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그러니까 2012년 4월 23일. 회사에 다닐 때 만들었던 기사. 이걸 왜 비공개로 두었던 거지? 발행된 기사는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How Could Be : 구두창을 갈다.
'How Could Be' 시리즈에서는 멋진 결론이 도출되어 가는 과정을 담는다. 그 첫 번째 이야기로는 구두를 골랐다. 얼마 전 로크의 영국 노쌤프턴셔 공장장인 브랜던이 내한하여 시연행사를 가졌다. 시연의 주제는 굿이어웰트 구두의 창을 교환하는 공정. 기예가 빛나는 시간. 흔히 접하기 힘든 순간을 전한다.
1. 모든 공정의 출발. 목형을 넣은 구두를 작업대에 끼운다.
2. 해체작업. 구두의 테두리를 두른 락 스티치(Lock Stitch)를 날카로운 칼로 뜯는다. 굿이어 웰트 구두는 립(Rib. 창의 테두리에 둘러지는 가죽 띠)과 밑창이 한 바느질로 구두에 연결되기에 이 제봉선만 뜯어내면 밑창과 구두가 분리된다. 칼을 립과 밑창 사이에 넣어 가른다. 많은 힘이 가해지는 작업이기에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마치 체인매일 같은 장갑을 착용하고 작업에 임한다.
3. 밑창을 완전히 분리하고 립과 웰트실의 군더더기들을 정리한다.
4. 중창을 제거하고 끌로 중창에 깔려 있던 코르크 톱밥을 벗겨낸다.
5. 새 중창과 반죽된 코르크 톱밥을 깐다. 망치로 두드려 위치와 톱밥의 밀도를 다잡는다.
6. 새 립을 달고 밑창을 깐 뒤 웰트 기계로 태두리를 봉제한다. 실제 작업에서는 봉제 후 중창과 밑창의 남은 테두리를 자르고 갈아 립에서 창까지의 폭을 층지지 않도록 균일하게 맞추는 작업이 이어진다.
7. 봉제가 끝난 구두에 스테이플로 굽을 박고, 수지로 테두리를 칠한다.
8. 밑창에는 두 번에 걸쳐 수지를 바른다. 애널린 가죽(Ananline. 염색의 더해지지 않은 탈색 상태의 가죽) 상태의 밑창 전체적에 갈색을 수지를 한 번 바르고, 힐과 아치에 보다 짙은 갈색을 덧칠한다. 밑창에 색을 다 바른 후 테두리에 다시 한 번 진한 색으로 덧칠한다.
9. 로크의 경우 밑창의 발이 딛어지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의 경계를 롤러로 새겨 나눈다. 딛어지지 않기에 마모가 진행되지 않는 아치 쪽에는 로크의 브랜드명과 정보들이 불박으로 찍힌다.
10. 완성. 수명이 다 해 숨을 헐덕이던 구두가 새로운 창으로 환골탈태했다.
굿이어 웰트 기법으로 만들어진 구두의 단면. 일견 그 외양과 공정이 단순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 속에는 쉬이 따라할 수 없는 깊은 축적과 정연한 질서가 담겨 있다. 어느 기술이라도 배워 본 경험이 있다면 이미 알겠지만, 보여짐이 단순할수록 기술은 깊이는 현묘해진다. 앞선 사진들에서 보여진, 그리고 단순하게 보이는 공정은 오랜 경험으로 다듬어진 능숙함을 근간에 둔다. 물 흐르듯 매끄럽게 진행되는 과정은 오랜 축적을 통해 움직임의 군더더기들이 모두 떨어져 나갔음을 의미하며, 동시에 그 과정이 반영된 결과물이 불필요한 것들을 온전히 탈락시킨 정교한 구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의미한다.
근대의 방식인 굿이어 웰트로 만들어진 구두는 제작과 수리에 있어 직공의 깊은 통찰력과 원숙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적어도 접착제로 간편하게 만들어져 착화보다 생산성에 촛점을 맞춘 오늘날의 구두들에 비견하면 그 궤를 분명히 달리 한다. 그리고 충분한 신뢰를 보낼 수 있다. 단시간에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닌, 직공의 수십년과 브랜드 수백년 노하우가 반영된 물건에 어찌 쉬이 의심을 던질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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