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없었다 there

2010. 8. 10. 23:38사진/Take 2

똑같은 사진이라도 약간의 가공을 더하면 새로운 이야기가 부여된다.
똑같은 변기라도 서명을 더하면 그것은 미술품이 될 수 있다.

경계를 넘는 관념의 기준선은 무엇일까?  무엇이 오래된 것을 새로운 것으로 만드는가?


잘 꾸며진 스쿠터.  얼핏보고 베스파ETA 인가 싶었는데 다시보니 조르노.  이 정도 센스면 베스파가 안부럽다.
이런 것 볼때마다 다시 오토바이가 타고 싶다.


압구정 한밤을 거닐다 골목길에서 카베하네란 커피집을 찾아 들어갔다.  이런 커피집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생경하고 인상적인 풍경이다.  전열식 사이폰 기계와 더치 프레스.  이리 복잡한 과정을 통해 커피를 마실 필요가 있을까에 대한 의심도 있겠지만 한번만 혀를 데보면 알게 된다.  노력과 수고와 번거로움이 가끔은 그 대가를 치뤄준다는 것. 


자전거도로에서 자전거를 탄다.  날은 덥고 바지는 할머니 말처럼 '소금자루' 가 됬다.  이리도 불쾌한 환경에서 마음은 그리도 청량하다.  잠수교를 지나 여의도를 향하는 길.  서울에 살고싶은 딱 한가지 이유.


다들 외로운데 서로 만나진 못한다.  많은 사람들이 외롭다.  가끔 찾아오는 떠들썩한 밤 때문에, 그날을 기다리는 고요한 밤들은 참 외롭다.   


지금도 이렇게 친구가 없는 걸 보면 한 40쯤 먹으면 그 때 남아있는 친구는 정말 목숨을 걸어줘야 할 친구일 듯.  오래된 사람들.


주제의식이란 관점은 참 독선적이다.  예전에 이 사진을 올렸을 땐 아무런 의심이 없었는데, 지금 보면 하수구가 더럽다.  명제가 설정되면 그것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인간이 분석할 수 있는 정보량이 결국은 한정적이기에 유입되는 량을 본능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