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렉스 티티오스 / Corex Tityos. 본격 생활 미니벨로 탐구
2010. 11. 4. 01:47ㆍ두 바퀴/만지다
이 자전거는 충분히 저렴하다. 일명 '생활차', 혹은 '생활 자전거' 등으로 불리는 클래스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the 최저가' 고,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10만원 미만이다. 과감한 결심이 없더라도 구입할 수 있고, 큰 기대없이 운용하며, 불만이 생겨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으면서, 어떠한 추가 투자도 꺼려지게 되는게 이 언저리 클래스 물건들의 공통점이다.
사실 이 가격대의 미니벨로들 대다수가 특별한 특성을 가진 물건이 아닌 이상, 예컨데 글라스 호퍼 같은 경우가 아닌 이상 사용기는 커녕 정보도 찾기 힘든 편이다. 이 물건의 경우, 일단 리뷰는 전무하다. 아무래도 검색 가능성이 극히 떨어지다 보니 그러리라. 약간의 검색 대상들이 있긴 하나, 대다수는 판매 관련 글이다. 심지어 코렉스 사이트의 DB에서도 삭제된 물건이다.
도대체 왜 이 자전거에 세상은 이토록 박한 것일까? 사실 앞에서 적은 내용만 하더라도 충분한 사유가 되긴 한다. 태생부터 라임 라이트를 받을 운명은 아니긴 하다. 그래도 생활차다 보니 꽤 많은 사람들이 타리라 싶건만 이토록 정보가 없다는 건 의문을 넘어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일단은 알아 볼 필요가 있다는 자체 판단하에, 그리고 기종 최초의 리뷰를(나온지 무려 2년 정도 됬건만) 작성한다는데 의의를 두고 본문에 진입한다.
첫 인상은 "무겁네" 였다. 본차로 제법 가벼운 자전거를 운용하고 있다 보니, 이건 제법 무겁다. 공시 중량은 15kg. 본차의 딱 두 배정도 되는 것 같으니. 아마도 그러리라. 물론 생활차의 일반적인 중량이긴 하지만, 동일한 무게라도 괜히 무겁게 느껴지는 미니벨로다 보니 더 중후하게 느껴진다. 잠시동안 "코렉스에서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보다 높은 운동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프레임 안에 납이나 모래를 넣은게 아닐까?" 라고 생각해 보긴 했으나 어디까지나 농이고, 일반적인 하이텐 프레임 + 스틸 위주의 부품들로 채워져 있다 보니 이 정도 무게는 당연하리라.
이렇게 적고 보니 진짜 진짜 무거운 자전거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뭐 참담할 정도로 무거운 편은 아니다. 지극히 일반적인 자전거의 무게다. 3~4층 정도는 들고 다닐만 하다.
프레임의 구조는... 일단 장점이라면 색상은 이쁘다. 단점이 긴데, 이런 류의 자전거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이렇게 만든 제작자의 연유가 참 궁금하다. 간단하게 만들어서 단가를 절감하는 것도 아니고, 구조적으로 합리성을 갖추고 있어 성능을 증진시키는 것도 아닌데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적어도 내겐 아무리 봐도 이쁘지가 않다. 아무래도 단순 카피인 것 같다(어디선가 이렇게 생긴 프레임을 본 것 같으니 그거슨 바로 루이가르노 MV1). 저가 미니벨로 중 이런 류의 프레임이 많다. 그 저의가 궁금하다. 가뜩이나 무거운데 튜브 량 늘어나야 좋을게 없을 터인데...
보기만 했을 때는 구조와 용접 마감 때문에 알류미늄인 줄 알았는데, 하이텐 강이다. 물성과 단가의 관계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하겠다만 기왕지사 만드는 것 알류미늄으로 만드는 게 어땠을까 싶다. 이 가격대 자전거들이 대게 관리를 취약하게 하다보니 좀 지나면 산화가 심하게 진행될 것 같은데, 알류미늄으로 하면 녹도 덜 생기고 훨씬 가벼워질 터인지라 아쉬움이 남는다. 뭐 이쪽도 관리만 잘 해준다면 크게 나쁘진 않다. 용접 마감은... 이 정도 가격대의 제품에 샌딩을 바라는 게 무리이긴 하다.
