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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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 평정
이사를 마치고 2주 정도 지났다. 집 정리가 어느 정도는 끝났고, 공황 상태도 어느 정도는 가셨다. 담배를 물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평온해지는 옥탑 풍경. 산과 마주하고 있는 동네에 살다보니 높은 건물에 둘러싸여 있지만 나쁘지 않다. 해가 지면 서울 타워가 반짝 거리고, 야구 명문 장충 고등학교 학생들의 베트 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런 멋진 풍경은 옥탑만이 가지는 비견할 수 없는 장점이다. 이 때문에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만, 충분히 가치가 있다. 부엌이 좁아 세탁기를 밖으로 꺼내놓을 수 밖에 없었다. 본디 지붕은 배수 때문에 모서리 쪽으로 경사지게 나라시를 쳐야 하는데, 그게 제대로 안 되어 있어 물이 고이면 사방을 빠진다. 마음에 안들긴 한다만 뭐 매일 빨래 돌리는 것은 아니니 그러려니 한다..
2011.06.03 -
001. 이사
파란 모자를 쓴 석대현은 이사를 도왔고, 이준동과 허다윤은 다음날 방문해줬다. 옥탑에서 찍은 첫번째 사진들. 별 개연성은 없는 이야기인데, 둘이 입고 있는 것은 프레드 페리와 리버티 백화점의 협업 물건. 이번에 NSW와 리버티 백화점의 협업도 있었는데, 이건 별 감각적 호감은 못주고 비싼 물건을 파는 곳이란 인상만 주는 우리나라 백화점들이 참조할만 하다. 이런 협업이라면 디에치 꼬르소 꼬모가 앞서가긴 한다만 편집매장이 아닌 백화점에서 이런 것을 진행한다는게 쏠쏠하게 재미있다. 옷 이야기를 하자면 이런 감춤맛을 참 좋아한다. 만약 여밈 안단에 배색으로 들어간 리버티 백화점 패턴이 전면에 들어나 있었다면 '꽃가라가 쌘' 건달옷처럼 촌스럽게 보였겠지. NSW와 리버티 백화점의 협업 정보는 여기. 서울시 중구 ..
2011.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