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pha

2011. 4. 15. 13:57두 바퀴/이야기


 라파는 이미지 마케팅을 참 잘하는 회사다. 라파도 대다수의 광고들이 선수들의 역주를 다루고 있는 것은 별반 차이가 없다만 묘하게도 타 브랜드들이 "자전거를 타고 땀을 비질비질 흘리며 근육이 빵 터지게 달려보자" 란 느낌에 그치는데 반하여, 라파는 오묘하게 오소독스한 분위기를 부각시킨다. 딱 잠수교 남단까지만 찍고 담배 한 대 태우며 설렁설렁 돌아오는 느낌에 가깝다. 묘하다. 라파의 광고에서도 자전거는 신나게 달음질치지만, 그 풍경은 그리도 정적이다. 

 멋진 헤리티지를 가지고 있음에도 늘 퍼포먼스만을 강조하는 브랜드들(아마도 비앙키나 깜빠놀로 정도?) 이 있는 반면,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독립된 영역을 확보하고 있는 브랜드도 있다. 영국 애들은 대체적으로(혹은 내 인상으로는) 후자에 가까워 보인다. 비슷하고 어슷하지만 서로 뭔가 다르고 뭔가 날이 서 있다. 게다가 확고한 성향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나가려 한다.  

 (덤으로, 이탈리아 애들은 대체적으로 뭔가에 광적으로 매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다른거 다 놓치더라도 잘하는 것, 혹은 해야 하는 것 하나만큼은 최고가 되기를 갈구한다. 게딱지만한 땅에 스포츠카 만드는 브랜드는 세계에서 가장 많다. 어딘가에서 본 일기가 생각나니, 이탈리아제 드라이어는 머리를 말리려 하니 머리카락이 타더란다…….)

 원래 이런 글을 적으려 했던게 아닌데…….



 폴 스미스 영감이야 원체 자전거에 관심이 많다보니(젊었을 때 자전거 선수를 꿈꾸다 부상으로 그만 뒀다) 자전거 관련 브랜드와도 협업을 간간히 한다. 지로, 머시안 정도가 생각나고, 라파와는 몇 년째 지속하고 있다.  
 그나저나 역시 정장+자전거가 멋들어진다. 다만 실상 정장을 입고 타다 보면 오른쪽 다리 안쪽에 체인자국이 남곤 하니 따라하기는 어렵다. 영상처럼 호스로 잡아매면 모르겠으나 내가 저러면 농사꾼 풍모가 나다 보니……. 



 요것도 좋더라. 이런 영상은 대개 쿵쾅쿵쾅하는 음악과 함께 아드레날린 분출을 강조하는 영상이 되곤 하는데, 이건 보시다시피 '집에서 피자먹으면서 TV 보는 느낌' 이다. 한가한 풍광들도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