20인치며 406x1.75 타이어를 사용한다. 저압 타이어이나, 승차감은 단단한 편이다. 그렇다고 고압 타이어류의 통통 튀는 감은 아니니 편안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 안장의 스프링과 함께 편안한 승차감을 만든다. 폭이 넓고 스레드도 깊다보니 안정적인 주행을 할 수 있다. 주행 피로 팍팍 받는 자전거 타다 이걸로 인도와 비포장을 넘나들며 타니 한결 편안하다. 의외의 만족이다.
튜브는 던롭. 최근에 나오는 휴대용 펌프들은 거의 다 지원하지 않는 방식이다 보니 에로사항이 있긴 하나 광폭에 저압, 각타이어다 보니 펑크가 그리 쉽게 나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구형 펌프들이 대게 던롭에 맞게 나오니 이 쪽이 일반적인 경우에선 다루기 더 쉬울 것 같다. 단가도 싸질 것이니,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다.
휠셋은 딱히 할 말이 없다. 잘 굴러간다. 그거면 됬지 뭐... 바퀴 회전축을 너트로 고정하는 방식인데 적절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이 클래스 자전거의 경우 옥외에 주차해두는 경우가 많을 터인데, QR에 비해 해체가 불편한 이 쪽이기에 상대적으로 도난에 강하리라 생각한다. 물론 이것보단 단가 절감이 주목적이겠지만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구동계에서, 전, 후 드레일러 다 코렉스 라벨이 붙어 있는데 생긴 건 시마노 SIS와 비슷하게 생겼다. 아무래도 OEM, 혹은 중국산 카피가 아닐까 싶다. 재질은 SIS와 달라 보인다. 스틸 특유의 색온도 낮은 빛을 내뿜는다. 세팅하기는 아주 수월하다. 폭이 조정 볼트를 돌리면 돌리는 대로 휙휙 돌아간다. 허용범위도 넓다보니 손쉽게 세팅이 가능하다. 다만 딱히 좋다고 말하긴 뭐한데, 뒤에 레버 부분에서도 적겠지만 정교한 운용 따위는 전혀 바래선 안된다. 칼세팅은 보단 대략적인 세팅을 하게 되고, 섬세한 조작보단 대략적인 조작을 하게 되며, 정교한 반응보단 대략적인 반응을 한다. 고로 세팅이 쉬운 것을 좋다고 말하기는 무리가 있다. 이 외의 특이사항이라면, 사진처럼 뒷 드레일러를 행어가 아닌 바퀴 구름축과 함께 조립하는 방식이라는 점 정도? 구조야 단순해질 수 있으나 차후 불편을 유발하지 않을까 싶다.
이 자전거에서 가장 에러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체인링이다. 42T가 맥시멈인 3단 철티비 크랭크를 그대로 사용하다 보니, 미니벨로에선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기어비가 나온다. 풀 아웃터로 걸어나도 힘이 남고, 풀 이너로 걸면 내가 페달을 굴리는 건지 도로가 미세하게 내리막 길인건지 모를 지경이다. 게다가 트리플이다 보니 중간 체인링은 사용 빈도도 떨어지는데다 부정확한 변속과 함께 변속 트러블을 만드는 게 주기능이 되어 버렸다. 이런 체인링의 채용은 제작자가 아무런 생각없이 만들었음을 반증한다. 차라리 저가 미벨에 자주 사용되는 싱글 체인링이 났다. 그 쪽은 일단 구조상 단순해지니 단가가 떨어지고, 조작도 단순해지기에 편리해진다. 현재 이 상태는 문제가 많다.
굉장히 만족한 부분이 있는데, 브레이크는 정말 예술이다. 어디서 만든 물건인지 모르겠으나 제동력이 적어도 105급은 되는 것 같다. V브레이크 자체는 잘 모르겠으나 슈가 진짜 괜찮다. 105 이하 등급의 켈러퍼 브레이크보다 더 잘선다. 이거 참 묘하게 좋다. 다만 초기 레버 세팅이 좀 루즈하게 되어있다 보니 약간 조여 줄 필요가 있긴 하다. 그리고 브레이크 자체는 좋은데 타이어가 좀 밀리는 경향이 있다보니 브레이크의 성능이 죽는다. 아무튼 브레이크는 합격점을 충분히 뛰어 넘는다.
