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천득. 맛과 멋.

2011. 3. 7. 17:36잡문/갈무리


은 감각적이요, 은 정서적이다. 

은 적극적이요, 은 은은하다. 

은 생리를 필요로 하고, 은 교양을 필요로 한다. 

은 정확성에 있고, 은 파격에 있다. 

은 그때뿐이요, 은 여운이 있다. 

은 얕고, 은 깊다. 

은 현실적이요, 은 이상적이다. 

정욕 생활은 맛이요, 플라토닉 사랑은 이다. 

그러나 과 은 반대어는 아니다. 사실 그 어원은 같을지도 모른다. 

있는 것의 반대는 맛없는 것이고, 있는 것의 반대는 멋없는 것이지 
멋과 이 반대되는 것은 아니다. 

과 은 리얼과 낭만과 같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그러나 만 있으면 그만인 사람도 있고, 이 없더라도 만 있으면 사는 사람이 있다. 

은 몸소 체험을 해야 하지만, 은 바라보기만 해도 된다. 
에 지치기 쉬운 나는 을 위하여 살아간다.