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음악들

2010. 12. 26. 03:27잡문/이야기




Daft Punk - Derezzed - Tron Legacy Original Sound Track

  찬란한 행보에 대비되는 소탈한 정규 엘범 디스코그라피로 아쉬움을 남기던 다프트 펑크가 오래간만에 신보를 들고 돌아 왔다.  바로 레트로 퓨처리즘을 지향하는 영화 '트론 레가시' 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반가운 소식이지만 막상 듣다 보니 또 아쉬움이 진하니, 본격 전자음악의 비중은 얼마 안되고 대부분이 오케스트라 스코어기 때문이다.  게다가 메인으로 밀고 있는 이 곡도 런닝 타임이 참 짧다.  결국 익스텐디드가 들어 있을 다음 '얼라이브' 시리즈를 기다리게 한다.  곡 참 잘 만드는 친구들이 이렇게 짜게 굴면 마음이 아프다.   



氣志團  - 木更津サリー (Kisarazu Sally) - Kisarazu Graffiti

 망한 듯싶어 마음을 아프게 하던 키시단이 다행히 여름부터 활동을 재개하더니, 11월엔 근사한 정규 앨범을 내놨다.  127장 한정으로(12700장이 아니다) 발매하여 마음을 아프게 했던 '키사라즈 사리' 도 있고, 전혀 관심도 없던 '나루토 질풍전' 을 보게 만든 '오마에다탄다' 도 있다.  그리고 그간 늘 꽉꽉 채워서 앨범을 짜던 만큼 나머지 트랙들도 준수하다.  이제는 양키 컨셉이 어색할 법도 한 나이가 되었지만, 부디 앞으로도 10년만 더 활동해주길 부탁한다.  너무 좋아한다.



布袋寅泰 + 栗山千明 - 可能性ガール(가능성 걸) - 可能性ガール(銀魂 OP)

 개인적으로 이렇게 뜨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만화 '은혼' 의 오프닝 테마이며, 영화 '킬빌' 의 살인 여고생 쿠리야마 치아키가 보컬로 나선 곡이다.  하지만 그딴 게 문제가 아니라, 호테이 토모야스 선생님의 오래간만의 작품이라는게 중요하다.  호테이 토모야스 선생님 곡의 주류는 야성미 쪽이지만, 가끔씩 던져주는 이런 경쾌함도 제법 잘 어울린다(다만 내 취향은 아니긴 하다만).  'Soul Session' 의 2탄으로 가는 초석이 아닐까 싶어 기대를 걸어본다.



Chemical Brothers - Swoon - Further

 나온지는 몇 달 됬는데, 미루어 두다 얼마전에야 들었다.  전체적인 사운드 매이킹을 일신하여(혹은 회귀하여), 새로운 시도에 집착하면서 한동안 본연의 분위기를 잃어버렸던 그들이 다시 잘하는 것으로 돌아온 것 같아 즐겁게 들었다.  단품곡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트랙 리스트의 흐름도 예전처럼 물흐르듯 흘러가는 느낌이어서 첫 트랙을 시작하면 일사천리로 마지막까지 듣게 된다.  '니 구멍을 파라' 앨범 정도까지는 모르겠어도, 케미컬 브라더스의 디스코그라피에 한 획을 그을 순 있을 것 같은 느낌.



T.I. - Amazing(Featuring Pharrell Willams) - No Mercy

 남의 차 얻어 탔다가 들어 봤는데 쏠쏠하여 쭉 듣고 있다.  지금은 빵에 들어가 있는 T.I. 지만 미국 빵은 참 좋기도 하여 밖과 어찌어찌 다 연락이 되다보니 예전 투팍처럼 잘도 앨범을 발매했다.  그것도 무시무시한 게스트 진을 등에 엎고.  개인적으론 더티 사우스 계열 힙합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게다가 오토튠도 싫어하여)  최근 몇 년 동안의 광풍에도 관심없이 살았는데, 바람이 잠잠해진 지금 듣는 이 앨범은 제법 근사하다.  예전처럼 막나가는 댄스 플로어 뮤직이 아닌, 나름 진중한 매력이 있는 것도 매력적.  'Amazing' 은 기복이 큰 패럴 윌리엄스의 곡 중 평타 이상은 되는 듯싶다.  통통 튀면서도 유려하다.  경쾌하다.



Chara - Time After Time(Duet with ハナレグミ) - Kiss(EP)

 앨범 전체가 영롱하지만, 특히 이 곡이 심금을 울린다.  원래 신디 로퍼의 곡인데, 커버가 자주되는 곡이고, 개인적으로 이 노래의 다양한 판본들을 비교하는 것을 즐긴다.  이 곡을 듣기 전까지는 '콰잇 드라이브' 의 커버 버전을 최고로 생각했었는데, 이 곡을 듣고 단박에 마음이 바뀌어 버렸다.  처음 듣고 몇 시간 동안, 약 50번 정도는 들은 것 같다.  사모해 마지않는 차라님의 곡인 것도 황송한데 원래 좋아하던 노래의 커버이기까지 하며, 게다가 듀엣인 하나레구미의 보컬도 잘 어울린다.  더 이상 좋을 수 없다.
 덤으로 'Time After Time' 은 원곡은 원곡 나름대로 좋고, 커버 베리에이션들이 대부분 평타 이상은 친다.  유튜브에서 찾아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