레버는 비틀어 꺽는 타입. 예전부터 저가형 자전거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었던 방식이다. 한 15년만에 이런 변속기를 다뤄본다. 변속 시 다이얼 돌아가는 소리가 나긴 하나 프릭션에 가깝다 보니 STI 레버나 인덱스 레버의 경우와 같이 '톡, 톡, 톡' 하며 단이 변하는 건 아니다. '두르르륵' 하고 꺽어야 움직인다. FD의 경우 참 묘한데, 이동 폭이 넓다 보니 2단 들어가기가 참 어렵다. 그리고 RD의 경우 1단부터 7단까지 변속하려면 레버를 무려 두바퀴를 돌려야 하며 초반엔 조작해도 드레일러가 움직이지 않는다. 결국 FD고 RD고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이러나 저러나 조작이 되긴 되기에 그렇게 불만스러운 문제가 아니긴 하나 인덱스의 편리함을 경험하고 왔기에 불편이 찝찝하게 묻어난다.
프레임의 높이가 낮은데 아무래도 어린이들도 커버할 수 있도록 만들다 보니 이렇게 된 듯. 공시 스펙에도 145cm 이상부터 탈 수 있다고 나와있다. 본격 성인용 미니벨로는 아니다. 문제는 다른 부품들과 마찬가지로, 싯 포스트를 풀 사이즈 생활차에 쓰이는 것을 그대로 사용했다 보니 높이 조절을 만족스럽게 하기엔 무리가 있다. 일반적인 경우에선 문제가 없겠으나, 180cm 이상인 탑습자에겐 저스트 핏이 안나올 것이다. 삽입 한계선까지 뽑으면 그냥 저냥 탈만하다. 이거면 됬지 뭐...
앞에서 바퀴 회전축을 칭찬했던 것과 반대로, 싯 클램프는 아무래도 미스 캐스팅이다. 동일한 이유에 기인하는데, 옥외에 놔두는 경우가 많은 이 정도 클래스의 자전거에 QR방식의 클램프를 적용하면 싯포스트만 뽑아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상 싯 포스트만 뽑아가는 도둑이 많다(도대체 그걸 뭐에다 쓰려는지는 모르겠으나). 물론 QR방식이 싯포스트 높이를 간편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나 그다지 조정할 일이 잦은 것은 아니기에, 그리고 조정이 안되어도 최소한 자전거가 안굴러가는 것은 아니기에 조정시 샵을 이용해도 그다지 불편하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난 방지를 위해 QR이 아닌 볼트 클램프가 어땠을까 싶다.
기본 구성엔 검은색 플라스틱 페달이 달려 있는데 완성도가 조약하다. 게다가 윤활제 없이 크랭크에 삽입되어 있어, 잘 빠지지도 않아 불안불안하게 빼냈다. 굴러가는데 큰 문제는 없으나 외관에서 점수를 많이 깍아먹는다. 덕분에 교체했으니, 사진에 어슴프레 나온 페달은 순정이 아님으로 참고하지 말길 바란다.
공시 스펙을 보니 데칼의 모양이 다른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08년판으로 보인다. 09년판으로 판매중인 물건의 경우 데칼에 약간의 변화가 있다. 그 외엔... 별 변화를 못 찾겠다.
글만 놓고 보면 세상 천지에 이렇게 후진 자전거가 있을까 싶으나 사실 꽤 괜찮은 자전거다... 까지는 못 말하더라도 나쁘지 않다. 잘 굴러가고, 잘 서며, 이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 본래 타고 다니는 자전거에 들어간 돈이면 이걸 50대 가량 살 수 있다. 하지만 둘 다 페달을 밟아서 굴린다는 것은 동일하다. 어쩌면 이 쪽이 보다 자전거란 명제 본연의 의미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보다 이동을 빠르게 해주고 편안하게 해준다는 것. 사실 일반적인 용도의 자전거는 이 정도만 해줄 수 있다면 충분하다. 그리고 티티오스는 이 정도를 충분히 해낸다.
프레임엔 사진과 같은 데칼이 있다. 과연 이게 내 삶을 더 편리하게 해줄 수 있을까? 아무래도 그럴 수는 있을 것 같다. 다만 삶을 즐겁게 해주기엔 약간의 무리가 있겠지만... 생활 미니벨로. 티티오스는 그런 자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