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노 로드-C 재조립 Part. 3/2. 완성.

2011. 6. 15. 00:25두 바퀴/만지다


11. 전편에서 말했듯 생각보다 공정이 늘어졌다. 기획은 2부작이었으나 3부작이 되었으니 이건 1.5편 정도 된다. 개탄스럽게도 요즘 하는 일마다 다 이렇다. 늘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막혀 제 일시에 끝나는 적이 드물다.


12.1. 머드가드와 랙을 쓰려면 와이어 각도가 달라져 이게 필요했다. 캔티레버 브레이크용 트라이앵글인데, 요즘엔 쓰이는 곳이 영 없다보니 취급하는 곳이 적어 수급에 꽤 애를 먹었다. 텍트로의 상등급 캔티레버 브레이크에 들어가는 부품인데 애프터파츠로도 나온다. 그 쪽이 크롬이기에 예쁘긴 하다만 어찌 구할 방도가 없어 대충 이 것으로 썼다. 구한 것만 해도 감지덕지. 

12.2. 중고 매물을 구하고 있던 중 '진리의 창림상사'에서[각주:1] 파는 것을 보고 들였다. 아주아주 투박한 생김새만큼이나 기능도 투박하니 무려 프릭션 전용. 중고에서 간간히 찾아볼 수 있지만 세 제품으로 파는 것은 처음 봤다. 급한 마음에 들였으나 이래저래 불편하다 보니 아무래도 중고 매물이 나오는대로 교체할 것 같다.



12.3. 언젠가부터 퀵 스탠드 없이도 큰 불편없이 탈 수 있게 되어 창고에서 팍팍 삭고 있던 물건. 전체 무게가 좀 나가면서 세워둘 일이 많은 랜드너 컨셉이다 보니, 게다가 뭘 주렁주렁 달아도 별 부담없이 잘 어울리다 보니 달았다. 스탠드 없이 다닐 때보다는 확실히 편하다. 총중량에 있어 조금만 포기하면 이렇게 편할 수 있건만 그게 잘 안될 뿐.


13. 여기까지 해서 완성. 허브 다이나모로 전조등과 후미등을 달면 좋겠지만 가격면에서나 효율면에서나 적합한 것이 없어 접었다. 그렇다고 베터리 등을 달자니 생김새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못찾았다. 당분간은 밤에 탈 일이 없으니 이 정도로 마감한다.

트라이앵글 - 텍트로 애프터파츠. 메이저 중 메이저인 필샵에서 구매. 필샵은 물건 많은 것은 좋은데 인기없는 물건은 배송이 너무 오래 걸린다. 이건 시기가 맞아 그나마 일찍 받았다. 4700원 x2.

다운튜브 쉬프터 - 본디 풀 사이즈 로드 프레임의 다운 튜브에 들어가는 것이나 미니벨로는 구조 상 헤드 튜브에 달리는 경우가 대다수다. 예전 자전거처럼 싯 클램프 쪽에 달리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무튼 이건 브랜드도 없고 인스트럭션 메뉴얼도 없는, 대륙의 기상이 느껴지는 물건. 10000원.

퀵 스탠드 - 누보 사의 물건. 클램프식이다 보니 어떠한 형태의 프레임에도 달 수 있고, 생긴게 단아하면서도 저렴하다 보니 예전부터 미니벨로에 자주 쓰인다. 이모저모 꽤 괜찮은 물건이다. 단, 클램프에 별 완충제가 없다보니 두꺼운 곳에 너무 빡빡하게 조여놓으면 튜브를 씹는 대참사가 발생한다. 인스톨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살살 가격이 올라 요즘에는 15000원에 팔리더라. 10000원. 

바 플러그 - 별 존재감이 없는 부품이다 보니 사진도 안찍었다. 필샵에서 판매중인 플라스틱제. 코르크 마게 두 개를 구하면 교체할 예정인데 너무 빈한하다 보니 와인바 갈 일이 없어 무한 보류 중. 1000원 x2.

여기까지. 총계 785800원. 앞에서도 이런 뉘앙스로 적었던 것 같은데, 묵혀둔 프레임에 소라 앞 드레일러 하나 쓴 소라급인데 돈이 이렇게 들었다. 등급이 높은 부품(=비싼 부품)을 쓰더라도 간단명료하게 만드는 것이 소비효율면에서는 확실히 옳다. 이렇게 컨셉츄얼한 물건은 자잘한 곳마다 돈이 들어가다 보니 가격대비 성능이 영 꽝이다. 


14. 총계는 80만원에 육박하는 금액이 나왔지만, 기획안 1항이 "가지고 있는 부품을 최대한 활용하고, 되도록 저렴하게 만들자" 였던 만큼 새로 들인 돈은 대략 10만 원 정도. 난항이 있었긴 했다만 큰 금전적 지출이 필요한 부분은 없었기에 생각보다 저렴하게 완성할 수 있었다. 비교적 표준을 잘 지키는 프레임이다 보니 가공 등 부품 수급과 관련한 어려움이 적었던 점도 한 몫 했다. 이러나 저러나 객관적인 가성비는 꽝이겠다만, 적어도 내가 보기엔 아주 만족스럽다. 서로 상이할 것 같았던 부품들의 조합이 예상보다 근사하고, 전체적인 벨런스가 나쁘지 않아 보인다. 내게 피팅이 안나오는 프레임이다 보니 싯 포스트와 스템을 길게 뽑았지만, 적당한 키를 가진 사람이 낮추고 타면 보다 근사하게 나올 수 있으리라.


15. 다만 출, 퇴근길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구간이 있다 보니 이 것으로는 어려워 주말용으로나 쓰일 것 같다. 묵혀두며 주로 감상용으로 다루어지는 운명보다는 빈번히, 그리고 요긴하게 쓰이는 운명이 좋으련만 아쉬운 일이다. 미진하긴 하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랜드너다. 당분간은 어렵더라도, 언젠가는 두 바퀴가 보다 먼 곳을 향해 가기를 기원해 본다.

16. 한 대 끝. 청주가면 다음 프레임을 가져와야지. 그리고 글과 같이 리스토어나 조립 진행이 가능하니, 혹시나 공간이나 도구가 필요한 분이 계시면 말씀해 주시라. 부품만 다 갖추어져 있다면 완차 조립까지 한나절이면 가능하다. 볕이 좋다 못해 강력한 곳에서 함께 머리를 싸매고 취미를 나눌 분을 찾는다.
  1. 이렇게 업체 소개하는 것 참 싫어한다만 여긴 살만한 물건이 많고 가격이 타 쇼핑몰보다 저렴함에도 잘 안알려져 있기에 걸어둔다. 구수한 회사 이름도 좋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