쏠쏠하고 다른 파츠들의 상태도 나름 준수하다. 먼지가 많이 쌓인 점이라던지, 카세트와 체인링의 이빨 상태가 준수한 것으로 보아 오랫동안 묵혀두다 내친 물건인 듯 싶다. 아무튼 장래성은 밝다.

 생활 로드인 만큼 프릭션 더듬이 레버와 논에어로 브레이크의 조합이다. 특히 생활차용 드랍바가 재미있는데, 센터를 잡을 때도 편하게 브레이킹을 할 수 있는 보조레버가 있어 잘만 되살리면 편리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더듬이 레버는 맛이 심각하게 상해 재활 포기. 인덱스로 하나 사야겠다.


 전반적인 구동계의 상태는 준수한 편이다. 크랭크는 트리플에 암의 외관이 너무 저렴하기에 교체할 것이지만 나머지는 꽤 괜찮다. 다들 컨디션도 나쁘지 않다. 체인 장력이나 스프라켓의 마모도를 보면 전주인 분이 창고에 한참 쟁여 두셨던 것으로 보인다.

 아주 오래되긴 했다만, 게다가 딱 봐도 저등급이긴 하다만  시마노는 시마노다. A to A 구조가 완결되면 가장 완벽한 논리인 만큼 이거 썩 괜찮은 물건이다. 그렇기에 드레일러들은 그대로 써보려 하는데 롱케이지 RD가 좀 걸린다. 케이지만 구해볼까 생각했다 그 돈과 수고면 숏케이지 RD 중고를 충분히 구할 수 있을 것이기에 고민중이다. FD도 오늘날의 그것과는 규격이 안맞다 보니 아무래도 교체하지 않을까 싶다.

 우려되는 것은 7단 프리휠 카세트. 이대로 써도 되나 다른 구동계를 교체하면 단수 때문에 문제가 생길 것이니 아무래도 이쪽까지 교체해야 할 듯 싶다. 부디 허브 바디가 8단이나 9단도 소화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드레일러 행어는 분리형이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고, 게다가 드랍아웃이 수직이지만 사선방향이기에 컨버젼 싱글기어로 가볼까 하는 고민도 하게 된다. 대공사가 되고 지출은 늘어나겠지만 그 쪽도 충분히 예쁠 것이다.
 


 커브 포크기에 보다 고색창연한 맛이 있다. 용접은 러그 접한인 것 같긴 한데 뭔가 이상하다. 좀 아쉬운 부분.


 싱글 피벗 브레이크다 보니 비명횡사하기 딱 좋을 것 같다. 픽시로 가면 탈거하고 로드로 가면 교체할 예정. 다만 보시다시피 간격이 꽤 멀기에 일반적인 켈리퍼 브레이크로는 좀 어렵지 않을까 싶다. 이 정도 리치를 커버할려면 텍트로의 물건밖에 없을 것 같지만, 그건 안 예쁜데… 그건 안 예쁜데…

 싱글림보다 더블림이 좋긴 하다만 여기엔 이 정도가 충분하다. 타이어의 스레드는 괜찮지만 오래되어 비드 컨디션이 나쁠 터이니 아무래도 도 교체해야 할 것이다. 머리속에서 매장 포스기 돈통 나올 때 딸랑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세 배 빠르게 만들어줄 듯 한 시트지를 벗기고 괜히 무거운 짐받이를 탈거한 모습. 다시보니 탑튜브의 슬로핑이 마음에 걸리지만 주워 온 자전거가 호리즌탈이길 바라는 것도 말이 안되기에 그러려니 한다. 아무튼 썩 괜찮다. 머리 속에 작업이 끝난 후의 관경이 그려진다. 꽤 단아하게 바뀐 자전거와, 난장판이 된 내 방.

 천천히 진행할 것이다. 두어달은 걸릴 것이고, 완성될 무렵이면 슬슬 서늘한 바람이 간간히 불어줄 것이다. 불지옥 옥탑에서 사는 시름을 달랠 좋은 물건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